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례
2023년 1월, 치과를 운영하기 위해 OO상가 101호를 보증금 1억 원, 월세 500만 원으로 5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2023년 2월, 이 건물 2층에서 이미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자들로부터 "이 건물에는 업종 제한이 있으니 치과를 개설하지 말라"는 우편을 받았다. 임대인에게 물어보니, 임대인은 건물 관리규약에 업종 제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그 제한이 효력이 없다고 답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2023년 3월, 나를 상대로 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나는 일단 2023년 4월에 치과 운영을 시작했다. 결국 법원은 영업금지가처분을 받아들였고, 나는 패소했다.
이후 그들은 내가 업종제한을 위반하고 치과를 영업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했고, 이 소송에서도 패소하여 손해배상금까지 지급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2023년 12월에 치과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2024년 1월에 다른 상가로 이전해 치과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임대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정답은,
1.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2. 추가로 임대인에게 그동안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3.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손해 전부를 배상받기보다는 일부 감액된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 일단, 보증금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임차인은 영업금지가처분이 인용되어 더 이상 본 점포에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계약 해지의 결과로 지급했던 임대차보증금(상담사례에서는 1억 원)을 원상회복의 일환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2. 다음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1. 먼저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려면, 임대인이 "고의로" 업종제한 약정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았거나, "실수로라도" 그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어야 한다.
‘상가의 관리규약이나 분양계약상 특정 업종, 예를 들어 약국 영업을 제한하는 약정이 있는지 여부’는 임차인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다. 따라서 이러한 사항은 임대인이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따라서, 만약 임대인이 실제로 상가건물에 업종제한 약정이 있는지 몰랐고, 관리규약에도 그러한 내용이 없다고 해도, 임대인이 해당 점포를 분양받을 때 업종을 지정해 분양받았다는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여전히 임대인의 "실수"가 인정될 수 있다.
임대인이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려면,
A. 점포의 분양계약서를 모두 구해보거나,
B. 관리규약의 의미에 대해 관리단에 질의하거나,
C.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하거나,
D. 다른 점포 주인들에게 물어보는 등,
업종제한 약정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정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2. 임대인이 "실수로라도" 업종제한 약정을 인지하지 못해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구체적인 손해배상 금액일 것이다. 임차인은 다음과 같은 비용들을 배상받을 수 있다.
1️⃣ 다른 점포를 마련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1️⃣
임차인은 다른 상가에 점포를 마련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영업을 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배상받을 수 있다. 이를 "휴업손해"라고 한다.
휴업손해의 산정을 위해서는 아래 두 가지를 입증증해야 한다.
➊ 다른 점포를 마련하기까지 걸린 시간
➋ 월별 평균 순이익
2024년 3월에 영업을 중단했는데, 임차인이 게으르거나 혹은 너무 꼼꼼하게 조사하느라 2024년 10월에야 새로운 곳에서 영업을 재개했다면, 임차인은 그 7개월 동안의 휴업손해를 모두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 임대인은 그 기간이 너무 길다고 반박할 수 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영업을 다시 시작하는 데 합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변호사의 주장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임대인 측의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위의 사정을 토대로, 법원은 상가에서 치과를 폐원하고 새 장소에서 다시 개원하는 데 합리적으로 필요한 기간을 약 3주(21일) 정도로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1. 선고 2020나2022481 판결).
만약 임차인의 월별 순이익 평균이 4,000만 원이라면, 4,000만 원 * 21/31일 =약 2700만원 상당의 휴업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물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순이익과 기간은 변호사의 주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들어, 임차인은 월평균 순이익이 (예를 들어) 5천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임대인은 이 금액이 과도하게 많다고 반박할 수 있다.
임대인의 변호사는 개업 초기의 일시적인 매출 증가로 인해 순이익이 과대평가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반면, 임차인은 치과 운영의 특성상 초기 매출이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결국, 이 부분 역시 각 변호사의 주장에 따라 법원이 어떤 금액을 인정할지가 달라질 수 있다.
2️⃣ 휴업수당 + 4대 보험료
임차인은 영업 중단 기간 동안의 휴업수당과 4대 보험료도 배상받을 수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순이익과는 무관하게 지출되어야 하는 비용이므로 임차인이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휴업수당과 4대보험료 예시 : 서울고등법원 2021. 10. 1. 선고 2020나2022481 판결>
따라서 위 표의 예시의 경우 영업중단기간이 21일로 판단되었다면, [1300만원+120만원] X 21일/31일 = 약 960만원을 추가로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3️⃣ 인테리어 공사비용
임차인은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한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액을 돌려받는 것은 아니며, 사용기간에 따라 감가상각을 고려해 일부 금액이 감액될 수 있다.
간판 설치비
도배 공사
목공/수도/배관 공사
인테리어 필름 공사
전기 점검 및 전구 교체 공사
창호 공사
진열장 제작 비용
4️⃣ 정수기, 카드단말기 등 사용약정의 중도해지금
긴 기간을 예정하고 약정한 정수기나 카드단말기 등의 사용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통상적으로 해지 위약금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약금 역시 임차인이 영업을 중단함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므로, 배상받을 수 있다.
