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불륜 사실을 들키고 나서 처음에는 용서를 구하더군요. 그런데 한달쯤 지나니 제 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정이 없는 결혼 생활은 싫다, 당신은 나를 무시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급기야 도저히 같이 못 있겠다며 집을 나가버리면서 이혼을 하자고 합니다. 잘못은 상대방이 했는데 왜 이혼을 하겠다는 말을 아내가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저는 이혼을 해줄 생각이 전혀 없고요. 아내가 정말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나요?
잘못을 한쪽이 이혼 청구를 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우리 법원의 입장부터 살펴볼까요.
1.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배우자가 혼인과 관련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그 상대배우자에게만 허용하는 유책주의와 혼인 자체가 계속 유지될 수 없는 경우에는 유책성과 무관하게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가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유책주의의 입장을 고수해왔지만(대법원 2021. 3. 25.선고 2020므14763 판결) 시대가 바뀌면서 그 입장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2.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법원은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여 유책배우자에게도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부부 모두 이혼을 원하지만 억울한 심정 때문에 이혼을 안하고 버틴다거나 유책배우자의 잘못이 아주 오래전의 일이고 잘못을 한 뒤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잘해왔다면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지요.
3.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시 허용 요건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고 보았습니다.
일반적인 이혼 청구가 이혼 청구 사유의 유무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한 경우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인가 등을 여러 가지 사정 등을 참작해 살핀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유책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이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다만,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해 줄 가능성이 크니 양측 모두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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