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퇴근 후 인근 주점에서 동료와 식사 겸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동료가 힘든 일이 있어서 위로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A는 전날 야근을 하여 피로가 극에 달해 있었는데, 마신 술이 금새 취하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소주 2병을 마셨는데 이미 블랙아웃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필름이 끊겨서 A는 기억을 잃었으나 CCTV를 통해 그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취 상태가 된 A는 9시쯤 동료와 헤어지고 귀가하고자 지하철역으로 갔습니다. 이후 환승하기 위해서 에스컬레이터에 이르렀습니다. A의 기억이 조금씩 되돌아 온 것은 누군가와 싸우고 있을 때였습니다.
피해자가 A에게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자, A는 추행범으로 몰려 격분하였습니다. A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는데요. 추행 의도가 없고 추행한 일도 없어서 떳떳했기 때문입니다.
A는 지하철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피해자의 어깨를 만졌음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하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에 서있던 피해자의 양쪽 어깨를 손으로 접촉한 것이고 그 외 다른 신체 접촉은 없었습니다.
24시 민경철 센터의 조력
사안을 검토해 본 결과, A가 추행의 고의로 어깨를 잡은 것이 아니라는 여러 정황이 존재했습니다. A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며 단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사로 내려가던 경로에서 우연히 그 뒤에 섰던 것뿐이었습니다.
주변에 목격자가 많은 상황에서 굳이 시간적, 물리적 열악함을 무릅쓰고 순간적인 접촉을 감행할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A는 만취한 상태였고, 사건 장소인 에스컬레이터는 지하철 역 환승 구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도가 깊고 경사가 아주 가파른, 체류시간이 긴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으면 어디까지 굴러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입니다.
A는 만취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였으므로 피해자와의 사이에 의도치 않은 신체적 접촉이 일어날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고, 이를 추행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존재했습니다.
하강하는 에스컬레이터는 경사도가 가파르고 심도가 깊어서 A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잡기 위해 피해자의 양쪽 어깨를 양손으로 짚었을 개연성이 더 높았습니다. 미처 핸드레일은 잡지 못한 위급한 상황에서는 반사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을 붙잡게 마련입니다.
A는 사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으나 사건 직후 피해자에게 항의하였는데 만취한 와중에도 추행범으로 몰린 것에 대한 억울함 때문에 격분하여 거친 말을 하였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A는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신체와 접촉한 사실이 없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설령 신체가 접촉하였더라도 이는 우연히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피의자의 행위는 과실에 의한 것으로 추단되었습니다.
추행의 정의에 관하여 법원은,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피고인이 귀가길에 앞서가던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만져 강제로 추행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부위는 어깨로서 그 자체만으로 일반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한 번 잡은 것에 그쳤고 그 시간도 매우 짧았으며, 이후 피해자의 어깨를 쓰다듬는 등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다른 행동에까지 나아가지 않았으므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건 피의자는 양손으로 피해자의 다른 신체부위가 아닌 양 어깨를 1회 잡았고, 그 시간도 매우 짧았으며 이후 피해자의 어깨를 쓰다듬는 등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다른 행동에까지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피의자의 행위 역시 그것이 부적절한 행동에 해당함과는 별개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타당할 것입니다.
사건의 결과: 불송치결정
저희는 위와 같은 점들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소명하였고, A는 최종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 어깨에 손을 올렸다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당시 A는 만취한 상태였고, 그로 인해 어눌한 동작으로 실수한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임을 알면서도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절차를 개시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신고로 인해 경찰력과 사회적 자원이 소모되는 현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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