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범죄 피해자 전문 김민정 변호사입니다^^
성범죄는 은밀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 있는 경우가 흔하고 피해자 진술만 가지고도 유죄판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 피고인측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만 제대로 탄핵하면 무죄를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란 무엇일까요? 재판부에서 피해자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 구체적 기준에 대한 판례를 소개하겠습니다.
2006도5407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경험칙상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점, 범죄행위의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진술이 주된 근거가 되어 제1심에서 피고인에게 중형이 선고된 후 항소심에 이르러 피고인의 증거신청에 의하여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진술의 진실성에 대해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부터 추궁을 당하게 되면 과연 자신의 기억이 맞는지에 관하여 의심을 품게 되고 이에 따라 단정적인 진술을 피하고 모호한 진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 점, 이와 같은 가능성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범죄로 인한 피해보상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더욱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그 1)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2)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3)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표현상의 차이로 인하여 사소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최초의 단정적인 진술이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바뀌었다고 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1)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2)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3)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경험칙이란 각개의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물의 성상이나 인과의 관계에 관한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경험칙을 도출하기 위하여서는 그 기초되는 구체적인 경험적 사실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성폭력 범죄는 성별에 따라 차별적으로 구조화된 성을 기반으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므로,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며, 피해상황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누구든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고, 피해상황에서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나이, 성별, 지능이나 성정, 사회적 지위와 가해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여부는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상황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러한 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섣불리 경험칙에 어긋난다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1)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지 않거나, 2)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 부분이 있거나, 3)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면 반대신문을 통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적극적으로 탄핵할 수가 있게 됩니다.
다만 1)진술의 일관성과 관련하여, 지금은 가해자측이든 피해자측이든 다 알고 계십니다. 상담하러 오셔서 "제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어야 한다던데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진술이 어느 정도까지 일치해야 할까요? 수사단계부터 공판단계까지 토씨 하나도 안 틀리고 진술이 동일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달라진 진술이 과연 진술의 주요한 부분인지 사소한 부분인지 잘 파악해야 합니다. 재판부에서는 표현상의 차이로 사소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거나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변했다고 해서 바로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피해자가 스스로 진술을 번복하였다면 어떨까요? 진술의 일관성이 깨지는 전형적인 경우가 되겠죠!
하지만 판례는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진술의 일관성이 깨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ㆍ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친족성폭력의 미성년)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달리 물적 증거 또는 직접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 내용이 사실적ㆍ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설령 표현방법이 미숙하여 진술 내용이 다소 불명확하거나 표현상의 차이로 인하여 사소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하여도,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2) 경험칙상 피해자의 행동이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일 경우에는 무죄판결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부분 때문에 무죄 판결이 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여부는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상황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러한 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섣불리 경험칙에 어긋난다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할 때는 "성인지 감수성"도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피해자답지 않음"을 주장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일시 이후에 SNS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업로드하는 경우, 가해자측에서 이를 신속히 캡처하여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하여 피해자측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없다고 주장할 수 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자료를 제출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대방의 주장도 어느정도 예상하면서 입증취지를 잘 구성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아래는 실제 판결 중 성인지감수성을 원용한 부분입니다.
즉,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성폭력 범죄에서 정형화된 '피해자다움'이란 상정할 수 없고, 성폭력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에 반드시 전형적인 어떤 모습이 드러다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일종의 편견에 불과하다.
(실제 하급심 판결 내용 중 일부)
2023년 법원도서관이 발간한 젠더법 실무연구집에 따르면,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적 맥락을 고려할 때 그 이례적 행동의 이유가 설명될 수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김선화 판사의 의견입니다.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범행 전후 맥락을 심층적으로 볼 때 피해자의 행동이 수긍될 설명이 가능하다면 법관의 의심을 극복해야된다는 것입니다.
위 주장에 따르면, "피해 직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정,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성인지감수성을 원용한 78개 판례를 분석한 결과 2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유죄판단이었다고 합니다.
3)무고의 동기와 관련하여 보겠습니다. 주로 피해자측에서 금전 요구를 하였던 경우가 해당되며, 그외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들킬까봐 허위진술을 하는 경우, 가해자와의 갈등으로 복수심에 허위진술하는 경우 등 숨겨진 동기가 있을 수 있으니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피해자의 무고의 동기가 밝혀지는 경우 피고인은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이며, 이 경우 피해자는 무고죄로 처벌될 가능성까지 있음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김민정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를 11년간 전담하여 대리하였기 때문에 성범죄에 관한 압도적인 데이터와 경험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신청해주시면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그 방향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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