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 회생,파산 “상담”을 준비하자!
1. 들어가며
가. 파산, 회생 신청건수의 급증
2007년에 처음으로 개인파산관재인 업무를 시작하면서 도산업무와 인연을 맺었으니 이제 나도 횟수로 20년 가까이 도산업무에 매달린 사람이 되었다. 10년 정도 특정업무 경험이 있으면 도사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인데 20년 가까이 도산업무를 수행하였으니 이제 나도 그 반열에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내가 경험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 보다는, 2020년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론이 대두됐을 때, 곧 많은 기업과 개인이 도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재정정책 등을 통한 위기 극복 노력으로, 다른 나라 통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파산이나 회생 신청이 이전 몇 년에 비하여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끝나고 새로운 경제활동 기회가 창출되어야 하는 시점인 2022년 이후 오히려 회생과 파산 신청 건수가 대폭 상승하였다. 그 숫자를 그대로 본다면 경제가 파탄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과장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필자가 예금보험공사 파산아카데미 강의를 위해 준비했던 자료를 잠시 살펴보고 이야기 할까 한다. 다음 표는 2022년과 2023년 전국법원에 신청된 법인파산 및 법인회생 신청 사건 수의 변화를 각 법원별로 나타낸 것이다. 법원통계월보에서 매월 제시되는 수치를 기초로 작성된 것이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22년 전국의 법인파산신청건수는 전체를 합하여도 1,004건이었는데, 2023년에는 1,657건으로 65%가량 증가하였고, 법인회생 사건의 경우도 2022년 661건에서 2023년에는 1,024건으로 55%가량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각 법원별로 살펴보면, 대표적인 도산사건 전문처리 법원인 서울회생법원에서 수 백 건의 사건이 처리되고 있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최근 개원한 수원회생법원이나 부산회생법원의 사건 수도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회생법원의 사건 수가 100건 이하라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반면 대구의 경우 2022년 법인파산 신청건수가 50건에 불과하였는데, 2023년에는 205건으로 증가하여 200%이상 증가하고 있는데, 대구 경제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표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초기에는 정부에서 변제기 연장 등 동원할 수 있는 정책 금융수단을 최대한 동원하여 파산회생의 폭발적 증가를 막았는데, 코로나 19가 마무리되면서 더 이상 이러한 방법을 활용할 수 없게 되고 채무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법원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2024년 벽두부터 태영건설의 법정관리 기사가 신문방송을 도배한 것도 어쩌면 이러한 상황의 한 단면이라고 할 것이다.
나. 대책의 필요
법인파산 및 회생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을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엘리자베스 워런이 항상 이야기하는 것처럼 법인의 회생과 파산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 일상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은 “Bussinesses fail!”이라고 하여 “기업은 (항상) 망한다”고 한다. 3인칭 단수가 아닌 복수형으로 쓴다. 기업이 문을 닫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렇게까지 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여기서부터 문제다.
기업이 어려워지고 망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될 때, 그 후속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업을 운영하는 임직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회사가 어려워졌는데 파산이나 회생을 통한 재기나 정리를 모색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힘으로 끝까지 버티어 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점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의 점집 방문이 늘어난다. 학생들의 대학지원시기와 일치하면 점을 보는 사람들은 더욱 바빠진다. 답은 정해져 있는데 실행을 하지 못한다. 이미 우리나라에 점을 보는 사람들은 50만명이 넘는다고 하고, 대학 동기 중에는 점을 보는 사람들을 모아 플랫폼을 만들었던 친구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 약해질 때 점을 보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점을 보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점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내가 또는 내 주변 사람들과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점을 보더라도 점만 보고 가만히 있지는 않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
