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은 일반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폭행 또는 협박 후 추행을 하는 상황이 아닌,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가 되는 기습추행 역시 강제추행죄로 처벌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도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판시 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2015모2524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지만(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객관적으로 ‘추행행위’ 자체가 피해자가 항거할 새도 없이 기습적으로 실현된 ‘폭행행위’라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주관적으로 적어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야기할 만한 행위를 행한다는 인식하에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그의 의사에 반하여 폭력적 행태에 의하여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용인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는 행위는 기습성과 폭행행위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견가능하여 기습성이 없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강제 추행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피해자의 진술 또는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이를 근거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야 합니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도7945 판결 등 참조).
이처럼 기습추행 사안에서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 객관적 정황과 경험칙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무죄로 판단된 대법원의 사안과 동일한 사안이면 가장 좋지만, 완전히 동일한 사건은 없기 때문에 법관들이 바라보는 객관적 정황과 법관들의 경험칙에 근거하여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평택지원 2021고정282 사건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인데, 피고인이 벤치에서 벚꽃 구경을 하던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과제 제출을 위해 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데 촬영을 해도 되느냐”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를 승낙한 피해자를 상대로 피해자의 맨발을 촬영하던 중 갑자기 피해자의 동의 없이 손으로 약 7분간 피해자의 맨발을 주무르며 만지는 등 추행하였다고 공소제기된 사안에서
① 피고인은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피해자를 처음 만나 피해자에게 맨발을 촬영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하였고, 피해자는 이에 동의하고 스스로 양말을 벗은 사정,
② 피고인은 피해자의 맨발을 촬영하던 중에 피사체의 각도를 조절한다는 이유로 상당 시간 계속하여 맨발을 좌우상하로 움직이면서 만졌고, 피고인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에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거나, 발을 빼려고 하는 등 거부감을 표시하는 등의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고, 또한 피해자는 촬영하는 내내 얼굴 표정이 나쁘지 않은 상태이고, 피고인과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간 사정,
③ 피해자는 성년의 여성으로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맨발을 촬영하는 것에 동의한 상태였고, 맨발을 촬영한 장소 또한 공중에 드러나 있는 학생복지관 앞 벤치였는바,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동을 거부하거나 피하는데 특별한 지장이 있을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④ 피고인의 행위에서 기습성이나 이와 유사한 폭력적 행태를 찾기 어렵고, 피해자의 반응 역시 크게 위협감을 느꼈다고 보기 힘들며, 피해자가 명시적인 거부감을 표현함에도 피고인이 이를 무시하고 추행행위를 강행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점,
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이후 뒤늦게 학교선배로 알았던 피고인이 학교선배가 아닌 사실을 알게 된 후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발을 촬영하도록 허락한 것을 후회하고, 나아가 피고인이 자신의 맨발을 만진 사실에 대하여 성적 수치심을 느껴 다음 날인 2021. 4. 2. 피고인을 고소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기습추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맨발 촬영에 대한 동의가 있었고, 맨발 촬영 중 발의 위치를 조절하기 위해 어느 정도 접촉이 있을 것이 예견되어 기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개된 장소에서 충분히 거부감을 표시할 수 있었음에도 7분이나 접촉이 지속되는 동안 거부의 행동이 없었다면, 의사에 반한 추행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본 것 같습니다.
이처럼 기습추행 사건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서는
예견 가능성을 통한 기습성에 대한 의문 제기,
거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는지 등 의사에 반한 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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