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맹지를 사다니?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맹지를 사다니?
해결사례
사기/공갈매매/소유권 등손해배상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맹지를 사다니? 

정현주 변호사

손해배상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맹지를 사다니?

공인중개사의 말만 듣고 맹지*를 샀다. 이렇게 어이없는 일도 있을까? 돈도 돈이지만 이제와서 '자신의 책임이 없다.'라고 발뺌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공인중개사를 사기로 고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은 실제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나는 남양주에서 나름 잘 나가던 공무원이다. 그런데 한 평생 일만 하다가 명예 퇴직이 다가오자 평생 차근 차근 모은 돈을 토지에 투자하여 재테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남양주에 있는 이 토지들은 앞으로 몇 년 간 개발이 예정되어 있고, 곧 신도시도 들어올 예정이라 미리 적당한 토지를 매입하여 건물을 짓기만 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지를 투자한다는 것은 어렵고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나는 동네에서 수십년 간 살면서 믿을 만한 공인중개사에게 컨설팅을 받아보기로 했다. 나름 베테랑인 사람에게 컨설팅을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처음 소개와 달리,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은 공인중개사가 아니고 단순히 컨설팅만 해 주는 사람이며, 실제 공인중개사는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남양주를 비롯하여 개발지구에서만 20년이 넘게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토지는 정말 저렴하게 나온 물건입니다. 지금은 논이지만 매도인이 건물 신축을 위해 알아본 제안서도 여기 있습니다.'

그는 매물에 대하여 건물 신축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제안서'까지 보여주며 나를 설득했다. 요약하자면 매도인이 이 토자를 상속받아 가지고 있는데, 이제 곧 근처 토지가 개발이 될 것이 확실해지면 건물을 신축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매도인이 토지를 신축하기 위해 용폐율까지 알아봤고 이 토지는 건물 신축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나는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많은 고민 끝에 이 토지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컨설팅을 해주진 않았지만 같은 회사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공인중개사도 매매계약서를 쓰는 자리에서 함께 만났다. 매도인의 대리인이 참석한 자리에서 도장도 찍고 소유권이전등기도 무사히 경료하였다. 그런데 며칠 뒤에 건물을 신축하려고 알아보니, 이 토지가 '맹지' 즉 주위에 연결된 도로가 사도로 건물을 신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곧장 공인중개사와 컨설팅회사에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측에서 하는 말이 더욱 황당했다. '자기들은 건물 신축이 가능하다고 하는 매도인의 이야기만 들었지, 토지의 근처 도로 소유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위토지현황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나도 황당하여 우선 이 일을 해결하려고 몇 개월에 걸쳐 사방으로 알아봤다.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그 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고 이들을 '사기죄'로 고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맹지를 사게 된 손해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면서 말이다.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맹지를 사게 된 경우,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란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또한 기망행위란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임을 요하지 않는다(대법원 2007. 10. 25. 2005도1991판결).

그렇다면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일까?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대법원 1998. 12. 8. 98도3263판결).

위 사례에서 결국 매수인이 '맹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이므로 공인중개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매도인에게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이 인정된다.

그런데 위 공인중개사가 맹지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음으로 인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을까? 만약 정말로 맹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라면 어떠할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만약 위 공인중개사가 실제로 맹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또한 맹지라는 것을 속이고 팔았더라도 별다른 재산상이익을 취득하지 못하였다면(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았음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면) 사기죄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재신상 이득과 관련하여 판례의 태도가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어떤 재산권이나 재산상의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법원을 기망하여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한들 그 소행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73. 9. 25. 73도1080판결). "이라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판례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최근 공인중개사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공인중개사가 장담을 하면서 매매계약을 무리하게 체결하려고 했다가 계약이 해제되거나, 또는 당연히 전해야 할 사항을 매도인이나 매수인측에 전하지 않아 이후 문제가 되거나, 매매계약에 대한 성실의무를 위반하여 위 사례처럼 맹지를 매수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물론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이런 모든 경우에 공인중개사에게 사기죄로 고소를 하기는 어렵다. 또한 민사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과실상계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기 전에는 사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사기죄로 고소를 진행한 이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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