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판례의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으나, 실제 인물, 장소, 배경 등은 모두 각색되었습니다.
2022년 4월, 전북 전주의 한 카페 앞. 20대 여성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가 보내온 수십 통의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경찰서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넌 나 없으면 못 살아”, “계속 피하면 너도 당할 줄 알아”, “집 앞에 있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A씨는 공포감에 떨며 경찰에 신고했고, 그날 바로 B씨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반면, B씨는 진술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랑했을 뿐입니다. 다시 만나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왜 처벌받아야 할 일이죠?”
데이트 폭력 사건의 전형적인 흐름입니다. 가해자는 “사랑해서 그랬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는 “이건 공포였다”고 말합니다. 이 둘 사이의 경계는 때로 아주 모호해 보이지만, 경찰과 법원은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합니다. 단순한 연인 간의 다툼이냐, 아니면 폭력·협박·스토킹에 해당하는 범죄냐는, ‘상대방의 의사와 감정’이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갈립니다.
“우리는 원래 이런 말도 하던 사이였어요”라는 해명은 이제 더 이상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2021년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스토킹처벌법은 연인 관계 안에서도 범죄를 아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자, SNS, 위치 추적, 몰래 기다림, 집 앞 방문, 일방적인 선물 등 모두 반복되면 처벌 대상입니다.
실제로 한 차례의 문자가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안 보면 섭섭해”, “오늘도 널 생각해” 같은 말조차, 상대방이 ‘싫다’고 했는데 반복된다면 형사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중요한 건, **‘그 말을 어떻게 했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느냐’**입니다.
2023년 1월, 경남 진주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연인 관계였던 여성에게 1주일간 176통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변호인은 “위협이 아닌 그리움의 표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상대방이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고, 메시지는 감정적 집착과 압박을 담고 있었다”며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메시지 내용보다도 상대방이 ‘싫다’고 했는가, 그 후에도 반복했는가입니다. 단순히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실제 수사 과정에서는 무고와 오해도 적지 않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데이트 폭력을 주장하며 고소한 사건들 중 일부는, 사실상 연애 감정이 식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2022년 서울 서초구에서는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를 “집착남”으로 신고했지만, 수사 결과 메시지는 단 3건, 내용도 “건강히 잘 지내라”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되려 허위신고에 대한 경고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어느 한쪽만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항상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합니다.
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적인가,
② 행위가 반복적이었는가,
③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는가.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고소는 각하되거나 무혐의로 종결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할 경우, “헤어진 사이”라든가 “원래 그런 장난이었다”는 말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합니다. 2023년 광주 북구의 한 사건은 그 점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20대 여성 C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D씨로부터 “한 번만 얼굴 보자”, “차라도 한 잔 마시자”는 연락을 받았고, 이를 스토킹으로 고소했습니다. D씨는 메시지가 단 2건이었고, 거친 표현도 없었습니다.
경찰은 양측의 과거 대화 내용과 메시지 빈도, 당시 감정 상태 등을 분석한 끝에 “처벌은 과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연락 그 자체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거부 의사를 밝힌 후에도 계속되었는가, 그 반복성과 강도가 결정적인 기준입니다.
또한 데이트 폭력에는 단순한 연락 외에도 신체적 폭행, 강요, 협박,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사건에서는 2022년 6월, 교제 중이던 남성이 여성을 억지로 모텔로 데려가려 한 행위가 문제 됐습니다.
여성은 거절했지만 남성은 차량으로 이동을 강요했고, 결국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습니다. 법원은 이를 강요죄와 주거침입미수로 판단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물리적 폭력’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면 폭력으로 인정됩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허위로 ‘성폭행’을 주장했다가 무고죄로 처벌받은 사건도 있습니다. 2021년 부산 해운대에서는 헤어진 연인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해, 성관계를 ‘강제로 이뤄진 것’이라 주장한 여성 E씨가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임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실형을 내렸고, 이 판결은 연인 간의 형사사건에서 무고의 책임이 얼마나 무겁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경찰도 요즘은 일방의 진술만 듣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CCTV, 문자, SNS, 주변인의 진술, 통화 녹음 등 종합적인 정황을 바탕으로 수사합니다. 감정 싸움에 치우쳐 허위신고를 하는 경우, 피해자 또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남기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랑은 자유지만, 폭력은 범죄”라는 원칙 아래, 모든 데이트 폭력 사건을 접수 즉시 형사사건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가해자 신변 확보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데이트 폭력 사건은 피해자 진술 + 메시지 캡처 + 녹음 파일로 입증됩니다.
따라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거를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단순히 ‘기억’이나 ‘감정’에 의존한 주장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약합니다. 법은 감정보다 팩트와 정황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렸을 경우에도, 침착하게 증거를 모아 자신의 진심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어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데이트 폭력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을 가장한 폭력은, 법정에서는 ‘범죄’로만 취급됩니다.
연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행위가 용납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저 ‘한 번쯤은 괜찮겠지’, ‘마음이 식어서 그런가 보다’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한쪽은 피의자가 되어 구속되고, 다른 한쪽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경찰과 법원이 데이트 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제 명확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행동’, ‘감정’이 아니라 ‘반복성’, 그리고 ‘내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의 공포심’입니다. 그 경계선을 모르고 무심코 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랑의 주인공이 아니라, 범죄의 피의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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