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상 고객 스트레스,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형사고소
먼저 개업한 선배들에게 진상 고객을 잘 대응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병원에 진상 고객이라니,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충분히 보았기 때문에 별생각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병원에 출근하기가 무섭다. 어제도 병원 문 앞에 붙어있던 흉측한 대자보를 떼어 냈는데,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을지 공황장애가 올 정도였다. 이 정도 진상이면, 업무방해로 고소가 가능하다고 하던데, 이제 내가 대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 다음은 실제 의뢰인 이야기를 각색한 것입니다.
정확히 일 년 전, 대학병원에서 진료할 때만 하더라도 내가 개인 병원을 개업할 거란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일단, 대학병원에서 진료 때문에 일에 치여서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까지 아껴서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내가 의사인지 로봇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문득 조금 무리해서 대출을 하더라도 개인 병원을 시작하기로 했다.
대학병원을 그만두기 전부터 병원 자리를 알아보고 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고맙게도 아내가 적극 도움을 주어서, 나는 아내가 후보로 선택한 자리를 방문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대출도 딱 내가 희망하는 금액이 제시간이 나온다고 한다. 일이 술술 잘 풀린다.
사실 병원은 자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는데, 권리금을 너무 크게 주고 병원을 인수할 수 없어 원래 손님이 별로 없다는 병원을 인수했다. 이곳은 권리금 없이 그대로 병원 인테리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아주 조그만 손을 보면 새 병원처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환자는 권리금으로 생각했던 예산만큼 적극적으로 유료 광고를 하기로 했다. 요즘 다 모바일로 검색하고 병원을 찾으니 온라인 광고를 하는 편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개업하고 일주일. 하루에 환자 몇 명밖에 오지 않았지만 뛸 듯이 기뻤다. 당장 환자를 늘릴 걱정보다 로봇처럼 진료하는 대학병원이 아니라 내 병원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2주 차부터 재미난 일이 생겼다.
병원 쇼핑이라고요?
먼저 개업한 선배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선배가 하는 말이다. 병원 쇼핑하는 사람들 조심해 그중 진상도 다수 섞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본인이 인플루언서라고 하면서 갑질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도 적당히 맞추어 주라는 것이다. 어차피 한 달 이내 사라진다며 조금만 참으라고 한다.
병원 쇼핑이란 마치 쇼핑하듯 병원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크게 아프지 않더라도 진료를 해 달라고 하는 환자라고 한다. 특히 새로 생긴 병원은 마치 의사를 간 보듯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도 이런 사람들에게 호되게 당했다. 그리고 뒤늦게 선배를 통해 이런 사람들을 병원 쇼핑하는 사람이란 말을 들었다.
1년 정도 시간이 흘러 이제 병원이 꽤 안정화되었다. 병원 식구도 5명이 되었다. 혼자서 진료하기 힘들어 후배를 설득해서 진료원장 타이틀로 2명이 진료를 같이 보았다. 야간진료까지 해서 그런지 대학 병원 수준으로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내 병원이란 생각을 하니 실적 때문에 상담 시간 눈치 보지 않고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제대로 진상 고객(환자)를 만났다. 환자가 요구하는 치료를 할 수 없는데도 계속해서 무리하게 진료해 달라고 우기는 것이다. 내가 정중하게 거절하자 이제 간호사를 들들 볶았다. 안타깝게도, 간호사의 친절한 대응이 오히려 화가 되었다. 처음부터 냉정하게 잘라야 했는데, 너무 늦게 실수를 알았다.
그 다음날부터 진상 고객(환자)는 병원 앞에서 일인 시위를 시작하고, 출입문에다 빨간색 글씨로 ‘허수아비 의사다’라는 흉측한 대자보를 붙여 놓기도 했다. 이날부터 거의 매일 전쟁이었다. 다른 환자에게 피해가 갈까 봐 밤에도 지키고 낮에도 일찍 출근해서 주변 정리를 해야 했다. 나도 간호사도 공황장애가 올 정도가 되자 그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대표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하니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업무방해뿐 아니라,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까지 한꺼번에 형사 고소할 수 있다고 한다. 진상 고객(환자)가 병원 홈페이지에 남긴 댓글, YouTube 채널의 댓글을 모두 캡처해 두어 그 사람이 댓글을 지운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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