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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관계를 종료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혼(재판상 이혼과 협의상 이혼)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혼인관계를 종료시키는 방법은 이혼 외에 혼인무효, 혼인취소의 소가 있습니다. 부부가 혼인관계를 종료하기 위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조정 또는 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이혼이 확정된 후 이혼신고를 하여 혼인관계가 종료되었는데도 혼인무효 사유를 원인으로 다시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확인의 소에서는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함]
소의 종류에는 이행의 소, 확인의 소, 형성의 소가 있는데 확인의 소에서는 소의 이익 즉 확인의 이익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유는 확인의 소는 논리적으로 확인의 대상이 무제한이기 때문에 제한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확인을 구하는 것은 꽃순이가 반포동에서 제일 이쁘다는 것을 확인해달라, 철수가 서초동에서 돈이 제일 많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등 오만가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개똥이에게 1,000만 원을 받을 채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것보다 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이행을 구하는 것이 보다 직접적인 것이고 이러한 경우 확인을 구하지 말고 이행을 구하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판례 역시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이익은 소송물인 법률관계의 존부가 당사자간에 불명확하여 그 관계가 즉시 확정됨으로써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에 기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정이 제거될 수 있는 경우에 존재하므로 그러한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존재하여야 할 것(대법원 1982. 6. 8. 선고 81다636 판결)이라는 입장입니다.
[이혼신고 후에 혼인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고 한 과거 대법원 판례 : 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
대법원은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혼인관계가 이미 협의이혼신고에 의하여 해소되었다면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 혼인관계의 무효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으로서 그것이 청구인의 현재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단순히 여자인 청구인이 혼인하였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되어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따라서 위 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에서는, 이혼소송 등을 통하여 이혼신고까지 하였다면 이혼이라는 소송물을 원인으로 다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할 소송상의 이익은 없다고 보았고 이러한 판결이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된 후에도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수 있다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0므15896 판결]
※ 대법원 1984. 2. 28. 선고 82므67 판결 등을 변경한 대법원 판결
□ 사실관계
가. 원고와 피고는 2001. 12. 3. 혼인신고를 하였고 슬하에 자녀 한 명을 두었다.
나. 원고는 2003. 11. 24. 피고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 2003드단90765호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에 관한 소를 제기하여 소송계속 중이던 2004. 9. 16. 조정이 성립되어 2004. 10. 28. 이혼신고를 하였다.
다. 원고는 2019. 11. 11. 피고를 상대로 주위적으로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예비적으로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라. 원고는 혼인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 강박 상태에서 혼인에 관한 실질적 합의 없이 이 사건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주위적으로 혼인무효 확인을, 혼인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정신상태에서 피고의 강박으로 이 사건 혼인신고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예비적으로 혼인취소를 청구한 것입니다.
□ 제1심법원(서울가정법원 2020. 5. 29. 선고 2019드단73952 판결)과 제2심법원(서울가정법원 2020. 11. 27. 선고 2020르31402 판결)은 혼인무효 확인을 구한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혼인취소 청구를 구한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판결을 함
혼인무효 확인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미 이혼신고가 이루어졌고 이 사건에서 원고의 현재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혼인취소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도 이미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었으므로 역시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제1심법원의 위와 같은 사유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하였고, 제2심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것입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 무효인 혼인과 이혼은 법적 효과가 다르다.
혼인무효는 소급효가 있고 이혼은 장래효만 있을 뿐입니다.
• 가사소송법은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된 경우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가사소송법 제24조(혼인무효ㆍ취소 및 이혼무효ㆍ취소의 소의 상대방) ① 부부 중 어느 한쪽이 혼인의 무효나 취소 또는 이혼무효의 소를 제기할 때에는 배우자를 상대방으로 한다.
② 제3자가 제1항에 규정된 소를 제기할 때에는 부부를 상대방으로 하고,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생존자를 상대방으로 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상대방이 될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검사를 상대방으로 한다.
④ 이혼취소의 소에 관하여는 제1항과 제3항을 준용한다.
혼인당사자 모두 또는 한쪽이 사망하여 혼인관계가 해소되고 과거의 법률관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음을 전제로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고 있고, 이러한 가사소송법 규정에 비추어 이혼한 이후 제기되는 혼인무효 확인의 소가 과거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대법원은 협의파양으로 양친자관계가 해소된 이후 제기된 입양무효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므1553(본소), 1560(반소) 판결은 ‘원ㆍ피고 간의 입양 이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반소청구는 이미 협의파양 신고로 인하여 원ㆍ피고 간에 양친자관계가 해소된 이후에 제기된 것이므로 (중략) 위 입양은 원ㆍ피고 간의 모든 분쟁의 근원이 되는 것이어서 이의 효력 유무에 대한 판단결과는 당사자 간의 분쟁을 발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예방하여 주는 효과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즉시 확정할 법률상 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된 이후 제기된 혼인무효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을 판단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요구를 위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이미 해소되었을 때 그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는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요구에 필요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유효ㆍ적절한 수단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소결
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0므15896 판결에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원고가 제기한 혼인무효 확인의 소는 혼인관계를 전제로 하여 형성되는 여러 법률관계에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므로 원고가 혼인과 관련된 현재의 구체적 법률관계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런데도 원고의 주위적 청구인 혼인무효 확인의 소에 대하여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단에는 확인소송에서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여 기존의 입장은 변경하였습니다.
[결 어]
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0므15896 판결은, 이혼 후 혼인무효 확인 청구에 대하여 포괄적 법률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확인의 이익을 긍정하여 당사자의 신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등 국민의 법률생활과 관련된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권리구제방법을 확대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전의 대법원의 입장은 이미 이혼까지 한 마당에 뭘 다시 혼인 무효를 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었습니다. 이혼과 혼인무효는 엄연히 다르고 향후 재혼할 때를 생각해보더라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천양지차일 것을 생각해본다면 변경된 대법원의 입장이 당연히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판결로 인하여 이미 해소된 혼인관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경우, 현재의 법률관계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하여 확인의 이익을 개별적으로 따질 필요 없이 일반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어 무효인 혼인 전력이 잘못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등으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아 온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여지지만, 민법 815조 각 호에서 규정한 개별적인 무효의 요건은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민법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헌법불합치, 2018헌바115, 2022.10.27,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5조 제2호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4.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 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①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②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③6촌 이내의 양부모계(養父母系)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혼인의 무효는 민법 제815조 각 호의 사유인 4개의 사유만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사유가 제1호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일 것입니다.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므13975 판결).
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0므15896 판결과 같이, 민법 제815조 규정의 혼인무효 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 이혼전문 김형민 변호사와 불이익을 구제받을 방안을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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