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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공판을 받는 피고인은 첫 공판기일 전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자백할지 부인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공소사실의 인부라 합니다. 자백은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부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입니다.
공소사실 인부는 형사책임을 질지 말지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오늘은 공소사실 인부를 결정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공소사실 인부의 중요성
1. 공판진행 방향 결정
공소사실 인부에 따라 이후 재판진행 절차가 달라집니다. 공소사실을 자백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에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1회 공판기일로 재판이 종결되거나, 늦어도 2회 기일에 재판이 종결됩니다.
공소사실을 부인하였다면 각종 증거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회에 걸쳐 재판이 진행되고 심리도 길어집니다. 큰 사건의 경우 공판만 몇 십차례 열리기도 합니다.
자백과 부인에 따라 공판이 진행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공소사실 인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2. 공판조서의 증명력
법관 앞에서 한 공소사실 인부 진술은 공판조서에 기재됩니다. 공판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1조에 의해 별다른 제한 없이 바로 증거로 인정됩니다.
제311조(법원 또는 법관의 조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이나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법원 또는 법관의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증거로 할 수 있다. 제184조 및 제221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작성한 조서도 또한 같다.
공소사실 인부는 피고인이 법관 앞에서 직접 진술을 한 것이므로, 그 신용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어 증명력이 매우 높습니다. 공소사실 인부를 잘못할 경우 추후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공판조서가 나중에 다른 사건의 중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공소사실 인부 결정방법
1. 판단기준
공소사실을 자백할지, 부인할지는 공소사실이 피고인 본인이 경험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합니다.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공판을 받는 피고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면 자백하고 선처를 받고, 진실이 아니라면 부인하는 것이 낫습니다.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남기 마련이며, 피해자의 진술과 범죄 경위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공소사실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에 반대되는 증거가 있으며 피해자의 진술에 무언가 납득되지 않는 점이 존재합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위 점 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공소사실 인부를 결정하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피고인 본인이 경험한 사실입니다.
2. 예외
예외적으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공소기각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죄가 될 수 없는 사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가. 법리상 무죄
예를 들어 상간자가 부부중 일방과 간통하기 위해 부부의 집에 들어가는 행위는 이전에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0도12630 판결에서 주거침입죄 성립을 부정하였으므로, 이후에는 상간자가 더 이상 처벌받지 않습니다.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 처분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는 2자간 명의신탁·3자간 명의신탁·계약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처분한 경우 업무상 횡령죄를 인정하였으나, 판례가 변경되면서 더 이상 업무상 횡령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나 법리상 무죄 주장이 가능하다면, 공소사실을 부인할 수 있습니다.
나. 공소기각 사유 존재
폭행죄, 명예훼손죄와 같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처벌받지 않습니다. 때문에 공소제기 후 피해자와 합의하였다면 이를 주장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관세법 위반, 가맹사업법 위반 등 일부 범죄의 경우 관세청장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고발이 공소제기의 조건에 해당하므로, 고발이 없다면 이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다. 죄형법정주의 위반
법률이 범죄로 규정한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입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공소장에 기재된 형벌법조를 면밀히 분석한 후, 공소사실이 형벌법조에서 금하고 있는 행위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 제154조 제2호에서는 “제4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제80조의 규정에 의한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한 사람”으로 정하여 원동기장치자전거 무면허 운전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 법문 상 면허를 받지 않고 운전한 자를 처벌할 뿐 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운전한 자를 처벌하는 문구가 없는바,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7725 판결은 피고인이 원동기장치자전거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운전한 행위에 대해 죄형법정주의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3조는 무면허운전 등을 금지하면서 “누구든지 제80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거나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에는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여, 운전자의 금지사항으로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한 경우와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를 구별하여 대등하게 나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운전면허를 받지 아니하고’라는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운전면허를 받았으나 그 후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경우’가 당연히 포함된다고는 해석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7725 판결
라. 위법수집증거
형사소송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영장주의 위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 피의자의 참여권 없이 취득한 전자정보 등 법률이 정한 절차에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라 합니다.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면 이는 증거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유죄의 증거가 위법수집증거와 피고인의 자백 뿐이라면 피고인의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인데, 피고인의 자백 외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없다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10조)
증거기록을 검토해 보니 범죄의 주요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었고 이외 범죄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 위법수집증거를 이유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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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 인부는 형사공판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입니다. 공소사실 인부진술에 따라 형사책임 유무가 결정될 뿐 아니라, 이후 사건에서 중요증거로 사용되므로 한번 한 인부진술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인부진술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중하게 생각하고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얻은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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