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달 12일 대법원이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판시한 내용(2020도14843)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판례를 살펴보기 전, 원격영상재판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원격영상재판”이란 재판관계인이 교통의 불편 등으로 법정(法廷)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에 동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送受信)하는 장치가 갖추어진
다른 원격지(遠隔地)의 법정에 출석하여 진행하는 재판을 말합니다(「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호)
싱가포르는 원격영상재판이 가능한 국가이고 2020. 5. 경 원격영상재판을 통해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원격영상재판이 가능하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은 무려 1995년에 제정되었습니다.
다만 그 범위가 소액민사사건이나 20만원 이하의 벌금 사건 등에 국한되어 적용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어 사문화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원격영상재판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보편화는 재판도 비껴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21. 8. 17.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영상재판이 가능할 수 있게 몇 개의 조문을 신설하고 2021. 11월부터 이를 시행했습니다.
제72조의2
(고지의 방법)
②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고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여 제72조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제165조의2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에 의한 증인신문)
② 법원은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거나 건강상태 등 그 밖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여 신문할 수 있다.
제266조의17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에 의한 공판준비기일)
① 법원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거나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하여 공판준비기일을 열 수 있다.
그럼 오늘의 판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A교수는 2015년~2016년 두차례에 걸쳐 학교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유령 조교' 2명을 등록하고 조교 명의로 장학금 742만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조교들의 진술이 필요했는데 A교수가 조교 1명의 진술을 증거로 쓰는 것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했지만 이 조교는 베트남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신문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결국 이 조교와 관련된 범행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범행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베트남에 체류 중인 조교에 대한 영상 증인신문을 요청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2020년 9월 화상 장치를 이용한 증인신문이 성사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인신문 당시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A교수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문제는 2020. 9. 당시에는 영상재판이 확대실시 되기 전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적법절차원칙을 천명하고, 제27조에서 ‘법률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중간생략) 공소사실의 인정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법정 외 신문(제165조),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에 의한 증인신문(제165조의2) 규정에서 정한 사유 등이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증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증언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이는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증인으로 하여금 원칙적으로 공개된 법정에 출석하여 법관 앞에서 선서한 후 정해진 절차에 따른 신문의 방식으로 증언하도록 하여 재판의 공정성과 증언의 확실성․진실성을 담보하고, 법관은 그러한 증인의 진술을 토대로 형성된 유․무죄의 심증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조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법률이 그 증거방법에 따라 정한 방식으로 하여야 하고,(중간생략)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른 증인신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증인에 대하여 선서 없이 법관이 임의의 방법으로 청취한 진술과 그 진술의 형식적 변형에 불과한 증거(녹음파일 등)는 적법한 증거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따라서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도 없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러한 절차 진행에 동의하였다거나 사후에 그와 같은 증거조사 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그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더라도 그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 고 최종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21. 11.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영상재판의 사유가 확대되었는바, 그 이후 사건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법리로 증거능력 배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재판 절차 상 적법한 증거조사가 없었다면 이는 피고인 및 변호인이 절차에 동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유효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확인해 두어야 할 사항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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