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약간의 각색을 거쳤습니다.
변호사라면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그 사건입니다.
어느날 피해자 아버님이 찾아오셨는데 너무나 반듯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오셨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버님은 딸에게 지적장애2급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남은 가족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열심히 돈을 버셔서 어느정도 경제적 안정도 이루셨습니다.
이제는 마음을 좀 놓아도 되겠다고 생각할 때쯤, 딸을 친척집에 맡기고 부부가 짧게 해외 여행도 다녀오셨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부재한 사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친척에게 소중한 딸이 추행을 당하였다며 너무 원통해하셨습니다.
딸은 부모님이 상처받으실까봐 바로 털어놓지도 않았고 몇년이 지난 후에야 상담 선생님께 피해 사실을 알렸지요.
하지만 가해자측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아예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며 범행을 적극 다투었고,
친척들은 피해자의 편에 서기도, 가해자의 편에 서기도 하면서 우애 좋던 친척들 사이도 금이 갔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범행은 한 차례도 아니고 두 차례였습니다.
물론 특정된 게 두 차례였을 뿐이고 더 있었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는 더이상 구체적으로 진술해내지 못하였습니다.
지적장애인의 진술은 그 특성상 당연히 날짜가 틀릴 수도 있고, 진술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으레 그렇듯이, 믿을 것이 못됩니다. 장애인의 기억도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구요.
가해자측에서 그러한 불완전한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탄핵할 때, 피해자 변호사로서 가장 참담함을 느낍니다.
이 사건 역시 가해자측에서는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한 일시에, 범행장소에 없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사실조회를 신청하기도 하였습니다. 피해자 아버님 역시 뭐라도 증거를 찾으시려고 범행 일시의 5년 전 동네 마트 결제 내역까지 다 뒤지셔야 했지요.
피해자 아버님과 몇 차례나 통화를 하고 몇 차례나 면담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선고 전까지 함께 마음을 졸였습니다. 다행히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3년이 나왔고 가해자는 법정구속되었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성추행 피해아동의 진술의 신빙성 판단기준,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진술의 신빙성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원용하였습니다.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그 진술이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 점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지적 장애에 비추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허위로 꾸며내어 진술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제3자로부터 암시나 유도를 받아 진술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판결이 선고된 그 날, 법정에는 피해자측과 가해자측 모두 앉아 있었습니다.
피해자측과 가해자측은 한때 피해자 아버지의 넓은 별장에서 엄청난 양의 김장을 함께 하며 나누어먹던 친척지간입니다. 이제는 얼굴을 보는 것조차 싫은 사이가 되었지만요.
법정구속이 되었지만, 가해자측은 사과 한 마디 없이 법정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항소하였고, 비슷한 내용으로 다시 다투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알기에
피해자와 피해자 아버님이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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