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사건을 모티브로 각색한 내용임을 알려드립니다.)
1. 사건의 시작
예전 성범죄를 주로 담당하는 여청수사팀장 재직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112신고를 통해 버스 안에서 불법촬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버스는 노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고 순찰차는 열심히 신고자와 통화를 하며 해당 버스를 쫓아갔죠.
버스는 관할을 벗어나 다른 지역까지 이동했고 해당 지역 관할 경찰서의 협조까지 받아 버스 내에서 불법촬영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2. 그런데,
문제는 신고를 한 사람도 버스 이동에 따라 자신의 목적지에서 이미 내린 상황이었고,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도 이미 하차를 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다행(?)인지 신고자가 설명한 인상착의를 한 70대의 남성 한 분이 그대로 버스 좌석에 앉아 있었고 임의동행의 방법으로 경찰서로 데리고 와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습니다.
실제 사진이 찍혀 있기는 했는데, 글쎄요..여학생의 뒷모습이 찍혀있었고 당시 여름이라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긴 했지만 일상복이었고 사진을 찍은 사람과 촬영을 당한 여학생 간 거리가 꽤나 있었으며 사진의 구도 등으로 보아 해당 여학생을 대상으로 찍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었습니다.
3. 문제는
CCTV를 분석해 피해자를 찾아봤지만 도저히 찾지 못해 피해자의 인적사항도 알 수 없었으며, 따라서 피해진술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포렌식 의뢰 결과 정말 당시 찍은 사진 1장이 증거의 전부였습니다.
4. 수사팀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이 사건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죄, 즉 카촬죄로 의율하여 검찰로 송치해야 하는지.
수사관들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당시 담당 반장님의 의견을 반영하여 불송치 처분을 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건에 대해 담당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겠습니까.
관련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이었죠.
그래서 검사와 통화를 했습니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고 피해진술도 없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해당 사진을 과연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 볼 수 있겠나?"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검사의 답변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이고 본 건에 대해서는 처벌이 되도록 할테니 송치를 해달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수사팀은 다시 한번 고민을 했지만, 검사의 너무나 자신감 넘치는 요구에 사건을 송치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해당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기소가 됐을지, 아니면 기소유예가 됐을지, 그것도 아니면 약식명령으로 마무리가 되었을지.
5. 중요한 것은
정말 일상에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촬영물이 경우에 따라서는 불법촬영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중대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가능한 신속하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만약 당시 피의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적 조력자가 있었다면 사건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법리적, 사실적 주장을 통해 소명을 했더라면 충분히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요즘 그때의 사건이 가끔 떠오르면서 다짐합니다.
나의 의뢰인은 꼭 지켜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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