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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 / 형사고소를 하며 필요에 따라 법원, 수사기관에 상대방 또는 관계인들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하급심에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인정해 논란이 되었는데요.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사례에서 정당행위의 성립을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오늘은 위 대법원 판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소송/고소와 개인정보 제출의 딜레마
민사소송, 형사고소를 제기할 때는 상대방의 특정 및 주장의 입증을 위해 여러 증거를 제출하는데 필연적으로 가해자나 관련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밖에 없습니다.
CCTV 영상 : 얼굴, 체형 등 신체적 특징
금융거래내역 : 계좌번호, 거래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통신기록 : 전화번호, 문자 내용
계약서류 : 주소, 주민등록번호
만약 업무상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사람이 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 제71조 제9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제59조(금지행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소송에 필요한 증거 대부분이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를 함부로 제출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처벌 위험에 노출됩니다.
실제 대법원 역시 피고인이 고소, 고발에 수반하여 이를 알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준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상 '누설'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따라 다수 하급심 역시 비슷한 사례에서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6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3조 제2항, 제11조의 ‘누설’이란 아직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고소·고발장에 다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첨부하여 경찰서에 제출한 것은 그 정보주체의 동의도 받지 아니하고 관련 법령에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부당한 목적하에 이루어진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였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제59조 제2호 위반죄는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 제11조 위반죄와 비교하여 범행주체가 다르고 ‘누설’에 부당한 목적이 삭제되었다는 것만 다를 뿐 나머지 구성요건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점,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가 금지하는 누설행위의 주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이고, 그 대상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로 제한되므로, 수사기관에 대한 모든 개인정보 제공이 금지되는 것도 아닌 점 및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정 취지 등을 감안하면, 구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누설’에 관한 위의 법리는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

정당행위를 적용한 대법원 판례
위 사례처럼 개인정보를 법적 절차에 사용하기 위해 제출하는 행위 역시 일단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실무상 법적 절차 진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므로 이를 처벌한다면 사실상 소송, 형사고소 제기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는지 최근 선고된 2건의 대법원 판례는 형법상 정당행위 이론을 적용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3673 판결,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17590 판결
1.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3673 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은 아파트 동대표회장인데, 동대표 직무집행정지 사건에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세대주, 직업, 차량번호, 생년월일,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입주자카드를 제출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판결이유
입주자카드는 피고인의 주장을 소명하는 자료일 뿐 아니라 담당재판부가 제출을 명한 자료의 성격이 있는 점,
담당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2주 내 세대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의 제출을 명하였는데, 그 기간 내 피고인이 개인정보 주체인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기는 어려워 보이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삭제하는 등 정보 보호조치를 한 점,
피고인이 입주자카드를 적법하게 보관하고 있던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점,
입주자카드에 기재된 개인정보 내용이 세대주나 세대원의 특정에 필요한 정보에 불과하고, 사상/신념, 건강 및 성생활에 관한 정보 등 민감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개인정보를 받은 자가 공공기관인 법원이므로 주민들에게 사회통념 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법원이 입주자카드를 보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송기록의 열람, 복사 등의 절차에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이 적용되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바,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17590 판결
사실관계
피고인은 농업협동조합의 경제상무로 근무하던 중 2024. 1. 8. 퇴사하였는데, 2014. 8. 조합장에게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cctv 영상자료 / 꽃배달내역서 / 무통장 입금전표 / 거래내역 확인서 등의 개인정보 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판결이유
피고인은 조합장의 범죄혐의의 증거제공을 위해 개인정보가 담긴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조합장이 처벌받았는바, 고발행위에 포함된 공익적 측면을 부정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제출한 cctv 영상은 조합장이 수박을 차량에 싣는 모습을 촬영한 것에 불과하고, 꽃배달내역서, 무통장입금 전표 및 거래내역확인서 등은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가 없는 점,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가 공공기관의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인 점
범죄를 고발하는 경우 고발장 등에 일정 부분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수사기관이 고발장 및 증거자료와 그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수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위험성이 크지 않은 점,
개인정보가 포함되었다는 사유만으로 증거자료가 활용되지 못한다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당행위의 적용기준
대법원은 범죄혐의 소명이나 소송상 증명을 위해 수사기관, 법원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를 제출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나, 사안에 따라 정당행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1. 동기·목적의 정당성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 보유하고 제출한 목적과 경위가 중요합니다. 개인정보를 제출한 목적이 실제 범죄 혐의에 대한 고발과 같은 공익적 측면이 있거나, 재판부의 제출명령에 따른다는 등 개인정보 제출 행위에 정당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2.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정보주체의 침해된 법익보다 개인정보 제출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공익이 더 커야 하는데, 실체적 진실 발견 및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등 사회적 공익이 존재해야 합니다. 개인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증거제출 자체를 막는다면 사회경제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주체의 법익 침해가 경미하거나 없어야 합니다. 제출된 개인정보가 개인의 사생활(종교, 신념, 성생활, 건강 등)과 같은 민감정보가 아닌 일반 정보이거나,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공공기관으로 정보의 유출위험이 없다면 법익침해가 경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수단의 상당성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 제출이 불가피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사실 증명이 어려운 등, 목적 달성을 위해 개인정보 제출이 적정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소송·고소 제기 시 필연적으로 기재될 수 밖에 없는 개인정보 제출행위에 대해 다수 하급심에서 유죄를 선고하여 논란이 많았습니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중요한 기본권이나 이를 이유로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회적 정의 실현과 같은 공익을 저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결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를 근거로 개인정보 보호와 공익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낸 의미있는 판결로 생각됩니다. 소송, 고소 제기 시 공익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개인정보 제출은 보호하나, 악의적이거나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은 처벌하겠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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