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34세 남성 A는 인근 스포츠센터 건물 옆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A는 늦은 밤 집 앞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습니다. 사건 당일 오후 9시 40분경, A는 평소와 같이 건물 밖 좁은 골목길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맞은편에 위치한 스포츠센터 건물의 2층 샤워실 창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운동을 마치고 샤워 중이던 28세 여성 B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샤워실 조명이 켜져 있었기에 창문 밖에서도 내부가 어느 정도 보였고, A는 이를 발견하자 순간적으로 성적 호기심과 충동을 느꼈습니다.
A는 놓칠 수 없는 장면이라고 판단하고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습니다. 휴대전화의 화면을 카메라 모드로 전환한 뒤, 창문 틈새로 렌즈를 들이밀며 촬영 버튼을 누르려 했습니다.
그는 한 손에는 담배를 쥔 채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창문 쪽으로 고정시켰으며,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동작을 조심스럽게 했습니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화면 불빛이 순간적으로 안쪽으로 비추어졌고, 이를 눈치 챈 피해자 B가 즉시 창문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B는 자신이 샤워하는 장면을 누군가 훔쳐보며 촬영을 시도하는 정황을 발견하자 큰 충격을 받았고, 즉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뭐 하는 거냐”고 외쳤습니다.
이어 황급히 샤워실 창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이에 놀란 A는 당황한 채 휴대전화를 재빨리 주머니 속에 넣고 현장을 벗어나려 했습니다.
그러나 B의 외침은 샤워실 인근 복도와 스포츠센터 직원에게까지 들렸고, 현장에 있던 다른 이용자 C가 달려와 상황을 확인하려 하자 A는 급히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피해자 B는 극도의 불안과 수치심을 호소하며 즉시 경찰에 신고하였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CCTV 확인을 통해 골목길에 서 있던 A의 행적을 확인하였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는 “그냥 담배를 피우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뿐이고 실제로는 촬영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나, 수사기관은 A가 휴대전화를 카메라 모드로 전환하고 렌즈를 창문 안쪽으로 들이밀며 촬영 버튼을 누르려 한 정황을 피해자의 진술 및 현장 상황을 종합하여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A의 행위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미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관련법률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경철 센터의 조력
A는 카메라촬영죄 미수범으로 입건되었는데, 미수범이 되기 위해서는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A의 행위가 과연 실행의 착수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1) B는 스포츠센터 샤워실에서 샤워 중 창문 틈 사이에서 검은색 물체를 발견하였고, 약 10여 초간 이를 주시한 끝에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 같다고 판단하였습니다. B는 곧바로 소리를 지르며 창문 쪽으로 다가갔고, 이때 창문 밑에 숨어 있던 A가 몸을 일으켜 도주하였습니다. B는 휴대전화가 세워져 있었으나 뚜렷한 움직임은 없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2) A는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창문틀을 잡고 B를 엿보던 중 발각되어 급히 몸을 숙였을 뿐, 촬영 시도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3) 디지털포렌식 결과 A의 휴대전화에는 B를 촬영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4) CCTV 영상 확인 결과 A는 사건 당시 약 4분간 창문 주변에 머물렀으며, B가 목격한 시점 전후로도 실제 촬영 동작을 취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5) 현장검증 결과에 의하면 해당 창문은 들창식 구조로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고, 높이가 지면에서 약 157cm, 크기가 가로 125cm, 세로 42cm에 불과하여 촬영을 위한 구체적 초점 조정이나 조준 행위를 하기에는 제한적 구조임이 밝혀졌습니다.
6) 형사 사건에서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만 합니다. 본건과 같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촬영’이란 단순히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위가 아니라,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가 저장장치에 입력되는 구체적·직접적 단계에 착수해야만 합니다.
7) 이 사건에서 B는 휴대전화가 창문 위에 세워져 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뿐, A가 화면을 조작하거나 B에게 초점을 맞추는 장면을 본 것은 아닙니다.
8) 또한 포렌식 결과 촬영된 결과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건 당시 A가 창문 부근에 4분가량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A에게 촬영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촬영 결과가 없는 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게 합니다.
9) 더 나아가 B의 진술에 의하면 A이 창문 아래로 몸을 숨긴 직후에도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는 A의 변소처럼 엿보다가 발각되어 당황한 상태에서 손을 내리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미 발각된 상황에서 촬영을 계속 시도할 개연성은 낮으며, 촬영을 위한 구체적 행위가 있었음을 입증할 증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10) 종합하면, A에게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실행착수가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직접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B의 추측적 진술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피의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며, 무혐의 처분이 불가피합니다.
사건의 결과: 무혐의 불기소처분
본 사건에서 저희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미수범의 성립 요건, 특히 실행 착수 시점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하였습니다. 실행 착수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실제 촬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 예컨대 렌즈를 통해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거나 촬영 버튼을 누르는 등의 명백한 시도가 증명되어야만 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촬영이 이루어진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발각된 이후의 정황 또한 촬영 시도가 있었음을 뒷받침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피의자가 단순히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었을 뿐, 촬영을 실행에 옮기려는 직접적 행위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점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우리는 검찰에 대해 “실행 착수”라는 형사법적 기준이 자의적으로 확장되어서는 안 되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미수범조차 성립할 수 없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객관적 증거와 법리적 요건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최종적으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피상적 의심이나 막연한 정황에 기대어 처벌을 밀어붙이는 관행을 제동하고, 형사법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관철시킨 변론의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치밀한 법리 검토와 논리적 대응이 피의자의 권리를 온전히 지켜낸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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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처분]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지 않아 카메라등이용촬영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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