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고소 문제점, 셀프고소?
※ 아래의 사례는 '셀프 고소'에 대한 실제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다니던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노후를 보내야 할 지 상당히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런데 때마침 남양주에서 땅투자로 상당히 유명하다는 친구의 지인이 연락을 해 왔고, 나에게 남양주 덕소 근처에 예쁜 카페를 인수하여 운영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최근 남양주에는 큰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 뿐 아니라 예쁘고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나는 우선 그 카페를 직접 보기로 했다. 약속을 잡고 드라이브 삼아 한적한 길을 한참을 달리다보니 지은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2층 짜리 카페가 나왔다. 천천히 살펴보니 이곳 저곳에 낙후된 흔적이 보이긴 했으나 우선 넓은 면적이 마음에 들었고, 카페 앞에 있는 작은 정원도 마음에 들었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 일대는 개발지역이라서 앞으로 더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한다. 지금 카페를 인수하여 초기 인테리어 비용만 투자하면, 무조건 상가수익률보다 더 좋을 것이므로 나로서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카페 앞에 주차장이 마땅치 않은 부분이었다. 베이커리 카페는 무조건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인은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듯, 자기가 책임지고 카페 앞에 주차장을 만들 공터를 마련해 주겠다고 몇 번이나 장담을 하였다.
애초에 나는 선택하는 것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껏 모아 두었던 돈을 한꺼번에 쓴 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두렵고 걱정은 되었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카페를 마음에 들어했다. 동시에 나는 지금껏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두 딸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만약 카페를 인수하여 잘만 운영하면 큰 돈은 벌지 못하더라도 관리비를 제외하고 고정적으로 월 천만 원은 들어올 수 있겠지. 이 정도면 여행도 다니고 취미 생활도 해 볼 수 있을것 같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일대의 다른 카페들을 찾아 다니면서 어떻게 카페 인테리어를 수정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고, 나의 가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1억 원에 가까운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다음 이 모든 것이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소송에 휘말리고 결국 계약금을 모두 날렸고, 이제는 인테리어까지 내가 모두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카페를 소개시켜준 사람이 나의 친구의 절친한 지인이었고,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TV에서나 봤음직한 일이 바로 나에게 일어나다니..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조금 알아보니 나처럼 이 일대에서 상가를 인수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고 대부분 크고 작은 손해를 입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고 나의 잘못이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일단은 나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상가 주인들을 만났으나, 어쩐 일인지 단체로 고소를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그들 중에는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진행 중인 사람도 있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소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였던 사람조차도 나에게 '사기죄는 꼭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 , '변호사 선임해도 질 사건은 진다.' , '비용만 많이 들고 일은 직접 다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를 선임했을 때는 만약에 가해자에게 합의금을 받기라도 하면 '합의금에 대한 성공보수'도 줘야 해서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 정도의 사기라면 고소장만 잘 작성하면 그 다음은 어려울 것이 없다는 말에 나는 고소장을 법무사에게 대행하여 써보기로 했다. 어차피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나이고 경찰조사에도 대답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소장을 접수하러 갔을 때부터 쉽지가 않았다. 고소장 작성도 힘들었지만 수사관이 '증거 서류를 정리해 오라'고 이야기 하였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사실확인서'를 만들어 와야 한다고 했다. '사실확인서'를 어떻게 쓰고 부탁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렵게 접수한 고소장에 대해 몇 달이 지나도록 담당 수사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보니 '이 곳 관할이 아니라서 다른 경찰서에 이송하였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얼마나,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시간이 갈 수록 답답하고 어렵기만 했다. 이 정도의 증거와 증인이 있으면 문제없이 기소가 되고 합의금도 받을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진척이 잘 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내 말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정신과 상담까지 받아야 했다.
형사고소에 있어서 변호사가 꼭 있어야 할까?
고소를 당한 경우처럼 피의자 신분이 되는 경우에는 고민이 크지 않지만, 형사 고소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경우에도 변호사에게 고소대리 위임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형사 고소'에서 '변호인 선임'에 대해 걱정을 하는 부분은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1. 고소장만 잘 작성하면 그 다음은 수사절차에서 다 밝혀질 것이다.
2. 증거가 충분하니 무조건 기소가 될 것이다.
3. 변호사 선임 비용이 비싸고, 성공보수까지 줘야 한다.
4. 변호사를 믿을 수 없다(또는 변호사를 써도 결과가 같을 것 같다).
우선, 고소장을 잘 작성하면 수사절차가 원할해지는 것은 분명 맞다.
하지만 '고소장을 잘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변호사는 고소장을 작성할 때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고, 성립되는 범죄의 구성요건(고의, 위법성, 인과관계 등)에 따라 피고소인의 행위가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관련된 증거를 반드시 첨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녹취록이나 CCTV 영상,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서 필요한 부분만 적절하게 첨부한다.
따라서 고소장을 스스로 작성한 경우에,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증거를 정리해서 가져오세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게 되는 것이다.
'혼자서 하는 (셀프) 고소'의 위험성
고소장 단계는 도움을 받아서 그럭저럭 넘어갔다고 치자, 그 다음은 '경찰 조사 '문제가 남는다. 대부분의 경우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 '고소 단계'의 많은 부분이 결정이 된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수사관들은 무조건 고소한 '범죄 사실'에 대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질문을 한다.
"처음에 주차장 통로를 내 준다고 했을 때, 그 통로가 피고소인 소유가 아니었나요?"
"그래서 돈을 빌려갈 때 그쪽에서 말한 사업체가 있긴 있었나요?"
예를 들어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피고소인에게 능력이 없었어야 한다. 처음부터 사업체가 없었고, 사업체를 만들 능력도 없었고, 처음부터 통로를 내줄 능력이 없었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업이 망한 경우처럼 처음에는 해 줄 능력이 있었다면,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고소인들은 당연히 범죄의 구성요건들을 전부 알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수사관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게 되기도 한다. 고소인들의 엉뚱한 대답이 몇 번 계속 되면 경찰수사는 결국 '불송치 결정'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이를 나중에 뒤집을 수 있을까? 이미 조서를 읽고 지장까지 찍은 다음 2차 조사에서의 수정이란 실제로는 수정이 아니다. 기록은 늘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입회'를 하게 되면 조금 달라진다. 수사관들의 예상되는 질문 리스트를 변호사는 알고 있고, 조사 전에 의뢰인에게 충분히 알려준다. 또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함께 '입회'를 하기 때문에 조사를 받는 내내 의뢰인은 '내 편이 있다'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올바른 고소장 작성 가이드(guide)
올바른 고소장 작성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피고소인을 처음 만난 시점부터 사실관계를 순서대로(날짜별로) 써야 한다. 이 때 감정적인 언어(억울하다, 갖고 놀았다 등)는 최대한 배제한다.
2. 증거서류는 구성요건에 맞게 준비한다. '사실확인서' 또한 증거서류이다. '사실확인서'는 확실한 증거(녹취록, cctv 등)이 없을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3. 고소장은 사실관계 → 적용 법조와 관련 판례 순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작성한다.
이처럼 스스로 고소를 진행하더라도 변호인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중간 과정에서라도 변호인을 선임하여 수사 과정을 적절하게 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 되었든 고소를 일단 진행하게 되면 희망하는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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