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미있는 판례(2025. 3. 27. 선고 2021도4355판결)가 있어 소개드리려 합니다(저만 재밌는 걸까요? ^^;;)
사안은 이렇습니다.
A씨는 2019. 9. 4. 자신의 주거지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피해자와 시비가 붙어 위험한 물건인 전자충격기로 피해자의 목과 허리 부위에 충격을 가하고, 위험한 물건인 머그컵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내리쳐 피해자 정수리 부분이 약2~3㎝ 찢어지는 미상의 열상을 가하였습니다. 결국 검찰은 A씨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하여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A씨는 과거에 아래와 같은 범죄전력이 있었습니다.
1) 2014. 6. 12. 특수강도․특수절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2014. 9. 25. 형이 확정되었고,
2) 2014. 4. 4. 폭행죄로 벌금 70만원(이하 제1의 벌금형)
3) 2014. 4. 25.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200만원의 형(이하 제2의 벌금형)이 각 확정되었습니다.
1)에 대해서 징역형을 집행 중이던 A씨에 대해서 검사는 형 집행 순서 변경 지휘를 하여 2015. 3. 21.부터 2015. 4. 29.까지 40일간 이 사건 제2벌금형 미납에 따른 노역장유치의 집행을 하였고, 2015. 4. 30.부터 2015. 5. 12.까지 13일간 이 사건 제1벌금형 미납에 따른 노역장유치의 집행을 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이 사건 징역형의 집행은 정지되었습니다.
그 후 A씨는 2015. 5. 13.부터 1) 징역형의 잔여형 집행을 시작하여 2016. 9. 16. 교도소에서 출소하였습니다.
여기서부터 조금 복잡해집니다 여러분!
잠깐만 집중해주세요~ㅎㅎㅎ
살펴봐야 하는 조문이 좀 있는데요,
먼저, 형법 제62조제1항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이하 생략)
위 형법 규정에 의하면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선고할 형이 3년 이하 징역 등에 해당해야 합니다.
다만, 단서조항에 의하면, 3년 이하 징역형이라 하더라도 과거 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면 집행 즉, 교도소에서 출소 한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행해진 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두둥~
가만히 보니, A씨에 대한 집행순서가 바뀌지 않아 1)에 대한 집행을 계속해서 진행하였다면 2016. 7. 22.에 그 집행을 종료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차피 2), 3)에 대한 벌금 미납에 대해 노역장유치가 집행되면 똑같은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2), 3)은 벌금형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노역장유치 기간은 집행유예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2019. 9. 4.
과거 집행순서 변경에 의하여 실제 징역형 집행이 종료된 것은 2016. 9. 16.
그렇지만 집행순서 변경이 없었다면 A씨의 집행 종료예정일은 2016. 7. 22.
보이시나요? 여러분?
집행순서의 변경이 없었다면 A씨는 이번 범죄에 대해서도 집행유예 선고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형의 집행과 관련하여
형사소송법 제462조(형집행의 순서)는 “2이상의 형의 집행은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과료와 몰수 외에 그 중한 형을 먼저 집행한다. 단, 검사는 소속장관의 허가를 얻어 중한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의 집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형 집행사무의 적정한 운영을 위하여 검찰청법 제11조에 따라 법무부령으로 사형과 자유형의 집행에 관한 사무의 방식과 절차를 정하고 있는「자유형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은 제39조 제1항은 ‘형의 집행순서변경에 의한 노역장유치의 집행지휘’라는 제목 아래
"자유형과 벌금형이 병과 선고되거나 자유 형의 집행 중 다른 범죄로 벌금형이 선고된 수형자에 관하여 검사가 노역장유치의 집행을 지휘하는 때에는 소속 검찰청의 장의 허가를 받아 자유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먼저 노역장유치의 집행을 지휘하여야 한다. 다만, 자유형을 먼저 집행하여도 벌금형에 관한 형의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할 것이 명백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462조 단서조항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형집행순서의 변경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형자에게 이익이 되거나 수형자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사유(헌법재판소 2008. 12. 26. 선고 2005헌바16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가 있는 경우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도 형사소송법 제462조 단서의 의미는 "검사의 자의적인 형의 집행순서변경이나 그로 인하여 수형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므로, 검사는 형의 집행순서변경 제도의 목적과 수형자의 기본권 보장의 이념을 염두에 두고 적정한 재량의 범위 내에서 형의 집행순서변경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라는데 원심과 대법원 모두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다만, 원심은 좀 더 엄격하게 해석하여
자유형의 집행 중 벌금 형에 관한 형의 시효가 완성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자유형과 노역장유치 집행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검사는 임의로 자유형의 집행을 정지한 채 노역장유치를 먼저 집행하도록 지휘할 수 없고, 설령 검사 가 노역장유치를 먼저 집행하도록 지휘함으로써
실제 출소일이 노역장유치 집행기간만 큼 늦춰졌더라도
해당 수형자의 누범기간 및 집행유예 결격기간은 실제 출소일이 아니라
이 사건 변경지휘가 없었을 경우의
이 사건 징역형 집행종료 예정일을 기준으로 기산하여야 한다
라고 하면서 A씨에 대해서 집행유예 판결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형의 집행순서변경에 관한 검사의 지휘가 재량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한지 여부는 그 변경지휘가 있었을 당시를 기준으로 변경의 목적ㆍ동기ㆍ경위,
집행순서 변경에 관한 수형자의 요청이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 순서의 변경이 수형자에게 미 칠 영향, 형의 시효진행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라고 전제한 뒤
① 전체적으로 볼 때 검사가 이 사건 징역형 집행완료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고인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가할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등 그 위법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②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범죄행위로 누범으로 처벌되거나 집행유예 결격이라는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은 피고인이 이 사건 징역형의 집행 종료 후 일정 기간 내에 다시 새로운 범행에 나아갔기 때문이다. 사후적으로 평가할 때 이 사건 변경지휘의 결과 이 사건 징역형의 집행종료일이 늦추어짐으로써 새로운 범행이 누범에 해당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검사가 이 사건 변경지휘 당시부터 피고인에게 의도적으로 또는 부당하게 불이익을 가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점을 들어 검사의 집행순서 변경은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A씨의 형 집행종료일은 실제 종료일인 2016. 9. 16. 이라고 보아야 하고, 그렇다면 A씨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할 것입니다.
제가 검사일 때에도 형 집행순서 변경을 종종 했었는데요,
이는 집행을 실제로 담당하는 교도관들이 벌금형의 시효가 지나기 전에 형 집행 순서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검사가 집행까지 챙기는 것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너무 일이 많습니다 ㅜ)
따라서 검사가 특정 피고인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 위한 어떤 의도를 가지고 형 집행순서를 변경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마도 대법원도 이와 같은 실정을 반영하여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떠셨나요? 조금 복잡하긴 했지만 흔한 케이스는 아니어서 흥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케이스도 함께 고민해드리는 황재동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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