필자가 도산법 강의를 할 때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도산법은 민법, 상법 등에서와 달리, 채권자의 권리 위주가 아닌, 채무자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움직이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채권자의 권리가 상당한 수준으로 제한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크게 축소된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돈을 쓴 사람들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스스로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 잘 한 것은 아니지만 평생 노예가 되며 속죄하고 살아야만 하는 그런 정도의 잘못은 아닐 수 있다. “배를 째라”는 배짱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는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내와 남편의 돈을 빌리고, 자녀와 부모님의 돈을 빌리고 사돈의 팔촌까지 돈을 빌려 보증선 돈을 갚아보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임을 알게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된 IMF 당시 회사채무에 연대보증을 섰던 사람들이 그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은 부담없이 면책결정을 한다. 또 코인이나 보이스피싱 등에 휘말려 사기를 당한 것이 분명하면 법원의 면책 내지 재량면책의 결정은 크게 어렵지 않다. 경찰서에서 사기를 당해서 고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를 받아오면 말이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경우 말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던 회사가 어려워지는 순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경영학을 배우면서 회사를 어떻게 설립하고 운영할 것인가를 기획하고,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마케팅을 배우면서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것은 좋지만,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위기가 올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므로, 위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공부도 회사의 매출 및 이윤극대화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공부가 필요한 시기이다. 엘리자베스워런이 이야기한 것처럼 기업은 늘 망하는 것이고 많은 기업 대표들은 지금 아니 이전부터 이후까지 계속 어려움에 접하고 있을 것이다. 소위 risk hedging을 어떻게 해 갈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은 상시적으로 필요한 것이니 지금 당장 배워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로 재미를 보려다 망한 마스크 관련 업계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떤식으로라도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회사가 있다면 이전까지 영업에만 모든 힘을 쏟으면서 회사의 회계나 경리 등에 대해서는 배우자나 직원에게만 맡겨두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표나 임원이 직접 회사의 자금 사정과 원리금 변제 비율은 물론이고 매출을 통한 영업이익과 금융비용이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고 이를 통해 하루 이틀 한달 두달은 물론이고 일년 이년을 예측하면서 기업활동을 지속해야 조금이라도 위험에 대한 대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위기 관리를 강조하는 과목이 로스쿨이 아닌 MBA 과정에 신설되거나 포함되어야 하고 이미 개설되어 있다면 실질화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학교나 기타 다른 기관에서 위험관리에 대한 수업을 듣거나 차분히 배울 수 있다면 오히려 여건이 좋은 상태일 것이다. 지금 당장 회사의 영업 상황이 좋지 않거나 매출은 나는데 채권회수가 되지 않는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큰 고민이다. 최근에 상담을 했던 건설회사의 부사장은, 올 겨울이면 회수할 기성이 많이 남아 있고 여러 현장이 돌아가고 있는데 몇 억 내지 몇 십억 때문에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답답해했다. 그렇다,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결정이다. 사업은 연습이 없다.
2. 회생,파산 상담의 준비
20년간 망하는 사람이나 회사만 보아온 필자는 상담을 시작하여 10분 정도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략 어떤 이야기를 드려야 할지 감이 잡힌다. 그렇지만 웬만하면 상담 온 회사의 대표나 임직원의 이야기를 가급적 다 들으려고 노력한다. 필자가 넘겨짚기 하면서 놓칠 수 있는 것이 있고, 필자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 정신을 다하여 집중하면 상대방도 필자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도산 전문 변호사를 찾아오는 기업의 대표라면 이미 회사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感)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회사가 문을 닫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므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하고, 위기 극복이 되거나 다른 회사를 열어서 운영하여 재기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지금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하여 반드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랜 세월 살아온 경험으로 보면, 세상이 모두 끝나는 듯 무서움을 느꼈던 것들 것 어느 순간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시적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세상이 모두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다. 문제는 위기 의식을 느끼면서도 구체적인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준비를 하고 어느 정도 판단이 섰으면 실천을 해야 하는데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자.
