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 법무법인 청향 윤희창 파트너변호사)
1. 개요
본 편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약속한 경우 당해 하수급인의 직접 지급 청구권의 발생 요건 및 그 시점’을 원심과 다르게 판단하고 파기 환송한 사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2. 기초적 사실관계
전라북도 정읍시(발주자)로부터 교량 가설공사를 도급받은 피고(수급인)는 원고(하수급인)에게 토공사와 구조물공사를 하도급 하였다.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은 2019년 4월경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와 수급인 간 또는 발주자·수급인·하수급인이 그 뜻과 지급 방법·절차를 명백하게 합의한 경우)에 따라 발주자인 정읍시가 하수급인인 원고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직불합의를 체결하였다.
그런데, 피고의 다른 채권자들은 채무자인 피고의 정읍시(제3채무자)에 대한 공사대금지급채권에 대하여 가압류 또는 압류 및 추심명령을 득하였고 그 압류 및 추심명령은 2019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의 기간 중 정읍시에 도달하였는데, 정읍시는 2019년 8월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약 5,000만 원을 공탁하였다.
그러자 하수급인인 원고는 위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합의에 따라 해당 공탁금에 대하여 원고가 우선권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수급인인 피고와 피고의 채권자들(공동피고)을 상대로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공동피고들은 원고가 직불합의를 체결하였을 뿐 실제 하도급대금에 대한 직접 지급 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였기에 원고의 주장이 부당하므로 자신들에게 공탁금의 수령권한이 있다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3. 법원의 판단
1심과 항소심은 모두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청구권은 직접 지급 합의 체결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수급인이 기성 검사 후 지급을 청구하였을 때 발생한다”라는 취지로 공동피고들이 피고의 공사대금지급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완료하기 전 원고가 직접 지급 청구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의 공탁금 출급청구권이 공동피고들 보다 우선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원고 패소).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직접 지급 청구권의 발생 시기와 법적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정읍시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청구권은 3자간 직불합의를 체결한 2019년 4월 발생하였고, 이는 정읍시가 피고에게 부담하던 공사대금 지급 채무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원고에게 이전된 것”이라고 판시하여 그 이후 이뤄진 가압류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4. 대법원의 판결 이유
위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뿐만 아니라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는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수급인)·수급사업자(하수급인) 간에 합의한 경우, 발주자는 수급사업자가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을 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그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은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에는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건설산업기본법은 그 소멸시기를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 하도급법은 그 소멸시기를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로 각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하도급법은 건설산업 중에서도 특히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특별법에 해당하며, 두 법 모두 하수급인(수급사업자)의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위와 같은 양 법률의 목적과 직접지급청구권의 기능을 비롯하여, 하도급법 제34조에서 ‘건설산업기본법이 이 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이 법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직접지급청구권에 관한 규정은 발주자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지 않는 범위에서 하수급인을 수급인 및 그의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시하였다.
5. 시사점
본 사안에서 대법원은 직불합의의 효력에 관하여 하도급법이 건설산업기본법에 우선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함으로써 하수급인을 수급인의 일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호하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수급인의 일반 채권자로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수급인과 하수급인 및 발주자 간의 직불합의 존재 여부 및 그 규모에 따라 채권 보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위험이 있음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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