5️⃣ 이사비용
임차인은 새로운 점포로 이전하기 위해 지출한 이사비용도 배상받을 수 있다. 이는 임차인이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6️⃣ 변호사비용
<변호사비용 예시 : 서울고등법원 2016. 12. 7. 선고 2015나2056947 판결>
만약 임차인이 기존 점포주인들이 제기한 영업금지청구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그 소송에 지출한 비용도 배상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1심, 2심, 3심 변호사비용뿐만 아니라, 항소비용, 상고비용, 상환예정 소송비용까지 포함된다.
7️⃣ 기존 점주에게 지급한 손해배상액
임차인이 계속 영업을 한 결과, 기존 점주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받아 실제로 손해배상액을 지급했다면, 그 손해배상액에 대해서도 임대인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영업금지청구 소송의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부터는 임차인은 자신의 영업행위가 기존 점주들에게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던 상황이 된다.
따라서, 1심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기존 점주들과의 별다른 협의 없이 영업을 계속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경우, 이러한 추가 손해는 임차인의 결정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법원은 공평의 원칙에 따라 임대인이 손해배상액의 약 50%만 배상할 것을 결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기존 점주에게 지급한 손해배상액이 5,000만 원일 경우, 법원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2,500만 원만 배상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영업금지청구 소송의 1심 판결 이후에도 임차인이 영업을 계속한 데 따른 책임을 임차인에게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판단이다.
8️⃣ 약국으로 양도할 경우의 권리금과 일반 점포로 양도할 경우의 권리금의 차액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기존에 약국이 이미 존재하고 이를 승계한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영업금지 소송에서 패소해 더 이상 상가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임차인은 점포를 약국으로 양도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권리금과, 점포를 일반 상점으로 양도할 때 받을 수 있는 권리금 간의 차액만큼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의원이 밀집해 있는 상가의 경우 약국으로 양도할 때 권리금이 일반 점포로 양도할 때보다 약 50% 더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다(항상 그런 것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반 점포로 양도했을 경우의 권리금이 예를 들어 1억 4천만원이라면, 약국으로 양도했을 경우의 권리금은 2억 1천만원이므로, 이 차액인 7천만원만큼 배상을 받을 수 있다.
9️⃣ 그 밖의 사정
그 밖에도 상황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더 인정되거나, 반대로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월세를 인하해주었다면, 그 인하된 금액만큼은 손해배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이미 임차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한, 영업금지가처분 결정을 무시하고 계속 영업하는 경우, 법원에서 1일당 (예를 들어) 50만 원의 금액을 내야 한다는 간접강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만약 임대인과 임차인이 간접강제금을 분담하기로 약정했다면, 임차인은 그 비율에 따라 임대인에게 간접강제금을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담 비율이 50%라면, 임차인은 간접강제금의 절반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각 상황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나 비용이 달라질 수 있으며, 여러 요인들이 배상액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그러나 이 모든 금액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의할 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비용들을 100% 전액 배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법원이 임대인에게 모든 비용을 다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일부 감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70%만 인정한 사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1. 선고 2020나2022481 판결).
임차인이 영업 개시 1개월 전에 동종 업종 영업금지를 요청하는 통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치과를 개설했다.
8개월간 영업을 운영했으므로 인테리어에 대한 감가상각을 고려해야 한다.
휴업 전 매출이 감소한 점도 손해액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총 손해액이 총 1억 원이라면 법원은 70%에 해당하는 7천만 원만 배상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일부 감액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 마지막으로 임대인은 손해배상액에서 임차인의 미납 관리비나 미지급 차임을 상계할 수 있다.
즉, 임차인이 이전에 지급하지 않은 관리비나 차임이 있을 경우, 그 금액만큼 손해배상액에서 차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임차인이 영업을 중단한 이후의 차임과 관리비에 대해서는 상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업이 중단된 이후에는 임차인이 더 이상 점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기간에 대한 차임과 관리비는 상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
본 포스팅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치과와 약국을 예시로 들었으나, 영업금지청구소송에서 패소한 후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위 방법은, 당연히 약국, 의원, 한의원, 치과, 카페, 학원, 태권도장, 베이커리, 음식점 등 모든 업종에 적용가능하다.
한줄코멘트
임차인이 영업금지청구소송에서 패소하였더라도,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임대인 측은 업종제한약정을 인지하지 못했음에 대해 과실(실수)가 없음을 잘 입증해야 한다.
이때,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된다. 다양한 사정을 잘 주장하고 입증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배상받는 것이 변호사의 중요한 역량이다.
예를 들어, 영업 중단에 따른 휴업손해, 인테리어 공사비용, 중도해지금, 이사비용 등 여러 항목을 구체적으로 주장하여 손해액을 최대한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임대인 측이라면 각각의 비용의 근거에 대해 반박하면서 최대한 손해배상액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 되겠다.
임대인 측에서는 임차인에게도 업종제한약정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잘못이 있음을 주장해서 손해배상액을 어떻게든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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