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남이는 을식이에게 5백만원을 빌려줬습니다.
요즘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당장 카드 대금을 지급할 수가 없다며 빌려달라고 했거든요.
약속한 변제기가 되어도 을식이는 돈을 갚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괜찮은 도박사이트를 발견했는데 승률이 높다.
한 번만 따면 너한테 빌린 돈에 이자까지 두둑하게 쳐서 갚을 수 있으니 천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갑남이는 순간 을식이의 말에 넘어가 천만 원을 빌려줬습니다.
빌려준 돈을 받기로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을식이로부터 아무 말이 없어 언제 돈을 갚을거냐 물어보니 을식이가 당당하게 말하네요.
도박자금으로 빌린 돈은 안 갚아도 된다던데. 갑남이는 황당했습니다. 을식이의 말이 맞는 걸까요?
도박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도박자금에 쓰일 돈을 빌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이렇게 반사회질서적인 행위에 쓰인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불법원인급여
반사회질서적인 행위에 쓰일 돈을 주거나 반사회질서적인 일을 한 경우 지급한 돈이나 일한 대가를 불법원인급여라고 합니다.
불법원인급여는 달라고 할 수 없는데 불법에 대해 법이 보호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35412 판결 참조).
2. 불법원인급여의 요건
①불법의 원인
불법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위법행위라고 하여 불법원인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성매매업소에서 윤락행위를 할 여자에게 선불금을 지급하는 경우 이는 반사회질서적인 행위이므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1다65174 판결 참조).
그런데 강제집행을 당하지 않으려고 내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 놓는 경우 이는 위법한 행위이지만 반사회적인 행위는 아니어서 이 재산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 불법원인급여임을 이유로 안 돌려줄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1991. 3. 12. 선고 90다18524 판결 참조).
②급여
급여는 자발적으로 했어야 하며 종국적이어야 합니다.
즉, 도박자금을 빌리면서 부동산의 명의를 이전해줬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권리를 이전해준 것이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하지만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것이라면 이를 근거로 다시 경매 절차를 진행해야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이 때에는 저당권 말소를 인정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조금 복잡하지요?
결국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면 이로 인해 지급한 돈이나 받을 돈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때 채무자가 무슨 용도로 돈을 쓰려는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우니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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