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간음하는 죄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술에 취하여 의식을 잃은 여성을 간음하는 죄입니다.
2023. 4. 27. 에 준강간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대법원은 이 사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임은 인정했지만, 피고인에게 ‘만취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한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라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면 바로 준강간죄가 성립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에게 이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고의 즉 준강간죄의 고의가 있어야 죄가 된다는 것입니다. 준강간죄의 고의는 피의자의 상태를 인식하는 것으로 부족하며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내심의 의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피고인이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끌고 모텔 방에 들어갔는데, 성관계를 하려고 보니 계속 눈을 감고 있어서 하고 싶은 기분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즉 피고인은 애초에 의식을 잃은 상태를 이용하여 정신이 없는 사람을 성관계할 의도가 아니라 정신이 있는 사람과 성관계를 하고 싶었는데, 계속 잠들어 있어서 하고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서 중단한 것입니다. 다음날 합의로 성관계를 할 수도 있는데 굳이 죽은 사람처럼 뻗어 있는 피해자를 강간하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피해자가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 정신이 들고 피고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성관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한 것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았고, 처음에 성관계를 하려다 그만둔 것에 대해서 준강간미수죄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이 사건은 준강간죄의 가장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유형입니다. 제출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라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당연히 준강간죄 유죄 판결이 선고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뜻밖의 쟁점으로 인해서 의외로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것입니다. 이로 볼 때 준강간죄로 고소하여 유죄 판결이 나오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은 없습니다. 형사소송의 당사자는 사인과 국가입니다. 따라서 민사소송과는 달리 애초에 무기평등 원칙이 관철될 수 없기 때문에 형사 피고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실제 변호사 없이 형사 절차를 진행하게 되면 매우 불리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형사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성범죄만큼은 변호사를 선임할 것인지 수사 단계 에서 피해자에게 의향을 물어봅니다. 그만큼 성범죄 피해자는 다른 범죄에 비해서 변호사 조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범죄 중에서도 준강간죄는 특히 더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성범죄는 대부분의 경우 별다른 물증이 없으며 당사자의 진술만으로 유무죄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고 유죄가 선고될 수 있으나 그 전제로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을 위해서는 경험칙에 부합하고, 구체적이고, 일관적이고 객관적으로 밝혀진 사실에 부합하고, 논리성을 갖추고, 달리 거짓을 말할 특별한 동기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준강간죄의 피해자는 진술을 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범행 당시 피해자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이므로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오히려 구체적으로 진술을 한다면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어서 준강간죄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하며 한층 더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경우 오히려 피의자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아니라는 정황증거를 제시한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탄핵되어 증명력이 무력화되므로 되어 피의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단지 블랙아웃 상태에서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고 판단되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상태라고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준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가 블랙아웃인지 심신상실인지는 겉으로 봐서 구별이 쉽지 않고 동일한 CCTV영상을 봐도 다르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준강간죄로 고소해도 약 40% 가까이 무혐의나 무죄가 선고됩니다. 피해자가 기억을 못한다는 사실이 블랙아웃으로 판단되어서일 수도 있고, 피해자가 별다른 진술을 못하는데 비해서 피의자가 무혐의를 뒷받침하는 훨씬 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입증을 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준강간죄 피해자가 고소를 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부담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준강간죄 피해자는 변호사 도움을 받아서 고소를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