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있어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는 무엇입니까? 바로 진술입니다.
물론 범행 장면이 생생히 녹화된 CCTV나 블랙박스가 있다면 진술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부정확하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의 진술보다는 오류 없는 기계가 훨씬 더 믿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성범죄에서 영상 증거나 제3의 목격자가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 진술, 피의자 진술, 참고인 진술이 기재된 것이 바로 경찰에서 작성하는 조서입니다. 조서가 결국 공판절차에서 핵심적인 증거가 됩니다.
단 피고인이 공판절차에서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피고인이 증거 부동의를 한 경우, 조서에 기재된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 말을 한 사람이 반드시 법정출석을 해야 합니다.
원진술자가 법정에 나와서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본인이 말한 대로 기재되었다고 인정해야 하고, 증인신문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때 피고인 측에서 반대신문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검사, 피고인의 변호사, 판사가 각자의 관점에서 질문을 하고 증인이 답변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다가서는 것이지요. 즉 여러 입장에서 반대신문을 거쳐야 신빙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성범죄로 기소되어 공판절차가 진행되면 언제나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피고인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합니다.
증거에 부동의 하는 피고인은 대부분 무죄를 주장합니다. (물론 증거에 부동의 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증인신문은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억울한 피고인도 많습니다. 고소인이 수사단계에서 거짓말을 했지만 탄로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사절차는 피해자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고소인에게 굳이 꼬치꼬치 캐묻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습니다. 허위 고소라는 것이 너무 티가 나는 경우라면 모를까, 굳이 고소인에게 추궁하지 않는 것입니다. 2차 가해라는 세간의 따가운 비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판 절차는 좀 다릅니다. 국가와 피고인이 각기 형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므로 피고인 측에서 얼마든지 증인에 대해서 공격적인 발언을 하거나 추궁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실력 있는 변호사가 예리한 질문을 하여 증인으로 출석한 고소인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19세 미만의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증인신문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규정 때문이었는데요.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증인신문을 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이 담긴 영상 녹화물로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 규정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 하여 결국 위헌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반드시 피고인과 대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영상중계나 화상 증언실에서 할 수도 있거든요. 이처럼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음에도 무조건적으로 못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겠지요.
오늘은 24시 민경철 센터에서 성범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역량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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