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 진실만으로 부족하고 '신빙성'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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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혐의, 진실만으로 부족하고 '신빙성'이 중요합니다 

민경철 변호사

범죄는 흔적을 남깁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일은 사람의 기억 속에, 혹은 물건의 상태나 존재로 남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진술을 통해 구현되는데, 피해자 진술, 피의자 진술, 목격자 진술 등이 있습니다. CCTV나 DNA, 지문 등 물건을 통해서 나타나는 증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증은 신뢰도가 높고 객관적인 반면, 진술은 주관적이고 조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물증보다는 신뢰도가 떨어지고 신빙성 판단을 위한 별도의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성범죄 사건에서는 물증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성관계를 하면 DNA가 남겠지만 DNA나 체액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성범죄가 성립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두 사람이 합의로 성관계를 해도 DNA는 나오기 때문입니다. 즉 성범죄가 되려면 강제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강제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은 없습니다.

 

두 사람의 진술만이 존재할 뿐이지요. 강간이나 준강간 같은 사건은 대개 은밀한 장소에서, 오직 당사자 두 사람만 있는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물증 없이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만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됩니다.

 

신빙성을 가늠하려면 그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는지,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지금은 조금 지양되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2018년 무렵 성인지 감수성이 크게 강조되던 때가 있었고, 이것이 성범죄 판단에 강하게 작용하여, 무죄가 나올 법한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범죄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사회적 고통과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피해자 진술이 다소 비상식적이고 특이하고 모순되어도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개념이 진술의 모순이나 비일관성을 무시하고, 피해자의 말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법원은 그것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억울한 피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피의자가 아무리 자신이 무고하다고 주장해도,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을 인정받는 순간 유죄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성관계 이후에도 피의자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었거나, 선물을 주고받았고, 먼저 만나자고 연락했다는 정황들이 존재한다면 이는 강간이 아니라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강간당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피해자 진술이 객관적인 정황증거와 배치되어도 성인지감수성에 의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정황증거가 아무리 많아도,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의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찰 단계에서부터 전문 형사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만 제대로 된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편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범인을 잡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피의자로부터 혐의점을 찾고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를 모으는 역할을 하며, 피의자를 풀어주기 위해서 수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의자가 수동적으로 대응하면, 진실이 밝혀지기는커녕 점점 더 불리한 국면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많은 피의자들이 “나는 결백하다”, “상대방과 분위기도 좋았고, 카톡 내용도 있다”라며 안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피의자의 입장일 뿐,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선은 다릅니다.

 

특히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명분 아래,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 법적 판단에 우선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습니다. 사소한 모순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진술도, “그럴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법정에서는 진실 그 자체보다, ‘진실처럼 보이는 말’이 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피의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논리는 변호사의 전략에 따라 달라집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얼마나 모순되고 불합리한지를 법적으로 지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박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일반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황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법률적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법률 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범죄는 처벌 수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유죄 확정 시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사회적 낙인 등 파급력도 큽니다.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다 해도, 전과 기록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가족과 직장, 사회적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 초기부터 정확한 방향 설정과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실은 그 자체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진실을 법적으로 입증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형사사건은 국가와 개인이 맞서는 싸움입니다. 개인은 국가의 논리와 구조 앞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 형사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수사 초기부터 올바른 방어를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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