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는 2016년경 증권계좌를 개설하여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거래에 필요한 통장, 현금카드, 비밀번호 등을 교부하였는데, 당시 친구는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어 피고에게 부탁한 것이고 실제로 해당 계좌를 주식선물 투자에 장기간 사용하였습니다.
원고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피고 명의의 증권계좌에 1억 2,000만 원을 송금하였습니다. ‘해외선물거래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매월 2%의 이자를 지급해주겠다’는 피고의 친구에게 속아서 송금했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피고를 상대로는 대여금 또는 불법행위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심은 피고가 친구에게 자신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양도할 경우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친구의 기망행위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가 계좌 관련 접근매체를 양도함으로써 친구의 입출금 및 주식투자 거래가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넘어서, 빌려준 계좌를 통하여 투자 사기와 같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과 계좌가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8. 1. 2024다238316).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기반하여, 대법원에서 피고에게 유리하게 인정된 사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원고가 고소한 형사사건은 친구의 소재불명으로 현재 수사중지(피의자중지) 상태이고, 달리 친구가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볼 뚜렷한 자료가 없다는 점
② 피고가 친구에게 계좌 사용을 허락한 이후 그 이용 현황을 확인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점만으로 피고가 친구의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
③ 피고와 친구는 30년 이상 알고 지낸 동창 관계이고, 피고는 2011년부터 친구에게 이 사건 계좌 외에도 다른 계좌들을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접근매체를 제공해 주었지만, 피고가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대가를 받았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고, 2021년 말까지는 친구가 위 계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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