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제출 휴대폰 포렌식, 함부로 증거 사용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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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제출 휴대폰 포렌식, 함부로 증거 사용 NO! 

김차 변호사

휴대전화(정보저장매체) 압수의 문제점

 

아이폰 15 프로를 기준으로 할 때 RAM이 8GB, 내장 메모리가 128GB ~ 1TB 정도나 되므로 휴대전화가 갖고 있는 정보처리량은 엄청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기기 간 동기화로 다른 기기에서 생산ㆍ저장된 정보를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고, 데스크톱과 동일하게 정보통신서비스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 공간에서 검색, 시청, 다운받은 이력 등의 데이터도 부지불식간에 캐시(cache)에 저장됨으로써 그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휴대전화가 그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면 은밀한 사생활을 포함하여 휴대전화 사용자의 엄청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그로 인한 위험은 비단 범죄와 같이 부정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같이 수사에 활용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특정의 범죄혐의사실로 휴대전화가 압수되었다면 휴대전화 속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의 일상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인계되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성직자가 아닌 경찰관에게 고해성사(告解聖事)를 하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압수의 방식이 임의제출에 의한 것이든 압수ㆍ수색영장에 의하든 그 결과에 있어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렇듯 휴대전화와 같은 ‘정보저장매체’의 압수는 결국 그 안에 저장된 광범위한 데이터에 대한 것이어서, 일반적인 압수ㆍ수색의 목적물, 예컨대 승용차 안에 있는 필로폰, 안방에 보관되어 있는 돈다발 등에 대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습니다.

 

전자정보의 압수 방식

 

압수ㆍ수색ㆍ검증과 같은 대물적 강제수사는 ① 범죄의 혐의 ② 강제수사의 필요성 ③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을 요건으로 하고, 원칙적으로 판사가 발부한 사전영장을 필요로 합니다(형소법 제215조). 특히 정보저장매체(휴대전화)를 통해 전자정보(휴대전화에 저장된 데이터)를 압수ㆍ수색하는 경우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 요건이 중요하게 되고, 이를 엄격하게 통제할 필요성 또한 큽니다. 이는 당사자의 임의제출 방식에 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 임의제출은 수사 협조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임의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강제수사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양자 간의 실질적인 차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법은 정보저장매체가 압수의 목적물로 되어 있더라도 이에 저장된 정보를 압수하기 위해서는 그 범위를 정하여 출력ㆍ복제하여 제출받도록 하면서, 이러한 방법만으로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 등에는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형소법 제106조 제2항). 다만,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규정)에서는 우선적으로 현장에서 정보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정보 전부를 복제(하드카피, 이미징)하여 그 복제본을 수사기관 등 다른 장소로 반출하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제41조)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반출하는 집행 방식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소지하는 정보저장매체는 통상 그 자체를 압수하는 방식이 빈번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전자정보매체에 수록된 전자정보를 탐색하여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추출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 역시 압수ㆍ수색의 집행에 해당하고, 관련이 없는 전자정보를 추출하게 되면 위법한 압수ㆍ수색의 집행이 됩니다. 일반영장이 금지되는 것은 전자정보의 압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관련성 여부의 판단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혐의사실을 기준으로 하게 됩니다.

 

임의제출 휴대전화의 전자정보 압수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의 방식으로 건네받아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경우에도 사전영장에 의한 압수ㆍ수색과 동일한 방식으로 집행됩니다. 압수조서를 작성해야 하고, 압수목록도 작성하여 소유자 등에게 교부해야 하는데(형소법 제129조, 제219조), 실무상 정보저장매체(휴대전화)를 임의제출에 의해 압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관련 전자정보를 임의제출에 의해 압수하는 경우에도 그에 관한 압수조서를 작성하고 압수목록을 작성ㆍ교부하고 있습니다.

 

다만, 임의제출의 경우 영장이 없으므로 관련 범죄혐의사실을 어떻게 특정할지가 문제되는데, 임의제출의 특성상 제출자의 의사가 중요하게 됩니다. 제출자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압수의 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에 대해 대법원판례는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제출자의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은 경우,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가 임의제출되어 압수된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전자정보를 압수하고자 하는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와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임의제출의 방식으로 압수할 때, 제출자의 구체적인 제출 범위에 관한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인해 임의제출자의 의사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된다. 이때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는 범죄혐의사실 그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그 관련성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 수사의 경위, 임의제출의 과정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고, 범죄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대표적인 예로, 경찰이 카메라등이용촬영(카촬)으로 신고가 된 사건의 조사를 위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방식으로 촬영된 다수의 영상물을 발견한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도4938 판결 참조).

 

실제로도 경찰이 압수ㆍ수색영장을 받는 대신 피의자를 설득하여 임의제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경찰이 특정 범죄혐의사실에 따른 압수임을 명확히 하고 피의자가 이를 전제로 임의제출을 하였다면 그로부터 추출된 전자정보는 그 범죄혐의사실의 입증을 위해서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야 하고, 다른 범죄사실(별건 범죄사실)의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압수절차(피압수자 측의 참여권, 영장주의 등)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

 

정보저장매체를 반출하여 그 안에 든 전자정보를 탐색하여 해당 전자정보를 출력ㆍ복사하는 과정에서는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 보장이 특히 중요합니다.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선별적으로 압수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참여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는 위법한 압수가 되고, 그로부터 취득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간혹 경찰에서 포렌식을 통해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이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참여하더라도 별 소용이 없다고 피압수자를 설득하는 일이 있지만, 참여권이 배제되는 경우 관련성에 관한 사전적 의견 제시가 봉쇄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다만, 판례는 카촬 사건 피고인의 검거 현장에서 피고인과 함께 휴대전화를 탐색하여 그 안(갤러리)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동영상을 발견한 경우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도6730 판결). 앞서 본 판례사안, 즉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방식으로 촬영된 다수의 영상물을 추가로 발견한 경우에 있어,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고 피고인이 영상물에 관한 촬영 시기, 장소를 쉽게 알아보고 구체적 진술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압수목록이 교부되지 않은 절차상 하자도 문제 삼지 않은 바 있습니다.

 

 

별건 범죄혐의의 발견과 영장주의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가 아닌 경우에는 별도의 압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에 대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위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례의 경우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신고하면서 피고인의 휴대전화 2개를 임의제출 하였는데, 그중 하나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동영상과 관련된 범죄사실은 신고한 범죄사실과 시간적으로 상당한 간격이 있고, 피해자 및 범행에 이용한 휴대전화도 전혀 다른 것이어서 이를 압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사전영장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위법수집증거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추가로 확인된 전자정보가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성(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이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김차 변호사 관련 경력]

  • 법무법인 세영 파트너 변호사

  • 사법시험 47회, 사법연수원 37기

  • 고려대 법학과 졸업

  • 경북대 과학수사학석사(과학수사, 법의학, 보건의료 전공) / 경북대 법학박사(행정법 전공)

  • 국선전담변호사(성폭력/국민참여재판 전담 재판부)

  • 경찰서 민원상담 변호사, 경찰서 민원조정위원회 외부위원(현)

  • 군사법원 국선변호인(현)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현), 계명문화대 경찰행정과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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