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늦둥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견이 짖음이나 행동으로 의사표현을 할 때마다 이 아이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늘 궁금합니다. 그리고, 선택권 없는 반려견, 보호자의 의사와 행동에 따라 삶의 내용이 결정되는 이 생명에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늘 생각하게 됩니다.
근래 이혼소송 진행 중 또는 이혼을 고민하시는 분들 가운데 그간 부부가 함께 키우던 반려견을 이혼 후 누가 키울 수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부부 슬하의 미성년자녀에 대한 양육권에 관하여서는 협의 또는 재판을 통해 친권 및 양육권 행사자를 정하게 되지만, 반려견에 관해서는 현행법에서는 이를 정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이는 반려동물, 나아가 동물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고 다루어야 하는지의 어려운 문제와도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소송 중 미성년자녀에 대한 양육권 다툼 때문에 자녀를 탈취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게,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탈취, 은닉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소송을 필요 이상으로 과열시키기도 합니다.
이혼 후 반려동물을 누가 키울지의 문제를 소유권의 문제로 보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볼지, 양육권과 유사하게 누가 보호자로 되어야 하는지의 문제로 볼지에 관해서는 현재로서 단언하기 어렵다 할지라도, 적어도 이혼소송 계속 중 부부 간의 갈등이 격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누가 보호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관해서만이라도 법원이 후견적 개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하여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가사소송법은 법원이 가사사건 진행 중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현상을 변경하거나 물건을 처분하는 행위의 금지를 명할 수 있고, 사건에 관련된 재산의 보존을 위한 처분" 등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을 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가사소송법 제62조 (사전처분)
① 가사사건의 소의 제기, 심판청구 또는 조정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가정법원, 조정위원회 또는 조정담당판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상대방이나 그 밖의 관계인에게 현상(現狀)을 변경하거나 물건을 처분하는 행위의 금지를 명할 수 있고, 사건에 관련된 재산의 보존을 위한 처분, 관계인의 감호(監護)와 양육을 위한 처분 등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을 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처분을 할 때에는 제67조제1항에 따른 제재를 고지하여야 한다.
③ 급박한 경우에는 재판장이나 조정장은 단독으로 제1항의 처분을 할 수 있다.
④ 제1항과 제3항의 처분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⑤ 제1항의 처분은 집행력을 갖지 아니한다.
위 사전처분 관련 규정을 좀 넓게 해석하여, 사전처분을 통하여 이혼소송 중 반려동물을 누가 보호할 것인지 정하고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탈취하거나 임의로 처분하는 일이 없도록 명시할 수 있다면, 적어도 이혼소송 중에 반려동물을 놓고 소송 당사자가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물리적인 충돌을 대면하는 상황이 줄어들 것입니다.
재판부가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소송 당사자의 갈등의 원인이 되는 반려견의 양육 문제에 관하여 사전처분이라는 형식을 빌려서라도 잠정적인 결정을 하여 개입하여 주는 것은 현행법의 문언 해석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나아가, 실무상으로는 법원이 사전처분으로 명하기 적정하기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심문기일 내지 변론기일 등에서 양 당사자 및 그 대리인에게 권고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집을 나오면서 소지품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당사자가 있으면 재판부에서 대리인과 당사자가 협의하여 일시를 정하여 짐을 정리할 수 있도록 권고합니다. 굳이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소송지휘권의 행사 내지 법원의 후견적 개입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참고로,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이혼소송 중 반려견의 양육에 관하여 단지 물건의 귀속 이상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케이스들을 통해 나타난, 반려견을 양육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할 때 고려되는 요소는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누가 반려견 입양시 비용을 지출했는지
누가 반려견의 일상적 양육에 관한 비용을 지출했는지
누가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지
반려견을 학대한 전력은 없는지
반려견 양육이 자녀 양육에 미치는 영향
반려견에게 유익이 되는 양육방법은 무엇인지
이혼소송 중 반려견, 반려동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시는 경우가 있다면 당사자분과 함께 고민하며 법원에 이해와 통찰을 구하며 길과 답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반려견들의 수명은 사람의 1/7이니, 사람의 하루가 반려견들에게는 일주일입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생각하면, 보호자들의 이혼소송으로 인하여 반려견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일 또한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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