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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불법행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을 경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뿐 아니라 이와 별도로 형사합의도 진행해야 합니다.
오늘은 가해자 입장에서 굉장히 억울한 하급심 판례를 소개해 드리면서, 형사합의 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점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형사합의를 앞두고 계신 분이 있다면 본 포스팅을 상세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민사합의와 형사합의의 차이점
민사합의란 불법행위(교통사고, 산재사고, 기타 가해행위)의 피해자가 입은 재산적 손해, 정신적 손해 등 일체의 손해(상실수익, 치료비, 위자료 등)에 대하여 피해자와 가해자가 배상금액을 정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취지의 합의입니다.
형사합의는 엄밀히 말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과는 관련이 없습니다.가해자가 형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형량을 감경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이 형사합의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로부터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해야 형량이 감경됩니다. 반의사불벌죄(폭행, 과실치상, 명예훼손 등)에서 형사합의가 이루어지면 공소가 기각되기도 합니다.
결국 형사합의의 목적은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처벌불원의 의사표시' 인데,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아래 주의사항을 지켜야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의 의사표시 - 실무상 주의사항
1.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대해 표시되어야 합니다.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형량 감경요소이면서 친고죄·반의사 불벌죄에서는 공소기각 사유이기도 합니다.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수사·공판의 성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는바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그리고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대한 법률행위적 소송행위이므로 공소제기 전에는 고소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 공소제기 후에는 고소사건의 수소법원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7264 판결)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이를 수사기관·법원에 제출하지 않는다면, 형량감경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2. 조건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면서도 내심으로 가해자의 엄벌을 원하기 때문에 조건부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시 -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받게되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건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인정하게 되면 조건의 성취 여부에 따라 법원의 심리와 재판이 영향을 받아 형사소송절차가 불안정해지게 되므로 조건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3166 판결)
반드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단정적 문구가 기재되어야 합니다.
3.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었다면 이를 취소할 수 없습니다.
앞서 보았듯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는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고, 형량이 감경되거나 일부 범죄는 공소가 기각됩니다.
효력이 인정되는 적법한 처벌불원의사가 있었다면, 피해자는 이후 처벌불원의사를 철회하고 다시 가해자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처벌불원의사표시와 관련된 하급심 판결
수원지방법원 2025. 5. 30. 선고 2024노3424 판결은 형사상 처벌불원의 의사표시의 효력이 엄격한 요건하에 인정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자를 고용한 사업주로 피해자에게 임금을 체불하였고, 이후 피해자를 상대로 임금채무가 부존재한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위 민사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피고인이 800만원을 2024. 4. 5. 까지 피해자에게 지급하면, 피해자는 돈을 지급받은 날로부터 1주일 내에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서 및 합의서를 피고인의 형사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법원에 직접 제출한다.'는 합의가 성립되어 민사사건은 임의조정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조정에 따라 피고인은 2024. 4. 5. 피해자에게 800만원을 지급한 후 이체내역과 조정조서를 형사법원에 제출하였으나, 피해자는 합의서 또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의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2. 법원 판단
법원은
피해자가 합의서 또는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적이 없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조정이 성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법원에 표시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하였다고 추단할 수 없는 점
피해자가 여전히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을 근거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제언
위 사건은 형사소송 상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인정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민사상 분쟁을 조정으로 끝낸 후 합의금까지 이체하였으나,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를 피해자로부터 작성받지 못했기 때문에 처벌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형사상 합의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고 선처를 바란다'는 단정적 문구를 기재하여야 하고 조건을 부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합의서·처벌불원서를 작성받기 전에는 합의금을 이체하여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처벌불원서 작성과 동시에 합의금을 이체하거나 처벌불원서를 작성받은 후 합의금을 이체해야 합니다.
합의서·처벌불원서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인감을 날인한 후 반드시 인감증명서까지 첨부되어야 합니다. 불가피한 경우라 해도 최소한 피해자의 신분증은 첨부되어야 합니다.
합의서·처벌불원서를 작성받았다면 이를 반드시 관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양형 상 가장 큰 감경요소일 뿐 아니라, 일부 범죄의 경우 위 의사표시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법적 요건을 정확히 충족하지 못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수원지방법원 2024노3424 판결에서 보듯 합의금을 전부 지급했음에도 억울하게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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