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를 입고 고소를 희망하시는 분들 중에 의외로 무고죄로 처벌될까봐 우려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실한 고소를 한다면 무고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고죄는 성립요건이 아주 까다로운 범죄입니다. 그렇게 까다로운 이유는 진정한 피해자가 무고를 걱정하여 형사 고소를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죠.
무고죄는 두 가지 차원에서 문제가 됩니다. 우선 피무고자, 즉 억울한 사람을 형사처벌 받게 만들어 그의 개인적인 안전을 침해합니다.
두 번째, 고소인이 사적인 목적으로 국가의 사법제도를 이용함으로서 사법 행정력을 낭비하게 만들고 사법제도를 농락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므로 높은 불법성을 지닙니다.
두 가지 모두 상당히 나쁘지만, 형법전에서 무고죄를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 분류되었음을 고려할 때, 고소인이 허위고소를 함으로써 ‘사법제도를 농락’한다는 점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소인이 뭔가 착각해서, 실수로, 잘 몰라서 죄가 안 될 것을 고소하여 무혐의, 무죄가 나온 것이라면 무고죄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자와 일체의 신체 접촉이 없었음에도 강간당했다고 고소하거나 두 사람이 사귀었는데 헤어진 뒤 보복 심리로 강간으로 고소하거나, 유부녀가 바람핀 것이 들통 나서 상간남을 강간으로 고소하는 등 완전히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는 정도가 되어야 무고죄가 됩니다.
따라서 성범죄 무고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아예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신체 접촉이 없었던 경우와 서로 간에 원해서 했음에도 성범죄라고 고소하는 경우로 나누어집니다.
무고죄가 되려면 ①허위 사실을 신고해야 하며, 상대방을 ②형사 처벌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허위 사실은 객관적, 주관적으로 모두 허위라야 합니다.
즉 신고인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허위고소를 했다면 무고가 안 되며, 신고인이 허위 고소를 한답시고 했는데 객관적으로 진실이었다면 무고죄가 안 됩니다.
고소내용이 허위사실인지 여부는 범죄 구성요건과 관련하여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허위라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과장하거나 일부 디테일한 면에서 허위가 섞여 있어도 범죄 성부에 차이가 없다면 무고가 되지 않습니다. 법률적 평가를 잘못하거나 죄명을 잘못 기재해도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무고죄 성립요건인 허위 사실은 신고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해 허위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야 하고 진실이 아니라는 소극적 증명으로는 무고죄가 안 된다고 봅니다. 즉 강간죄로 고소하였는데, 구성요건요소인 폭행 협박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여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되었다면 단지 강간죄가 안 된다는 소극적인 증명에 불과하므로 무고가 안 됩니다.
반면 A가 B에게 거절당한 뒤 앙심을 품고 B를 강간죄로 고소하였으나 불송치 결정이 나왔고 B는 A를 무고죄로 고소합니다. 이때 ‘B로부터 강간당했다’는 고소 내용은 단순히 강간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B가 A와 접촉한 일이 없다는 것을, 허위사실인 점을 적극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무고죄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확실히 무고죄가 성립되는 경우 굳이 무고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에서 직권으로 수사를 합니다. 경찰수사규칙과 검찰수사규칙에서는 수사한 사건이 무혐의가 나오는 경우 경찰이나 검찰로 하여금 무고 혐의를 검토하도록 규정합니다.
실제로 성범죄로 허위 고소를 했는데 불송치 결정이 나오면 경찰이 직권으로 고소인을 수사하여 무고죄로 송치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술을 먹고 만취하여 성관계를 했는데 여성이 다음날 기억이 없어서 준강간죄로 고소를 합니다. 수사해보니, 피해자가 단순히 블랙아웃으로 필름이 끊긴 것일 뿐 적극적으로 성행위를 원해서 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 경우 기억만 못할 뿐이지 피해자가 동의하여 성관계를 한 것이므로 허위 고소를 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본인도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한 것으로 허위 고소를 한다는 고의는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무고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피해자가 성범죄를 당했다고 신고를 하였으나 어떠한 이유로 기존의 피해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였는데, 여자가 남자를 강간으로 고소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여자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고소를 취소하기 원합니다.
이 경우 피해자의 처음 진술과 두 번째 진술이 다르며, 이 경우 원칙적으로 처음에 한 진술에 비중을 둡니다. 이후 진술을 바꾸는 것은 가해자의 종용이나 회유가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 진술이 거짓이라는 것이 명백한 경우 고소인에게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성범죄 고소로 피해자가 무고죄로 기소되어 실형 위기에 처하는 비율은 0.78%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피해자가 진실된 고소를 한다면 전혀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착오나 실수가 개입되어도 처벌되지 않으며 오직 처벌받게 할 악의가 있어야만 무고죄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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