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이던 피고소인이던 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경찰이나 검사, 판사가 자신의 사건을 어떤 과정을 거쳐
판단을 내리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막연히 나에게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나홀로 소송이든 변호사를 선임하든
형사사건의 기본적인 판단구조를 아시는게 필요합니다.
형사 사건의 판단 과정은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사실인정>, <법리 판단>, <양형 판단>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유죄인지 무죄인지, 유죄라고 하더라도 어떤 정도의 처벌을 내려야 하는지가
결정되는 것이죠.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절도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해볼게요.
1️⃣ 사실인정: 무슨 일이 실제로 있었는가?
형사 사건의 출발점은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 즉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입니다.
우리가 흔히 증거를 수집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편의점 점주가 A씨가 계산하지 않은 라면1개를 슬쩍 가져간 것을 목격하고 경찰에신고했습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확보했고, A씨는 "라면을 계산한 줄 알았다"고 주장합니다.
편의점 점주가 신고 등을 통하여 형사사건화 되면 형사사건의 담당자들인 경찰, 검사, 판사들은
각각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경찰과 검사는 증거를 수집하고, 증거의 증거능력과
증거력(증거가치)을 평가하고,
어떤 정도의 사실인정이 가능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판사는 경찰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평가하는 것이
주된 일입니다.

A씨가 정말 지갑을 가져갔는가?
지갑을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고의로 훔친 것인가,
실수로 볼 여지가 있는가?
지갑을 가져간 증거로는 어떤 증거가 있고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증거에는 직접증거와 간접증거가 있고,정황증거도 있고, 물적 증거와 인적 증거로도 구분되며, 모든 증거들은 그 종류에 따라증거가치(믿을만한 정도)가 모두 다릅니다.
본건에 있어서는 CCTV라는 강력한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있습니다. CCTV는
조작가능성만 배제되면 강력한 증거죠
A씨가 라면 1개를 가져간 사실은 CCTV에 의해
인정될 뿐만 아니라, A씨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수로 가져간 것인지, 고의로 가져간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범죄구성요건 중
주관적인 요소에 관한 것입니다.
행위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행위자의 전후 행동
등이나 변명의 일관성 등의 간접 또는 정황증거에 의해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는 A씨가 고의로 가져간 것이 인정될 것입니다. 다만, CCTV상 A씨가 라면 외에 다른 물건도 샀고,
전후 행동에 의심할 점이 없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CCTV 만으로는 A씨가 고의로 가져갔는지
확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CCTV에 A씨가 라면 1개만
가져갔고, 다른 물건을 계산한 사실이 없고, 편의점주의 눈을 피해 점퍼 안주머니에 넣는 것이 확인됩니다.
결론 : A씨가 라면 1개를 절취한 사실이 인정됩니다.
2️⃣ 법리 판단: 인정된 행위가 범죄로 평가되는데 법률적으로 장애요소는 없는가?
사실이 인정되었다면, 다음은 그 사실이 형법상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위법성이나 책임을 배제할
내용은 없는지를 따지는 단계입니다.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절도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A씨가 알고보니 편의점주와 공동운영자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A씨가 라면을 가져간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할까요
절도죄는 비교적 법리 판단이 크게 필요한 죄가
아닙니다. 다만,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건에 있어서 설령 A씨와 편의점주가 편의점 공동운영자로 편의점 물건인 라면이 둘의 공동소유인 이상
타인의 재물에 해당합니다.

결론 : 별다른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가 없는 이상 A씨에게는 절도죄가 인정됩니다.
3️⃣ 양형 판단: 어느 정도의 처벌이 적절한가?
사실과 법리가 모두 인정되었다면, 마지막 단계는 얼마나 처벌할 것인가를 정하는 양형 판단입니다.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처벌범위가 굉장히 넓죠
이때 다양한 정상 참작 사유와 가중 요인이 고려됩니다.
초범(동종전력 여부),피
해 정도(소액 vs 다액),
범행방법 등 죄질, 합의 여부,
자백 및 반성 여부,
사회적 지위, 재범 가능성 등
A씨는 초범이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합의도 마쳤습니다. 라면의 금액은 3,000원이었습니다.
결론 : A씨에게는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마무리
형사사건은 단순히 "유죄냐 무죄냐"를 넘어서, 그 안에 어떻게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법리판단이 숨어있으며 구체적인 양형 사유에 따라
어떤 처벌이 적절한가를 심도 깊게 따지는 과정입니다.
검사 20년 경력의 부장검사 출신 형사 전문변호사인
법률사무소 고호의 대표변호사인 박종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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