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신체(질 내부, 피부 등)나 의류에 피고인의 DNA가 있다면 피고인은 반드시 유죄일까요? 수사단계에서 DNA가 검출되었다면 통상 기소되는 것이 현실이나, 재판단계에서는 무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DNA 유전자의 증명력과 한계, DNA 검출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한 판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성범죄, 각종 강력범죄에서 DNA가 검출되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DNA 증거의 한계 - 전이, 오염
DNA 증거는 사람의 진술이 아닌 과학적 증거이므로 일반적으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입니다. 그러나 DNA는 오염과 전이라는 한계가 있으므로 DNA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유죄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1. DNA 전이
DNA의 전이란 DNA가 직접적 신체 접촉 없이 매개물(옷, 물체 등)을 통해 피해자의 신체나 의류로 옮겨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악수 후 제3자의 옷을 만지는 것만으로 DNA 전이가 일어나고, 공용 물체를 사용한다면 80% 이상의 확률로 2차 전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강간,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는 폭행이 이루어지므로 피의자가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는 경우 성립합니다. 그러나 피의자의 DNA가 피해자의 신체나 의류 등에서 검출되었다고 해서 범죄에 해당하는 신체접촉(예 : 삽입, 폭행 등)이 곧바로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DNA가 성범죄의 폭행이 아닌 일상적 접촉(악수, 같은 물체의 사용)으로 전이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DNA의 오염
DNA는 시료의 채취, 보관, 운반, 분석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섞이거나 오염됩니다.
▷수집 과정에서의 오염
수사기관이 범죄현장에서 다양한 증거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증거물 사이에 DNA 오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집 과정에서 피의자의 DNA가 묻은 물체와 피해자의 의류가 서로 접촉된다면, 피해자의 의류에 피의자의 DNA가 전이될 수 있습니다.
▷보관 과정에서의 오염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는 보관과정에서도 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거물이 보관 시 완전히 봉인되지 않았다거나 증거물이 수집되어 감정기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관리·보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증거물에 남아 있는 DNA가 범죄가 아닌 다른 경위로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DNA는 전이와 오염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 CCTV 등 충분한 보강증거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DNA의 검출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한 판례
1. 서울고등법원 2013. 4. 17. 선고 2012노252 판결
▷ 사건 개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여 상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음.
▷ 무죄 선고 이유 - DNA 증거의 신뢰성 문제
범행 현장에서 수거된 담배꽁초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으나, 담배꽁초 수거 경위에 관한 수사 경찰관과 피해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았음.
수거된 담배꽁초의 개수와 감정의뢰된 담배꽁초의 개수가 일치하지 않았고, DNA 검사 결과는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었다고 볼 수 없음.
2.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14. 4. 24. 선고 2014고합19 판결
▷사건 개요
피고인이 피해자의 차량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음.
▷무죄 선고 이유
1. DNA 증거의 한계
피해차량 안에서 발견된 박카스 병입구에서 채취한 타액과 피고인의 타액의 DNA 분석 결과 유전자형이 동일함
그러나 DNA 검출자료는 범행에 관한 간접증거에 불과하고, DNA 검출자료 이외에는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의심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음
2. DNA 증거의 신뢰성 문제
피고인의 DNA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타액이 묻은 박카스 병이 피해차량 내에서 발견된 경위에 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음
박카스 병이 발견이 쉬운 상태로 허술하게 남아 있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함
3.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7. 5. 선고 2023고합235 판결
▷사건 개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방법으로 유사강간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음.
▷무죄 선고 이유
1. 피해자 진술과 DNA 증거의 불일치
피해자는 피고인이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가해행위를 10분간 당했고 이로 인해 항문에서도 피를 흘렸다고 진술하였으나, 해바라기센터 소속 의사가 작성한 진료기록에는 피해자의 항문에 외관상 아무런 상처가 없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점, 피해자의 항문 표면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2. DNA 검출의 불확실성 고려
해바라기 센터의 유전자 채취는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피해자가 대변이나 목욕 등으로 항문을 세척하지 않아 접촉면에 묻은 피고인의 유전자가 보존되어 있으리라고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 이루어졌으나 항문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항문과 달리 피고인이 스스로 신체를 접촉하였다고 진술한 부위(가슴, 허벅지, 사타구니)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던 점
4. 대구지방법원 2024. 6. 14. 선고 2023고합481판결
▷사건 개요
피고인이 욕실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성기를 입으로 빨게 하거나 침대에서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는 방법으로 유사강간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음.
▷무죄 선고 이유
DNA 증거의 불일치
국과수의 유전자 감정결과 피해자의 질, 자궁경부에서 피고인의 DNA형이 검출되지 않았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 3개를 넣었다고 진술하였음에도 DNA가 검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점
2. DNA 증거의 한계
유전자 감정결과 피해자의 외음부, 가슴, 입술, 귀, 뺨, 마스크 등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으나, 피고인은 당시 손으로 피해자의 외음부 등을 애무하는 등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진술하는데, 위와 같은 유전자 감정결과를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사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증거로 보기는 어려운 점
5. 서울고등법원 2025. 1. 8. 선고 2024노380판결
▷사건 개요
피고인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는 방법으로 추행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음.
▷무죄 선고 이유
1. DNA 증거의 불일치 및 전이 가능성
국과수 감정 결과 피해자의 목과 입술, 오른쪽 손톱에서 피고인의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기 위하여 접촉이 필요한 치마, 스타킹, 성기에서는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피해자의 팬티 안쪽 앞면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으나, 피해자가 모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거나 해바라기센터에서 팬티를 임의제출하는 과정 등에서 피해자의 오른쪽 손톱에 있던 피고인의 DNA가 피해자의 팬티에 전이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2. 감정물 오염 가능성
국과수와 대검찰청의 감정결과가 서로 상이하였움, 국과수는 감정 후 감정물 수령시 받았던 상태대로 포장하여(봉인지는 미부착) 경찰에 반환하였는데, 국과수 감정 후 대검찰청 감정 사이의 기간 동안 감정물인 팬티에 다른 신체나 이물질 등에 의한 오염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DNA 증거가 검출되었다고 반드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DNA가 채취된 부위, 수집과 분석과정에서의 오염과 전이 가능성으로 인해, 법원도 DNA 증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사실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DNA의 증명력이 문제되는 경우 형사법 뿐 아니라 증거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고, 초기부터 일관성 있게 대응한다면 공판 단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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