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판례의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으나, 실제 인물, 장소, 배경 등은 모두 각색되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2023년 9월 어느 이른 새벽.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에게 받은 수십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뒤, 그대로 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폭언, 협박, 자해 암시, 그리고 1분 간격의 집요한 연락. 누구라도 불쾌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들이었습니다. A씨는 스토킹으로 고소했고, B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랑해서 그랬다”고 말이죠.
경찰은 이 대화 캡처를 핵심 증거로 사용했고, 결국 검찰은 B씨를 스토킹범으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B씨의 변호인은 또 다른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이거, 불법 녹취 아닙니까?” 대화 캡처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저장된 것이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주장은 간간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단호했습니다. “당사자 간 대화는 저장해도 위법하지 않다.” 다시 말해, 본인이 포함된 대화라면 그 내용을 저장하거나 캡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봐야 합니다. 대화 ‘캡처’는 괜찮은데, 대화 ‘녹음’은 안 되는 걸까요? 혹은 둘 다 괜찮은 걸까요? 이쯤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법은 이 모든 상황을 다르게 해석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당사자 참여 여부입니다.
대화의 당사자 본인이 내용을 저장하거나 녹음하는 건 대부분 적법하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제3자가 몰래 녹음하거나 저장하는 경우, 그건 명백한 불법입니다. 판례도 그 입장을 꾸준히 유지해왔습니다. 예컨대, 2018년 대전지방법원에서는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C씨가 직장 상사 D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사내 메신저와 카톡 대화를 모조리 캡처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했습니다. D씨는 격분하며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로 맞고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C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입증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이며, 증거 수집 과정에 위법성이 없다.” 이 판결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유사한 사건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대화 캡처를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바로 악의적인 편집과 허위사실 유포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말을 앞뒤 자르고 자신에게 유리한 문맥으로 바꿔놓는 경우, 이는 형법상 명예훼손, 심지어는 공문서 위조나 업무방해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2022년 부산지법에서는 E씨가 전 연인의 카톡을 조작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E씨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허위의 사실을 만들어내 타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상대방이 “왜 내 허락도 없이 대화를 저장했느냐”고 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포함된 대화라면 저장할 권리가 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 해석에서도 동일합니다.
물론, 이 대화 내용을 유포하거나 제3자에게 무단 제공한다면 그때부터는 ‘별개의 범죄’가 성립됩니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저장한 것”은 괜찮지만, “남을 공격하기 위해 퍼뜨린 것”은 문제가 된다는 말이죠.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녹음은 괜찮을까요? 당사자가 녹음한 경우라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2021년, 한 남성이 아내의 폭언을 몰래 녹음해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자신의 방어를 위한 정당한 증거 확보”라고 판단해 녹음파일을 채택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제3자의 대화, 또는 감청에 가까운 수준의 도청이라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합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공공장소에서의 대화’입니다. 예컨대 카페, 회의실, 단톡방 등. 이 경우는 더욱 민감합니다. 2023년 광주지방법원에서는 한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나눈 대화를 캡처해 SNS에 올린 G씨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모든 대화 참여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체방은 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준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캡처를 외부에 공개하는 건 위험하다는 겁니다. 또한 판례들은 **‘증거의 적법성’과 ‘증거의 효력’**을 철저히 구분합니다.
적법한 증거라도, 내용이 왜곡되었거나 문맥이 불분명하다면 증거 능력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카톡 캡처를 제출할 때는 가능하면 전체 대화 맥락을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일부만 잘라서 제출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포렌식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카톡 대화 조작 여부를 가리는 것이 쉬워졌습니다. 2024년 경남 창원지법에서는 H씨가 조작된 캡처 화면으로 상대방을 협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밀 분석 결과, 캡처 이미지가 편집된 흔적이 발견되었고, H씨는 사문서 위조 및 협박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즉, 이제는 “그럴듯한 이미지” 하나로 사람을 함부로 몰아붙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처럼, 카카오톡 대화 캡처는 강력한 무기이자, 동시에 양날의 검입니다. 제대로 쓰면 자신을 지키는 최고의 방패가 되지만, 잘못 쓰면 법정에서 되레 자신이 피고인으로 서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내가 대화의 당사자인지, 그리고 그 사용 목적이 정당한지, 그리고 공개 범위가 최소화되었는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캡처는 무조건 증거가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반드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대화 내용을 저장할 땐 원본 그대로, 제출할 땐 전체 맥락, 그리고 유포할 땐 정당성의 기준을 꼭 확인하십시오. 법정은 감정이 아닌 증거의 진정성과 사용 목적을 봅니다. 사람은 말을 바꿀 수 있어도,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록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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