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간자 소송’을 가해자인 피고 입장에서 다뤄보려고 하는데요.
직장 동료나 동호회의 이성 회원과 친밀한 만남을 가지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법원으로부터 상간 소송의 ‘소장 부본’을 송달받게 되셨다면 어떤 기분이 드실까요? 당혹스러움과 억울함, 두려움과 불안감이 동시에 파도처럼 밀려들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우실 텐데요.
아무리 놀라셨더라도, 최소한 지금부터 말씀드릴 내용 정도는 미리 숙지하시고 나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1.상간자 소송은 형사 소송이 아닙니다.
상간자 소송은 배우자와 부정한 행위를 한 제3자(상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입니다. 즉, 상간자의 부정한 행위로 인해 피해 배우자인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금전적 배상(위자료)을 요구하는 소송이 상간자 소송(상간소송)인 것입니다.
간통 행위를 범죄로 보아 처벌하던 기존의 형법 조항은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기 때문에, 상대방 배우자가 나를 형사 고소하거나 경찰이 나를 수사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법원에서 날아온 소장을 받아들게 되더라도 너무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감옥에 가게 되는 것도 아니고,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닙니다. 혹시 소송에서 지더라도 상대방에게 손해배상만 해주면 됩니다. 전과자가 될 일은 없으니, 일단은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2.“내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부터 판단해 봅시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상간자 소송은 원고가 자기 배우자와 부정한 행위를 한 상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입니다. 그러니 원고 본인은 “피고가 불법행위를 했다”라는 점을 입증해야만 하는데,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불법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의무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첫째, 원고가 주장하는 부정한 행위 자체가 사실이 아니거나-예컨대 단순한 직장 동료 관계라거나, 일부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원고의 청구는 기각됩니다.
둘째, 원고의 배우자가 기혼자임을 몰랐다면 이 경우에도 불법행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간자 소송의 핵심 쟁점은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의 혼인 관계를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기혼자임을 전혀 몰랐고,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다면 위자료 지급의무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상대방이 미혼이라고 나를 속였다는 증거가 있거나(문자 메시지, 통화녹음 파일 등), 주변 사람들도 그가 미혼인 줄 알았다는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면(사실확인서 등) 이를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셋째, 원고의 배우자와 부정한 행위를 하기 이전에 이미 원고 부부의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위자료 지급 책임이 부정되거나 크게 감액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고 부부 사이에 심각한 불화가 있었다는 증거나 별거 기간이 길었다는 증거, 또는 이혼소송 중이었다는 증거가 있다면 소송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참고판례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위자료 지급 의무가 인정되더라도, 청구 금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지급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청구된 금액이 과도함을 주장하여 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첫째, '부정한 행위의 기간 및 정도'가 원고 주장보다 경미함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관계의 기간이 매우 짧았다거나, 육체적인 관계 없이 정신적인 감정 교류에 그쳤다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피고보다 상대방 배우자가 교제에 더 적극적이었음을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피고가 먼저 유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피고를 유혹하거나 기망했음을 입증한다면 위자료가 감액될 수 있습니다.
셋째, 원고 부부의 혼인 파탄에는 원고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습니다. 원고 부부의 혼인 파탄에는 원고 자신의 귀책 사유(예컨대 가정폭력, 인격적 무시, 도박, 원고 본인의 외도 등)가 있었음을 주장하며 피고의 책임 비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넷째, 피고 본인이 현재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소명하여 위자료 액수 조정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사과 및 합의 노력을 통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문제 발생 전후로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거나, 합의를 시도했지만 원고가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여 결렬되었다는 점 등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도 위자료 액수 조정에 도움이 됩니다.
4.소송과는 별개로, 명예훼손 문제에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상간자 소송은 다른 민사소송에 비해서 당사자 간 감정대립이 극심한 소송입니다. 따라서 특히 원고들의 경우에는 법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를 쉽사리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고 측에서 피고의 직장이나 거주하는 동네에다 피고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비방하는 현수막을 붙이는 등 '명예훼손'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는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원고가 피고의 사진이나 이름, 직장 정보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 SNS, 또는 지인들에게 유포하며 비방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07조 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이러한 경우 피고는 명예훼손으로 원고를 형사 고소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원고로부터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다면, 해당 게시물이나 메시지를 날짜와 시간이 보이도록 캡처하고, 원본 URL을 보관하는 등 명확한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피해 발생과 동시에 변호사와 상담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는 명예훼손 고소 절차를 진행하고, 위자료 청구를 대리하는 등 피고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5.조정 절차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민사소송이 제기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서만 분쟁이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 절차의 일부로서 마련되어 있는 조정 절차를 통해서 당사자들이 합의하고 사건을 끝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 반드시 원고와 사생결단의 법정다툼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정위원과 양측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조정 절차를 통해서 원만한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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