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자정 무렵, 서울 시내 번화가 골목이었습니다.
32세, 회사원 A는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있었습니다.
A는 그 날 대학 동창 모임에서 술을 꽤 많이 마셨습니다. 소주와 맥주를 번갈아 마신 뒤, 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비틀거리며 골목을 빠져나왔습니다. 밤공기 속 알코올 기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그의 발걸음은 집이 아닌 다른 곳을 향했습니다.
그때 맞은편 인도에서 B와 친구 C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B는 몸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었고, 손에는 휴대폰을 쥔 채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A와 시선이 마주쳤고 A는 무심히 말을 건넸습니다.
“어디 가요? 한 잔 할래요?”
B가 가볍게 웃으며 대꾸를 했고,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 셋은 근처 주점으로 들어갔습니다.
가게 안, 네온사인 불빛 아래 테이블에는 맥주병과 안주가 줄지어 놓였습니다. 대화는 가벼웠고, 분위기는 빠르게 풀렸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B가 C에게 말했습니다.
“오빠가 데리러 온대. 너 먼저 가.”
C는 고개를 끄덕이고 홀로 가게를 나갔습니다.
남은 것은 A와 B뿐이었습니다. A는 이미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말투도 어눌해졌습니다. 술잔은 계속 채워졌고, 계산을 마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길 건너 노래방으로 향했습니다.
노래방 작은 방 안, 조명은 번쩍였고, 맥주 캔이 두 개 놓였습니다. 둘은 노래를 부르다 서로 어깨에 팔을 얹고, 몸이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웃음과 술기운이 뒤섞인 채, 새벽 3시 무렵 밖으로 나왔습니다. A는 인근 모텔로 향했고, B도 별다른 말없이 따라갔습니다.
프런트에서 방 키를 받아 객실에 들어갔고 이후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며칠 뒤 A는 출근 준비를 하던 중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준강간 혐의로 고소가 들어왔는데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날 밤의 기억이 흐릿했던 그는 곧 알게 됐습니다. B가 자신을 고소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B가 “만취 상태에서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진술을 했고, A는 “서로 술에 취해 있었지만 강제로 한 적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의 시간표, CCTV 영상, 주점과 노래방의 결제 기록이 차례로 증거목록에 올랐습니다.
관련법률
형법 제299조(준강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사람을 간음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민경철 센터의 조력
준강간의 성립 여부는 “피해자가 성행위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형사책임의 기준상 검사는 위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해야 합니다.
1) B가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전제하여 준강간 혐의를 적용하였으나, 제출된 증거와 객관적 정황을 종합할 때 그러한 상태를 인정하기 어려웠습니다.
2) B는 “모텔까지 간 것은 기억나지만, 이후 성관계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억의 공백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을 인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경험칙상 무리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흔히 술 취한 후의 부분적 기억상실인 블랙아웃과 혼동됩니다.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외부와의 통화·의사표현이 일부 가능하며, 이는 의사형성·판단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또는 완전한 항거불능과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3) 모텔 CCTV 영상에 따르면, B는 자력으로 걸어와 객실로 들어갔고, 비틀거리거나 부축이 필요한 모습은 전혀 관찰되지 않습니다. 이는 ‘술에 취했다’는 주관적 진술과 달리, 외형상 판단할 때 여전히 행동·판단 능력이 남아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4) 더 나아가, B는 모텔에 들어간 직후 언니와 통화하며 “데리러 와 달라”고 요청할 만큼 의사 표현이 명확했습니다. 심신상실 상태에서 이러한 의사 전달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5) A가 성관계 여부에 관한 진술을 수차례 번복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B의 상태를 이용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A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결과로 해석함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진술의 변화 자체를 곧바로 범행의 증거로 삼는 것은 비약입니다.
6) B는 모텔로 이동한 시각 전후로 지인과 3분 이상, 모텔 입실 후에도 언니와 7차례 통화하였습니다. 각 통화는 수십 초에서 수 분에 이르렀으며, 이는 B가 지속적으로 외부와 의사소통을 했다는 명백한 정황입니다. 만약 심신상실 상태였다면 이러한 연속적·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할 리 없습니다.
7) 함께 술을 마셨던 목격자 C는 피해자가 ‘취한 것처럼 보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정작 B가 ‘오빠가 데리러 온다’며 귀가 의사를 밝힌 사실을 함께 진술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취기일 뿐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음을 시사합니다.
8) 종합하면, B는 모텔까지의 이동과 입실, 반복적인 전화 통화, 귀가 요청 등 정상적인 행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볼 때 당시 의사결정 능력과 판단 능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A의 진술 번복은 범행 은폐라기보다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선택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며, B의 기억 공백만으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본 건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존재가 증거상 인정되지 않으므로, 범죄의 입증이 없어서 무죄가 타당합니다.
사건의 결과: 무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기억 공백 진술은 주목할 정황이었지만, 그것만으로 형사책임의 본질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검찰은 이를 보강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변호인 측은 철저한 대비와 다각도의 증거 제출, 감정 및 증인조사 전략을 통해 반박 논리를 구축하였습니다. 결국 법은 감정이나 여론이 아닌 증거에 따라 판단하며, 저희는 그 원칙을 끝까지 지켜낸 결과 무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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