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장기간의 경기침체 때문에 경제적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생활비라도 벌어볼 생각에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마련인데요.
만일 업무량이나 난이도에 비해서 고액의 일당을 제시하는 일자리를 발견하셨다면, 일단 의심부터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나 그 업무라는 것이 ‘간단한 서류 전달 및 현금 수거’라고
되어 있는 경우에는 말이죠.
그와 같은 알바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현금수거책(전달책)’을 구하려고 올려둔 채용공고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만일 높은 알바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덥썩 응했다간, “금융사기 조직범죄의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하여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실제로 변호했던 형사사건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선량한 일반인들이 어떻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걸까요?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이 되어 사기죄로 법정에 서는 사람들 중에는 범죄와는 무관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건은 대개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구미가 당기는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발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공고를 올린 기업은 대개 ‘OO투자회사’나 ‘OO법무사 사무실’정도이고, 업무 내용은 ‘채권회수’ 혹은‘서류 전달 및 현금 수거' 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고객들로부터 ‘대출 예치금’이나 ‘연체금’ 명목의 현금을 건네받아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지시받은 계좌로 입금해 주면, 기본 일당에다 추가 수당(회수 금액 중 일정 비율)까지 지급해 준다는 제안인 것입니다.
채용 절차도 간단합니다.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채용되어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자신이 ‘채권 회수팀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으로부터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 지시를 받게 됩니다. “어디에 몇 시까지 가서 김OO이라는 사람을 만나라”, “김OO에게 돈을 수금해라.”, “어디에 몇 시까지 가서 그 돈을 전달해라.”
표면적으로는 그저 돈을 건네받고 건네주는 단순한 업무일 뿐입니다. 나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의 얼굴도 볼 일이 없고, 내가 전달한 돈들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가는지 알 길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는 순간 쏠쏠했던 알바의 기억은 악몽으로 급변하고 맙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전달책”. 그 무시무시한 명칭이 지금 국가가 나에게 붙여둔 꼬리표임을 알게 되는 그때쯤이면, 벗어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입니다.
2. 보이스피싱 범죄, 말단의 공범도 강력한 처벌을 받습니다.
보이스피싱의 현금수거책은 대개 다른 공범들의 얼굴조차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달 업무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도 크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직접 사기를 친 게 아니니 괜찮겠지', ‘나는 주범들과 이 범죄에 대해 직접 공모한 적이 없으니 정상참작을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단계별로 각자가 역할을 분담하여 범행을 실행합니다. 그러므로 공범들 간의 범행 공모는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전달책이나 인출책은 이러한 범죄의 말단 하수인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기 범행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구성원으로 간주됩니다.
3. 전달책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는 ‘사기방조죄’가 적용됩니다. 형법상 방조죄는 “타인의 범죄를 곁에서 도와주는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입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를 직접 속이거나 기망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활동을 도와주는 행위만으로도 처벌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기방조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라는 요건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즉,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돕는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족합니다. 다시 말해 범죄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전체 보이스피싱의 범행 방법이나 내용까지는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마'하는 마음으로 가담했다고 해도 사기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기방조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만일 보이스피싱 범행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가담했다면 사기죄의 정범 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이 경우 사기방조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을 받게 됩니다(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4.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지목되었다면, 즉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보이스피싱 사건은 초범이라 할지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몰랐다'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무죄로 인정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법률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는 구직 공고 내용, 업무 지시를 받은 메시지나 통화 기록, 받은 돈의 사용처 등 구체적인 자료와 증거들을 바탕으로 ‘범죄와의 관련성을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는 점을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입증하여, 의뢰인을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
설령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워 유죄 판결이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변호사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처벌 수위를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제2, 제3의 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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