가. 회사 상황에 대한 파악
대기업의 경우는 회사 대표를 비롯한 각 임직원의 업무가 구별되어 있고 회계나 경리업무도 세분화되어 있어서 관련 항목에 관한 자료를 찾고자 할 경우 담당자만 확인하면 관련 내용을 체크할 수 있으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회사 대표의 결정에 따라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면서도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어가는 경우에는 회사대표가 회계와 경리에 점차 중요한 직원을 두고 업무처리를 진행하지만 이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의 대표는 영업을 통한 매출 증대에는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만 회계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매출이 줄거나 회사의 자금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급전(急錢)이라도 돌려서 위기를 막고 그 다음을 대비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족이나 지인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성공하면 좋지만, 위기가 그렇게 일시적인 자금문제로 해결되는 경우는 어쩌면 위기라고 할 수도 없는 경우이다. 코로나 19처럼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취향변경이나 최근에 불고 있는 전기차 캐즘과 같은 상황이 되면 기업 경영자로서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전기차 캐즘이 문제이지만, 가솔린자동차에서 전기차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전기차 order를 받지 못하거나 전기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추가 수주를 할 수 없어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빠졌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결국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는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고 이후 사회를 어떻게 읽고 그에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나. 회생,파산제도의 개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위기가 일시적이거나 구조적이라는 판단이 설 때라면 회생이나 파산 제도를 한번 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기업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가정 경제를 이끌어 나가면서도 수입이 부족하거나 이미 발생한 채무를 변제하는데 수입의 상당부분을 지출하느라 원활한 가정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필자와 같은 도산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권한다. 비단 필자일 필요는 없다. 일시적 자금 위기상황이라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원이나 신용을 활용하여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성과가 없을 경우, 상당수의 기업 경영자나 가정의 리더는 사적으로 아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려서 기업이나 가정경제의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런 경우도 얼마 못 가서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고 기업경영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 정도 시점이 되었을 때는 회생이나 파산제도를 활용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회생이나 파산제도를 활용할 경우, 기존 채무, 특히 원금과 이자 변제를 중단한 상태에서 나머지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금 소요를 줄인 상태에서 필수적인 인건비나 원자재 대금 등에 집중하면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회생제도에서는 금지명령이나 개시결정을 통해서 채무를 동결하는데 최근에 사회적으로 많이 문제된 위메프 사태도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기업은 예외이겠지만 대부분의 경영위기에 있는 기업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원리금 변제부담이 크기 때문에 회생절차를 활용한 위기 극복 방법은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장점이 극대화된다. 다만 회생제도를 활용한다고 하여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회생신청을 할 경우 법원은 채무자 friendly하게 운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채무자 회사의 자금 지출이나 서류 검토 등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처리하면서도 회사에 필요한 부분은 가급적 허가를 내 주어 기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회생이나 파산에 들어갔다는 소문은 거래처 등에게 자금 결제를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특히 관급공사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보증서 발급이 필수적인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기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필자가 처리한 사건에서는 회사의 대표나 임원 본인이 자금을 내서 보증서를 발급받기도 하였다. 더불어 회생파산에 들어가는 경우 직원들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직원들은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참아주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임금을 받기 위하여 회사에 지불을 요구하거나 노동부에 3개월 급여와 3년치 퇴직금을 우선 청구하여 받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우에 따라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표자를 형사고발하는데, 형사고발이 되면 대표자가 기업 경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꺽이는 경우가 많고, 형사고발에 대한 부담으로 노동부 중재하에 임금 지급을 대표자 개인이 책임지겠다는 각서나 합의서를 작성하면 그 동안 회사 책임이었던 임금지급책임이 대표자 개인에게 넘어올 뿐만 아니라 능력도 없으면서 합의서를 작성하고 지급하지 못하여 또 다시 사기죄로 고소고발될 수 있으므로 이 점도 유의해야 한다. 다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원의 결정으로 추심이 멈추고 기업활동을 어느 정도 지속할 수 있으며, 직원들의 의지를 모아 매출을 내거나 장기간 매출이 보장되는 수주가 있거나 그러한 매출을 지속적으로 발생시켜 줄 수 있는 거래처가 있다면 회생절차를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인가를 받아 종결결정을 받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통해 기존 채무 부담을 크게 줄이고 줄어든 채무도 10년간 나누어서 변제할 수 있으며, 조사위원의 실사 과정에서 회사의 채권채무를 모두 정리함으로써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줄이고 확인되지 않은 채무는 실권되게 함으로써 회사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진다. 이는 이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인수합병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이 어려워진 경우 개인적으로 자금을 빌려 회사 운영 등에 사용하기 보다는 조금 더 빨리, 아직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 회생에 들어가는 것이 이후의 신속한 회사 정상화에 더욱 도움이 된다. 다소 의아하겠지만 회생절차는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 회사가 정상에 가까운 상태에서 회생을 신청할수록 채권자 동의나 법원의 인가를 받기 쉽다. 필자가 회생신청 대리업무를 수행했던 회사 중에는, 정책금융기관 중 한 곳의 담담직원이 “대표님 회사는 아직 회생에 들어올 때가 아닌데 벌써 들어오신 이유라도 있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회사 대표는 필자의 권유를 참고하고 본인이 회사의 회계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지금도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다. 꽤 많은 회사들이 회생신청하겠다고 상담을 해 보면 회생신청이 아닌 파산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신청여부를 고민스럽게 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하여 인가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제대로 된 매출을 내지 못하여 다시 파산절차를 진행하게 되는 원인 중에는 주저주저하다가 너무 늦게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야구에서 투수교체는 빠를수록 좋다는 격언이 있다. 기업경영에도 회생신청에도 참고해 볼 만하다.
