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원나잇 후에 준강간으로 고소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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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원나잇 후에 준강간으로 고소되면 

민경철 변호사

남녀가 만나서 유흥을 즐기는 곳에는 술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가장 흔한 성범죄는 준강간죄입니다. 그래서 음주 후 성관계를 하고 준강간죄로 고소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술에 만취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했다면 준강간죄가 맞습니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맞아서 원나잇 한 것인데 나중에 고소당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날은 분위기 좋았는데 왜 갑자기 돌변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성범죄의 본질은 의사에 반하여 성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폭행 협박을 사용하여 강제로 하면 강간죄이고 심신상실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준강간죄입니다. 둘 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것이고 그래서 범죄가 되는데요. 따라서 두 사람 간 합의가 있었다면 무엇을 해도 성범죄는 될 수 없으며, 단지 하룻밤만 보낼 생각이었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현장의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없어서 성관계에 대한 합의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증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의 진술도 직접증거입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유리하게끔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고소인과 피의자는 상반되는 진술을 합니다. 그래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어야 증명력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신빙성을 판단하는 요소로는 진술이 구체적인가, 일관적인가, 객관적으로 밝혀진 사실에 부합하나, 논리적 모순이 없나, 경험칙상 합리적인가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준강간죄는 구성요건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라서, 사건 당시 의식이 없고 정신이 없어야 합니다. 따라서 “기억이 안 난다”라는 말만 해도 문제 되지 않으며 구구절절 말을 한다면 오히려 심신상실 여부를 의심받게 됩니다. 그런데 고소인의 이 단순한 진술에서 신빙성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어떤 논리적 모순점을 찾을 것이 없고 반박할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의자는 상대방 진술에서 허점을 찾아서 신빙성을 무력화시킨다는 전략은 세우기 어렵습니다.

 

결국 피의자는 고소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성관계 당시 의식이 있고 정상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소인이 정말로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블랙아웃, 즉 당시 필름이 끊긴 것인데요. 블랙아웃 상태라면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하며, 단지 본인이 기억을 못 할 뿐입니다. 이는 뇌의 다른 부분은 모두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기억저장만 실패한 것으로, 의사능력, 판단 능력, 조절 능력, 통제 능력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소인이 블랙아웃이라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아니고, 준강간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피의자는 고소인이 비록 기억을 못 해도, 심신상실은 아니며 블랙아웃일 뿐이어서 준강간죄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겠지요. 당시 말도 잘하고, 계산도 잘하고, 잘 걸어 다니고, 모텔에 자발적으로 걸어왔고, 객실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고소인이 정말로 거짓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원나잇 이후 남성이 잠적하거나, 교제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게 되거나, 연락처조차 교환하지 않고 아침에 말없이 사라지는 경우 하룻밤 이용당했다고 앙심을 품고 고소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당시에는 분명히 합의로 관계한 것이어서 준강간죄가 될 수 없으므로 무고에 해당합니다.

 

두 경우 모두 피의자로서 우선하여 해야 할 일은 피해자가 심신상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준강간죄 성부를 좌우하는 것은 피해자의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사건 당일 두 사람이 거쳐 왔던 장소의 목격자나 CCTV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경찰이 할 일이라고 방치한다면 피의자에게 유리한 부분은 제출되지 않고 불리한 부분만 범행 증거로 쓰이기 때문에 피의자는 자신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는 스스로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업소에서는 피의자에게 개인정보와 관련된 증거를 교부하지 않기 때문에 증거 보전신청을 해야 합니다. 체크아웃 당시 두 사람이 다정해 보이고 분위기가 좋거나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리액션이 좋았다면 이 또한 준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증거가 확보되었다 해도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잘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증거는 간접증거이고, 성범죄에서는 비록 객관적 물증이 아닐지라도 직접증거인 진술이 매우 중요하며 진술만으로도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진술 준비를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이 심신상실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하므로 고소인이 보였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생생하게 묘사해서 신빙성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특히 위와 같은 간접증거조차 없어서 상대방 주장의 모순점을 찾아서 추궁하고 허위임을 밝혀야 하는 경우,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준강간죄는 억울한 피의자가 많은 사건입니다. 이 경우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서 기소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소되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은 훨씬 난이도가 높으며 더 큰 노력이 필요하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최선의 준비를 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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