(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 법무법인 청향 윤희창 파트너변호사)
1. 개요
건설경기 악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공사가 중단·지연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이 다수 발생하면서 투자자(대주단)에게 시공사의 준공 책임까지 확약한 신탁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신탁사의 배상 의무를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한바 해당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2. 구체적 사실관계
A사(시행사)는 평택시 일원에 B사(시공사)가 물류센터를 신축하여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2022년 5월경 원고들(대주단)로부터 약 300억 원을 차입하는 대출약정(원금 약 270억 원, 이자 연 5%, 지연이자 연 8%, 대출만기일 ‘최초 대출실행일로부터 22개월 후’)을 체결하였다.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A사·B사·원고들은 2022년 5월경 피고(신탁사)와 이 사건 사업부지를 신탁재산으로, 원고들을 우선수익자로 하는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B사는 최초 대출실행일로부터 16개월 이내에 이 사건 물류센터를 준공하기로 하는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는 B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최초 대출실행일로부터 22개월이 되는 날까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정(책임준공확약)하였다.
또한, 만일 피고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발생할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하면서 원고들의 손해를 ‘대출약정서에 따른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라고 규정하였다.
위와 같은 일련의 약정에 따라 사업을 개시하였으나 B사는 최초 대출실행일로부터 16개월 내에 물류센터를 준공하지 못하였고 피고 역시 22개월 내에 물류센터를 준공하지 못하자 매수인(선 수분양자)은 분양계약을 해제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대출약정상 대출만기일 도래에도 불구하고 대출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들(대주단)은 피고(신탁사)의 신탁계약 위반(책임준공의무 미이행)에 의하여 대출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3. 법원의 판단
본 사안의 쟁점은 ⅰ) 대출약정서 및 신탁계약에서 정한 손해인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가 민법 제398조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이를 원고들에게 전부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 ⅱ)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발생 손해를 기준으로 감액이 가능한지 여부로서,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ⅰ) 대출약정서 및 신탁계약에서 정한 손해가 민법 제398조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고, ⅱ) 해당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은 법원이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감액할 수 없다고 각 판단하였다.
4. 법원의 판결 이유
법원은 ① 우선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반드시 특정 금액으로 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 점, ②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금’이라는 명시적 문구가 없더라도 분쟁 없이 액수를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정하였다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이 사건 책임준공확약에 따른 피고의 1차적 의무는 시공사를 대신하여 준공하는 내용의 ‘하는 채무’이지만, 피고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발생하는 2차적 의무는 그 손해를 직접 배상하는 ‘금전 지급채무’인 점, ④ PF 대출을 한 금융기관은 책임준공의무를 강제하여 완성된 물적 담보로 대출원리금을 회수하기보다 그 위반에 따른 손해의 한도 내에서 대출원리금을 직접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⑤ 책임준공의무 불이행과 손해발생과의 인과관계 등 증명 곤란을 피하고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미리 손해배상액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원고들은 피고의 자금력과 신용도를 신뢰하여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손해 상당액을 배상할 수 있을 것을 예상하여 이 사건 대출약정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해당 규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또한 ① 피고가 이 사건과 같은 책임준공확약형 신탁계약 상품 판매를 기초로 급격한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를 이룬 점, ② 피고는 책임준공제도의 취지와 예상이익, 위험성을 비교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는 이에 따라 통상의 토지신탁계약보다 높은 수준의 신탁보수를 취득한 점, ④ 원고들이 연 8%의 지연이자는 청구하지 아니하는 등 과도한 손해를 주장하고 있지 아니한 점, ⑤ 피고는 이 사건 신축 물류센터를 분양하여 청구금액 이상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5. 시사점
본 사안은 대주단과 신탁사의 관계, 책임준공확약의 취지와 실질, 신탁계약 및 책임준공확약서 문언의 해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타당한 판례라 할 것이나, 신탁사의 책임준공확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실제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기에 현재 계속 중이거나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는바 건설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탁사에 추가적인 금전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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