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A는 길에서 교복 입은 여학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고, 같이 놀다가 친구 집에 데려가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여자가 만취 상태가 되어서 정신을 잃고 늘어져 있었는데 A는 여학생을 간음하였습니다.
이후 여학생의 부모는 이를 알게 되고 A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A는 자신이 여학생의 남자친구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결국 고소를 당하였고 A는 여학생에게 자신과 합의로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거짓진술을 해달라고 부탁할 계획입니다.
술 먹고 정신을 잃은 사람을 상대로 성관계를 하면 준강간죄가 됩니다. 물론 준강간죄도 여느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죄이므로 그 전제로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라야 합니다.
따라서 부부나 동거하는 사이라서 성관계를 함에 있어 특별히 허락받을 필요도 없고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일 리가 없다는 추정적 의사가 인정되면 준강간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물론 추정적 의사는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부부나 애인이라도 정신을 잃었을 때 성관계를 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한다면 촬영죄가 성립됨은 당연하고, 이 경우 성관계에 동의했을 리도 없으므로 준강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오늘 처음 만난 여자의 만취한 상황을 이용하여 성관계를 했다면 당연히 준강간이 되며,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아청법의 미성년자준강간죄가 되어 처벌이 매우 중해집니다. 미성년자준강간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입니다.
이 경우 피해자의 부모가 쉽게 합의해 주지는 않을 것이며 피의자는 감옥에 들어가서 5년 이상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눈앞이 캄캄할 것입니다.
그래서 A는 기껏 생각해낸 묘수가 여학생에게 자신과 합의로 성관계한 것이라고 거짓으로 진술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학생이 그 부탁을 들어줄 리는 없습니다.
만일 처음의 고소내용을 번복하고 “사실은 합의로 성관계를 한 것이다”라며 고소를 취소하게 되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부탁을 들어줄 리는 없습니다.
미성년자준강간 대법원 판례
甲은 지인 乙의 집에 가서 미성년자인 16세 丙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약 2시간 후인 오전 4시경 甲은 화장실에서 丙을 간음했다는 혐의로 고소되고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丙은 甲이 간음하기 이전에 이미 乙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검찰은 甲이 丙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했다고 판단하고 기소하였습니다. 하지만 甲은 丙의 동의를 얻어서 한 성관계라고 주장했습니다.
甲은 丙은 이 성관계 당시 “괜찮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丙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甲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丙을 간음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乙로부터 강간을 당한 직후 丙이 甲에게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지요.
법원은 심신상실이란 정신적 기능의 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항거불능 상태란 심신상실이 아니더라도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극도로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이 주요 내용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지 않으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丙이 수사기관 및 1심 재판 과정에서 甲의 간음 당시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丙이 당시 고등학생으로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직전에 乙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사실을 고려했을 때, 甲의 간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丙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乙로 인해 이미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甲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간음한 것은 명백히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정리하면, 丙은 당시 괜찮다는 말을 했고, 의식도 있어서 심신상실도 아니었으나 이후 甲으로부터 준강간을 당했다고 고소를 했고, 수사기관에서는 자신이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래서 1, 2심은 丙이 정신도 멀쩡했고 동의도 했으므로 준강간이 아니고 무죄라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에서 이를 파기하고, 丙이 수사단계부터 재판단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간음 당시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한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대법원은 사실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심을 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사실심인 1, 2심의 재판이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에 있어서 위법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지, 사실관계가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말이 상반되는 경우 법원은 증인신문과 피고인신문을 통해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고 유무죄를 판단합니다. 이처럼 사실심 법원에서 증거조사를 거치고 검증이 끝난 사실을 서류재판만 하는 대법원에서 번복하는 것은 직접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겉으로는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면서 마치 법리오해인 것처럼 말을 하지만 사실상 사실관계 판단에 개입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