회생절차 진행을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경우 회사에서 많은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회사의 설립부터 현재까지의 업력, 회사의 인력과 자산 부채 현황, 3내지 5년치 세무조정계산서 및 결산 시점 이후부터 상담시점까지의 회사의 주요 재무상태 변동 내역 등의 자료가 준비되어야 하고, 그 밖에 회사가 가지고 있는 특장점 내지는 상담 시점에서 회사가 앉고 있는 어려움이나 주목해야 할 점 등을 전문가에게 전달하고 조언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 상담했던 건설회사의 경우 1년 정도 기성이 들어오지 않아 법인카드 대금을 결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금년 말부터는 그 동안 진행했던 기성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서 일시적 자금 경색만 해결하면 회사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이러한 일시적 자금 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회생제도 만큼 좋은 것이 없다.
파산제도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회생제도를 활용하는 경우보다는 조금 수월한 면이 있다. 파산제도를 활용한다는 것은 회사의 문을 닫는다는 것이어서, 회사를 계속 운영하고자 하는 회생제도를 활용하는 경우보다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산제도의 활용이 쉬운 것은 아니다. 회사나 개인의 파산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나면, 특히 친밀한 거래처에서는 파산을 준비하는 회사에 대하여 그 동안 유예 기간을 주던 자금 결제를 급히 요구하거나 회사가 활용해야 하는 필수적 생산장비나 기타 도구 등을 별도의 절차 없이 가져가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운영을 어렵게 하거나 채권자들이 자신의 채무변제가 어려워질 것을 고려하여 고소고발 등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점 때문에 파산이나 회생을 준비하는 경우, 주변 거래처는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회계나 경리를 잘 알고 있는 직원과 변호사 사무실의 조용한 자료협조를 통해 신청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다. 회생파산 상담을 위한 구체적 준비 서류
(1) 회사 관련 기본 서류
이왕 회생파산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에 대하여도 조금 더 이야기해 볼까 한다. 회생파산은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채무 동결을 전제로 한다. 누군가의 재산에 제한을 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엄격할 수 밖에 없다. 검토해야 할 서류도 많고 정리해야 할 내용도 많기 때문에 회생신청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많은 비용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는 회사의 이름을 알 수 있는 법인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부터 시작해서, 회사조직도, 브로슈어 등을 통해 회사를 특정하고 회사의 연도별 영업실적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의 과거를 알 수 있다. 회계관련 서류가 여기에 포함될 것인데, 3년 내지 5년간의 세무조정계산서에는 회사의 회계 관련 웬만한 내용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다. 여기에 각 계정별 원장과 사업자 계좌 거래내역이 필요하다. 이들을 조합하면 어느 정도 경영학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회계 연도가 1.1. - 12. 31.인데 10월에 신청을 준비한다면 결산 후 이미 10개월 가량이 지났으므로, 직전 연말 기준의 재무상태표 등에 추가하여 상담을 진행하는 시점까지의 변동 내역이 함께 정리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 연장을 위하여 소프트웨어 개발비나 특허권 등을 자산으로 계상해서 자산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도산전문가와 상담할 때는 해당 내용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처리한 회사 중에는, 제약 유통업을 하던 회사가 리베이트를 회계적으로 처리하지 못하여 영업보증금으로 처리하였다가 횡령죄 등으로 고발될 뻔하기도 한 사례가 있었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의 원인 진술서에는, 채무자가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동기나 원인 등을 6하원칙에 맞추어 서술하는 것이 채무자의 상황을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2) 자산과 부채 현황
회생과 파산을 준비함에 있어서는 자산과 부채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는 회생과 파산 내지는 도산법을 “채무자가 가진 자산을 어떻게 채권자에게 나누어 주는가에 관한 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자산과 부채 현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회생신청을 고려하고 자산과 부채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하면, 평소에 생각하던 것보다도 여기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우선 자산에는 현금과 예금, 주택임대차 보증금 및 부동산을 기본적으로 생각하지만,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입해 온 보험의 해약환급금도 자산에 포함되고, 차량, 증권 외에 가상자산이 문제되기도 한다. 일단 모든 항목을 다 포함시켜 계산하고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전문가와 의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러 누락시키는 등의 행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회생이나 파산신청 직전에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빚을 변제하는 등의 행위는 부인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자산의 가액이다. 