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에서 조정권고란
법원(재판장)의 직권으로 처분청(피고)에게는 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할 것을 권고하고, 원고에게는 이와 같이 처분청이 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하게 되면 소를 취하할 것을 권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법원이 이러한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마련하여 처분청에게 「의사확인서」를 보내고, ② 처분청이 권고안을 수락한다는 의사표시를 회신한 후 ③ 권고안에 따라 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을 하면 ④ 원고 역시 소를 취하하게 됩니다.
소송 초기에 조정권고가 있게 되면 당사자(원고) 입장에서 조기에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상당한 장점이 있습니다. 2024년 제정된 행정소송규칙은 행정소송에서의 조정권고를 명문으로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도 실무상 이러한 조정권고가 활용되어 왔습니다.
왜 판결이 아닌 조정권고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지
당사자에게 불이익한 제재처분(예컨대 영업정지처분, 징계처분 등)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 있어 많은 경우 그 진의(眞意)는 처분 자체의 취소보다는 처분의 감경을 구합니다. 말하자면 잘못한 것은 알지만 좀 깎아달라는 주장입니다.
당사자가 처분의 감경을 희망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행정심판에서는 깎아줄 수 있지만, 행정소송에서는 깎아줄 수 없습니다. 행정심판의 경우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청을 대신하여 처분을 직접 할 수 있지만(처분 명령을 할 수도 있습니다), 행정소송의 경우 법원이 행정청을 대신하여 처분을 직접 할 수는 없고 취소(또는 무효확인) 여부만 결정하게 됩니다. 즉 처분사유가 인정되지만 그 제재처분이 과하다는 판단을 법원이 하게 되더라도 직접 제재처분을 감경할 수는 없고 처분 자체를 취소해야 합니다. 이는 재량처분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원이 소송 초기부터 제재처분이 과하다는 심증을 갖는다면 굳이 시간을 들여 판결까지 갈 것이 아니라, 처분청에게 처분 변경의 기회를 부여하고 처분청이 이를 수용해서 직권으로 취소 또는 변경한다면 매우 합리적인 분쟁 해결 방식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변론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조정권고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간혹 영업정지처분의 집행정지를 받아서 집행정지 기간 동안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조정권고에 의한 분쟁 해결은 필요치 않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조정권고로 분쟁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지
조정권고가 많이 활용되는 경우는 영업정지, 운전면허취소, 징계 등과 같이 제재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이 대표적이나, 그 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사건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원에서 무조건 조정권고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쉽게 얘기해서 소장만 척 봐도 다른 판례에 비추어 처분이 과하다는 판단이 들 수 있는 사안이어야 합니다. 법원에서 조정권고를 시도한다는 것은 원고에 대한 유리한 심증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처분청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제로 처분청의 대응 방식도 그러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송 초기에 법원의 조정권고가 없으면 원고가 패소하는 사건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처분의 근거되는 법령에서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당사자가 과징금 대체를 희망하면서도 처분청에 그 의사를 미처 밝히지 못한 경우, 반대로 과징금 대체를 희망하는 의사를 밝혔으나 그 후 의사가 바뀐 경우(예컨대 영업이 잘 되지 않아 과징금보다 오히려 영업정지가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원고의 의사에 따라 조정권고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집행정지 결정 단계에서의 조정권고
집행정지 결정을 하는 단계에서도 조정권고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역시 조정권고안에 대한 수용의사를 확인한 후 그 의사를 반영하여 집행정지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영업정지처분 3개월(기간: 2025. 3. 1. ~ 2025. 5. 31.)에 대하여 영업정지처분 1개월(기간: 2025. 4. 1. ~ 2025. 4. 30.)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정을 권고하였고 처분청이 이를 수용하였다면, 집행정지는 영업정지 3개월(기간: 2025. 3. 1.~2025. 5. 31.) 처분 중 2025. 4. 30.을 초과하는 부분의 집행을 일정 기간(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하는 내용으로 하게 됩니다.
행정처분의 경직성이 인정되는 분야, 행정소송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행정기관은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한 행정영역에서 경직되거나 엄격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공익(公益)으로 대변되기도 하지만, 응당 이루어져야 할 사익(私益)과의 비교형량에 인색한 경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지역언론에 보도된 공무원의 비위행위, 기관장의 정치적 기조와 상반되는 위반행위, 성풍속을 해하는 위반행위, 제재처분의 기준이 행정규칙으로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는 위반행위, 국가 예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장애등급결정 등입니다. 이들 사안의 경우 행정심판에 의한 구제도 쉽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행정소송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행정처분은 조정권고로 해결될 여지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행정심판 결과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승소 가능성을 잘 타진하여 행정소송 제기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차 변호사 주요 약력]
법무법인 세영 파트너 변호사
사법시험 47회, 사법연수원 37기
고려대 법학과 졸업 / 경북대 석사(과학수사학), 박사(법학, Ph.D)
대구광역시 법무담당관(지방서기관), 행심위/소청위 간사장
한국산업단지공단 법무지원센터 변호사
국선전담변호사(국민참여재판 전담)
지자체/공공기관 외부 인사위원
한국비교공법학회 부회장, 한국부패방지법학회 감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계명문화대 경찰행정과 책임교수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해석자문단(제2기)
신용보증기금 소송위임변호사
대구광역시 행정심판위원
대구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
한국부동산원 정비사업자문위원
대구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경북개발공사 기술자문위원
경북도립노인전문요양병원평가위원
법제처 법제자문관
각종 공익활동(대법원/군사법원/논스톱 국선변호인, 경찰서 민원상담 변호사, 경찰서 민원조정위원, 시청/구청/복지관 무료상담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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