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피의자 A와 피해자 B는 약 2년간 연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몇 주 전, 서로의 성격 차이와 잦은 다툼으로 인해 결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완전히 연락을 끊지 못하였고, 결별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B가 먼저 A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묻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시도하였고, A는 짧은 단답으로 응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건 당일 저녁, B는 A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에 A는 “장난하냐”라는 짧고 차가운 답변을 하였고, 이를 본 B는 “실망스럽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당시 A는 친구 C와 함께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이후 B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B는 A에게 “지금 근처인데 데리러 와 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A는 마지못해 C와 함께 B가 있는 장소로 향하였습니다. B를 만난 세 사람은 근처 다른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계속했습니다.
그 자리에서의 대화는 겉으로는 평온했으나, 이별 이후의 묘한 감정과 과거 문제들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술자리가 끝난 후, 세 사람은 A의 집으로 이동하였습니다.
A의 집에서 술을 이어 마시던 중, A와 B는 결국 말싸움으로 번졌습니다. 말싸움의 발단은 B의 휴대전화였습니다.
술이 오르자 A는 B의 휴대전화를 확인하게 되었고, 그 안에는 다른 남성들의 연락 메시지가 다수 도착해 있었습니다. A는 격분하여 B의 휴대전화를 바닥에 집어던졌고,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분위기는 급속히 험악해졌습니다. A는 욕설을 하며 B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습니다. B는 맞아 쓰러졌고, 숨을 고르며 A를 바라봤습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B의 진술에 따르면, A가 B의 양손을 억지로 잡아 눌렀고, 그 위로 올라타 “죽여버릴 거다”라는 말을 하면서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였다고 합니다.
B는 공포에 질려 대화를 시도하며 진정시키려 했으나, A는 이를 무시하고 행위를 계속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B는 이후 상황을 피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A는 이를 제지하며 “갈 수 없다”고 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몸싸움이 있었고, B는 강제로 눌린 채 성관계가 이루어졌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나 A의 진술은 전혀 달랐습니다. A는 당시 격한 감정으로 인해 B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강간이나 강제적인 성관계는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하였습니다.
그는 “B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전부 거짓이며,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후 B가 ‘강간치상’ 혐의로 A를 고소하면서 정식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관련법률
형법 제301조(강간 등 상해ㆍ치상)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62조(폭행치사상)
제260조와 제261조의 죄를 지어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에 따른다.
형법 제257조(상해)
①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경철 센터의 조력
B는 폭행을 당해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그것이 강간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해라고 주장하며 강간치상으로 고소를 하였고, 강간치상이 인정될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됩니다. 단순히 폭행하다가 상해 입은 것과는 천지차이입니다.
1) A는 자신이 폭행한 것은 맞지만, 강간을 하지 않았고 성관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한사코 부인했습니다. 결국 강간 혐의에 대한 증거는 B의 진술이 유일했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직접증거인 경우 그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됩니다.
2) B는 A와 감정 상하지 않고 좋게 헤어지기 위해서 술자리를 함께 했다고 하는데, 이는 객관적인 정황과 모순됩니다. 결별 이후 B가 지속적으로 A에게 먼저 연락하고, 특히 사건 당일 A가 불쾌해 했음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자신을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하는 등의 행동을 고려할 때 B가 A를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웠습니다.
3) A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두 사람이 싸우게 되고, 폭행을 하게 된 시점에 대해서 B는 신고 당시, 경찰 최초 조사, 검찰 조사 에서 각각 다르게 진술하여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4) 두 사람은 서로 싸운 이유에 대하여 달리 진술하고 있습니다. B는 “자신의 휴대폰에 다른 남성의 전화와 메시지가 많이 도착해서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A는 “이미 헤어진 지 2달이 지나서 정리되었고, 자신은 B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남성과의 연락을 개의치 않을뿐더러, 이별 후에도 항상 B가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이다. 그 날 B를 때린 이유는 사귈 당시 A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참고 있다가 술김에 폭발한 것이다.”라고 진술했습니다.
5) 게다가 A가 강간을 시도하려고 하여 자신이 크게 소리쳤다는 B의 진술과 달리, C는 비명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였으며, 이는 B의 진술의 신빙성을 낮춥니다.
6) 강간 피해 직후 B가 ‘씻고 오겠다’며 화장실을 오가고 속옷과 바지를 챙겨 다시 화장실로 간 행위는 일반적인 강간 피해자의 즉각적인 반응과 맞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집안에는 C도 함께 있었는데, 벗은 몸으로 왔다갔다 했다는 것이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7) 사건 이후 B의 언동과 태도 또한 성관계 자체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사건 발생 며칠 후 B는 A에게 ‘폭행’을 당했다고만 언급하였고, 원치 않는 성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고소장에도 강간 피해 사실이 뒤늦게 추가되었습니다.
8) 강간으로 고소한 이후 B는 과거 A로부터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적이 많다는 진술을 추가 하였는데, 처음에는 폭행으로 신고했다가 뒤늦게 강간을 추가했고, 이후에는 사귀는 동안에도 강간을 당한 적이 많이 있었다는 등 고소내용이 점차 중해지고 진술이 점점 구체화되고 달라져서 신빙성이 없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9) B의 말이 사실이라면, 성관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DNA검사, 속옷, 산부인과 진료 기록 등)를 제출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러한 것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10) B는 A에게 계속 합의금을 요구하며 사건과 무관한 부분까지 거론하였는데, 이는 피해 사실을 부풀렸을 가능성을 시사하였습니다.
11) 강간 피해 사실 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B는 “처음에는 신고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모친이 고소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여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상해 피해에 대한 즉각적 항의와 상충되며, 상해진단서 발급시 강간 피해를 언급하지 않은 점 역시 신빙성을 저해합니다.
상기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강간치상 범행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달리 사건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인 A에 대한 강간치상 혐의는 무혐의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사건의 결과: 강간치상 무혐의, 폭행치상 인정
이번 사건의 결과는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가 인정되고, 단순 폭행치상만이 인정되는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이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건의 본질적 쟁점을 강간 여부에 집중시켜 방어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혐의를 부인하는 차원을 넘어서, 치밀한 의견서 작성과 새로운 증거 발굴, 그리고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해 강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였습니다.
또한 사건 현장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 진술의 모순과 불일치를 부각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으며, 그 결과 강간치상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라는 결론이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폭행치상은 남았지만, 이는 초기부터 예측 가능한 범위였으며 핵심 쟁점이었던 강간 여부를 배제시킨 것만으로도 사건의 성격과 무게는 현저히 달라졌습니다. 결국 이번 결과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전략적 대응과 세밀한 증거 확보, 그리고 법리적 논리를 치밀하게 전개한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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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송치결정] 강간치상 무혐의, 폭행치상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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