부동산의 경우, 매매계약서가 기본이 되겠지만, KB부동산 시세 등이 가액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고, 담보로 제공된 부분과 대출 내용 등도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 보험의 경우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에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로그인하여 내역을 확인하고 해당 사이트에서 “해약환급금내역서”를 출력하거나 각 보험사 대표 전화로 연락하여 해약환급금내역서를 이메일이나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여 확인하기도 한다. 자산 계정과 관련하여 가지급금 계정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지급금 계정이 생성된 이유와 해당 금원의 사용처 등에 관한 자료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법원을 설명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형사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을 하면서 일반 시중은행이나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을 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부채를 정리할 경우 금융기관 부채가 가장 우선 정리되어야 한다. 이들은 담보부 채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이외에도 마이너스 통장 관련 부채나 사채 등도 모두 정리하여 모든 부채가 포함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무자 상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대목이, 지인에 대한 채무는 채권자목록에 포함시킬 수 없고 평생 조금씩이라도 갚으면서 살아야 한다고 버티는 경우이다. 필자는 모두 다 넣고 일단 감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나중에 재기하여 돈을 많이 벌면 꼭 갚으라는 말로 의뢰인을 설득하고 있다.
상거래채무는 비교적 신속히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중이 크지 않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조세 관련 부분과 임금 체불은 항상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킨다. 체불임금이 많거나 퇴직연금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직원들의 도움을 받기 어렵거나 삼성제일병원이나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익채권자인 임금채권자들이 회사의 회생을 신청하기도 한다. 회생파산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본 기본적인 서류 외에도 미수금 등 계정과 진행 중인 소송현황도 정리하여 법원에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며, 특히 회생신청의 경우 월평균 운영자금의 규모를 인건비, 판관비 및 지급수수료 등으로 정리하여 채무자가 향후 어느 정도의 고정지출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법원에도 관련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파산절차를 신청한다고 할 경우에도 이상에서 설명한 내용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회생절차와 달리 회사를 정리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므로 금지명령이나 중지명령 등이 많이 활용되지 않고 긴급한 자금 결제 수유가 회생사건에 비하여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3. 결어
이상에서 기업을 경영하거나 운영하는 사람이 회사 경영에 위기감을 느낄 경우 회생과 파산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점을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고, 이후 그러한 상황에 놓였을 때 준비해야 할 기본적인 서류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개인적인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때는 다른 사람이나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회생과 파산제도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제도이다. 특히 과거 돈을 갚지 못하면 죄인이라는 고조선시대부터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우리에게는 회생파산 제도의 활용을 더욱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가가 빚을 없애거나 줄여준다는 공적인 결정을 내리면 더 이상 채권자도 채무자를 상대로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생과 파산 신청을 고려하는 순간, 그 동안 완전한 “을”이었던 채무자가 “갑”이 될 수도 있다. 속된 말로 배째라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계제한이나 채무자회생법상의 관리인이나 파산관재인의 쌍방미이행쌍무계약의 해제권 등은 을이었던 채무자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용을 해서는 안되지만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알아두는 것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몇 년전 강남에 거주하면서 대기업 대표를 지내다가 개인파산을 신청했던 채무자가 면책 결정을 받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 “변호사님 상장사에서 임원으로 오라고 하는데 제가 가도 될까요?”하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듣자마자 따지듯이 반문했다. “대표님 지금 안 가면 다음에 언제 기회가 올지 알 수 있나요? 무조건 가셔야 합니다.”라고 했다. 회생쟁이로 파산쟁이로 살아가는 보람이다. 어려운 과정을 같이 겪어 내고, 새로운 기회를 얻었을 때 나에게 연락을 주는 사람들, 나의 삶의 원천이 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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