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직장 내 성추행 피해자는 여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꽤 많은 남성들이 여성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데 특히 여성이 많은 직장일수록 그러합니다. 다만 남성은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잘하지 않거나 범죄가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수사를 개시하지 않는 일이 많아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 피해자의 고소도 많고, 혐의가 인정되는 사례도 늘고 있어서 주의를 요합니다. 피해자가 남자라면, 일반적인 성범죄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문제되는 행위를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 사소한 일로 여기는 태도를 보이거나 합의를 통해 쉽게 무마시키려는 태도를 보이면 사건의 해결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인드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피해자를 대한다면 피해자의 분노를 자극하여 합의가 요원하고 선처를 받기가 힘들어집니다. 합의가 쉬울 줄 알고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게 되면 매우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은 보통 형법의 강제추행죄나 성폭력 처벌법의 업무상 위력 등 추행죄가 많이 적용됩니다. 강제추행죄는 강제적으로 추행을 해야만 성립되는 죄는 아닙니다. 80년에 확립된 기습추행의 법리에 의하면 피할 틈 없이 갑자기 접촉을 하면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강제추행이 될 수 있어서 일반적으로 신체 어느 부위든 원치 않는 접촉을 하면 강제추행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위력등 추행죄는 강제추행죄와 달리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즉 지위관계나 권력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폭행 협박 등의 강제력이 없어도 의사에 반하는 추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강제추행죄보다 적용범위가 넓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피해자 주장을 탄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일반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때 행위자의 주관적 동기나 목적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가령 직장의 상사가 부하직원에 대한 추행의도 없이 친밀감이나 격려의 의미로 신체 접촉을 했어도 부하직원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직장내 성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상사의 의사는 고려되지 않고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조사가 진행되며 위계관계가 존재한다면 추행의사가 없었다는 말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추행을 비롯한 모든 성범죄의 판단에 있어서 신체접촉에 대한 상대방 동의가 있었다면 애초에 문제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판례에 의하면 피해자 동의 여부를 판단할 때 과거와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객관적 정황이나 제반사정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여 동의여부를 판단하고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아도 죄가 성립된다고 봅니다. 이는 성범죄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성인지 감수성에 따른 것입니다.
위력 등 간음 추행 사건으로 유명한 모 정무직 공무원 사건에서 1심 법원은 피해자 진술에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피해자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며, 설령 피해자의 진정한 내심에 반한다 해도 위력을 행사한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피해자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였고 다른 객관적 증거는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지 감수성 논리를 근거로 유죄판결이 확정하여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력의 ‘존재’ 자체가 ‘행사’라고 봅니다. 그 말은 권력이 위력이므로 권력 있는 사람이 신체 접촉을 하면 위력 추행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위력의 존재가 인정되면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은 것이 ‘동의’가 아니라 ‘제압’된 것이라는 증거라고 봅니다.
성추행은 중형이 선고되는 범죄는 아니지만 사실관계가 간단하고 진술도 단순하므로 일단 피의자가 되면 혐의를 벗는 것이 무척 어려운 사건에 속합니다. 수사기관이 중립적이면 다행이지만 피해자의 편에서 압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어 법정구속 되면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항소심에서는 죄를 인정하고 합의를 하기도 합니다.
직장내 성추행이 상하관계에서 발생하였다면 다른 성범죄보다 죄의 성부를 판단하기 애매해 집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강제력이 없고 피해자의 거부가 없기 때문에 동의가 있다고 판단될 여지가 많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최근의 판례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열이나 위계에 의한 관계라면 위력의 존재가 추정됩니다.
더 나아가 위력이 존재하면 존재 자체가 곧 행사라고 간주됩니다. 다소 위험하고 비약적인 논리인데, 이것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당사자의 ‘관계’에 역점을 두고 죄의 성부를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피의자와 피해자가 지휘감독관계, 사용자와 피용자 관계, 위계관계라면 피해자가 향후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사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언제든 범죄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의 진실을 수사재판기관은 알 수 없으며,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사실을 근거로 판단할 뿐입니다. 따라서 진실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오류가 개입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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