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에서 전관출신 변호사 꼭 선임해야 할까?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반대를 무릅쓰고 나는 친구와 동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주식회사를 만들어 공동으로 대표를 맡아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친구는 오래전부터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전문가여서 개발팀을 직접 이끌었고, 나는 은행쪽 출신이라 자금 담당을 맡았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회사가 성장하고 장미빛 미래가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업을 한 친구와 사소한 문제로 크게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결국 그 일을 계기로 감정 싸움을 거듭하다가 나는 회사를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했지만.. 이대로 계속 마음 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아예 새 출발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미 회사를 어느 정도 일군 경험도 있으니 예전보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몇 주 뒤,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았다. 말을 들어보니 내가 회사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고소장이 접수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 전화인가' 라고도 생각했다. 내가 고소를 한 것도 아니고 고소를 당한 피의자 입장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며칠 전까지 싸우다가 나온 그 친구가 떠올랐다.
분명히 그 녀석이
날 고소한 것이다!
경찰서에 고소까지 한 것을 보니 나를 완전히 물 먹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나도 맞고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는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결백하지만 털어서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나겠다 싶어서 실력있는 변호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형사소송은 수임료가 비싸더라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조언을 주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전관예우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말이 진짜일까? 또한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우루루 쏟아지는 소위 형사전문펌도 왠지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전관출신 변호사?
'형사소송'에서 소위 말하는 전관출신 변호사를 반드시 수임해야 할까? 그렇다면 전관변호사가 가진 강점이 무엇이며 그 강점이 나에게(나의 사건에서) 정말로 작용할까? 이런 의문이 많이 들 수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검사직무대리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 담당 검사님과 같은 검사 출신 윗 기수 변호사가 사건을 변호하게 되었다. 그 변호사는 담당 검사실에 종종 연락을 했고, 커피를 한 잔 하자며 계속 찾아왔다(원래 검사실에는 조사 참여 등 시간을 조율해야만 입구에서 확인을 하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담당 검사님은 처음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조금 대응해 주시다가 이후 연락을 완전히 피했고, 결과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좋지 않게 나왔다.
나 또한 매달 경찰서를 드나들면서 수사관님들과 편하게 대화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사는 이야기도 가끔 하지만, 막상 같은 경찰서에 입회를 하러 가게되면 목례만 하고 사건 이야기를 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상호간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관변호사에게 기대하는 것
전관변호사는 수사 절차에 대한 지식이 많을 수 있다. 아무래도 경찰조직이나 검찰조직에서 오래 몸 담았을수록 수사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높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듯이 경찰이나 검찰 인맥이 좋을 수도 있다. 또한 판사전관 변호사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변호사이다. 경험도 많고 무조건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의뢰인들이 전관변호사에게 최종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수사절차 또는 과정에서의 편리성이나 인맥보다는 기대하는 좀 더 관대한 처분(또는 무죄)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변호사들은 오히려 동기 검사, 판사를 만나게 되면 서로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동기 검사 또는 판사들 또한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공무원인데 같은 검찰에서 잠깐 몸 담았던 동기를 내 사건의 변호사로 만나게 되면 무조건적으로 봐 줄 수 있을까?
'증거 신청' 정도는 좀 더 봐줄 수 있겠지만 내가 사적으로 연루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좀 더 맞을 것이다. 사적인 관계가 있을 수록 언제든 나에게 독이 되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나랑 싸우는 상대방은 그것부터 보려고 하지 않을까? 그들이 얼마든지 기피신청, 항고 등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고, 위험을 무릅써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전관출신변호사들이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는 좀 더 편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결과에서는 의외로 지는 경우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전관출신변호사에게 기대할 수 있는 좋은 부분은 수사 또는 재판절차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해, 그리고 결과에 대한 예측 같은 것들이지, 무조건적인 무죄 또는 기소와 같은 결과가 아니다. 물론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탁이나 선처가 통하는 세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tv에 나오는 유명인이나 돈이 아주 많은 재벌이 아니라면 그런 부분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정말로 힘(?)을 쓸 수 있는 전관출신변호사가 있다면 착수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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