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성범죄란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친밀감과 신뢰감을 형성하여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의존하게 만들어서 성적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성적 길들이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비추어 강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강간죄가 되려면 피해자 의사에 반해서, 성행위를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강제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유혹하고 마음을 지배하여 성관계를 갖는 것입니다. 따라서 폭행 또는 협박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겉으로 보기에는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성행위를 한 것이라면 법적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루밍 성범죄는 왜 문제 되는 것일까요? 피해자에게 성적 동의 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에 하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고 유혹당하는 이유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 무지해서, 판단력이 모자라서 등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경제적 지위가 상대방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성인을 대상으로는 그루밍 성범죄가 성립되기는 어렵습니다. 법에서는 특별히 결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인이라면 판단 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있고 성적 동의 능력이나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통의 성인이 그루밍성범죄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루밍 성범죄는 아동·청소년 등 나이가 어리거나 지적장애, 정신병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가능하다 볼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은 삶의 경험이 적고 배운 것이 적고 정신적으로 미숙합니다. 성인보다는 판단 능력이 부족하며 가치관과 자아정체성도 완성되지 않았고 피암시성이 높아서 자신의 주관대로 판단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루밍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바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입니다. 이 죄가 되려면 아동이 만 16세 미만이어야 합니다.
2020년 형법 개정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성립되는 피해자 연령이 만 16세 미만으로 높아졌는데요. 그전에는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이어야 본죄가 성립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만 13~16세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하면 강간은 물론이고 미성년자의제강간죄도 될 수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사건이 있는데요. 자신을 연예기획사 사장으로 소개하고 15세 여자에게 연예인을 시켜준다면서 접근한 40대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후 15세 아이를 지속적으로 간음하여 임신시키고 가출하게 만들고 자기 집에 살도록 하였습니다.
그는 1심에서는 미성년자 위력 간음죄가 인정되어서 징역 12년이 선고되었고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되었는데요. 서신, 이메일, 문자 메시지를 보면 임신한 상태에서 40대 남성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나 애정 표현이 연인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성립 연령이 만 13세이므로 이 규정을 적용해서 처벌할 수는 없었던 것이죠. 둘 사이는 아무리 봐도 연인이어서 미성년자 위력 간음죄는 될 수 없었습니다.
이 사건처럼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아동의 나이가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연령에 해당되지 않으면 미성년자 위계 위력 간음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만 16세~19세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관계를 한다면 아청법 제7조 제5항 위계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가능하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됩니다. 학교나 시설 보육원 등의 종사자가 보호 감독 진료를 받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루밍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아청법 제18조에 의해서 형의 1/2까지 가중처벌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나이가 만 16세 미만이라면 일률적으로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 16세가 넘으면 위력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처벌이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는 그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그루밍 성범죄 피의자는 성관계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촬영한 영상을 요구하거나 성 착취물 영상을 유포한다면서 협박하거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아청물제작죄, 촬영물이용 협박죄, 강요죄도 함께 성립되어서 경합범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는 연인관계나 쌍방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을 합니다. 피해자의 부모가 고소한 경우 피해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가해자를 두둔할 수 있는데 이때는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됩니다.
가해자가 연인관계라고 주장하는 경우 의사지배나 위력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섣불리 고소를 하면 안 되고 죄가 성립되어 처벌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며 이를 강조하는 변호사 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합니다. 무작정 고소를 하여 무혐의처분이 나오면 두 번 다시 처벌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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