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성준 변호사입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 별다른 물증이 없는 경우 종종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거짓말탐지기에 대해 거짓말과 진실을 정확하게 판단해주는 기계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아직까지 그러한 기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거짓말탐지기란 무엇일까요? 이는 거짓말탐지기의 작동원리를 알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자, 거짓말탐지기의 작동원리를 보시죠.
거짓말탐지기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만능으로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기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개별 피검사자마다 어떠한 질문에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특정 수치를 산출한 뒤,
사안에 해당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그 반응이 어디에 가까운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조금 어렵게 느끼실 테지만, 깊이 들어가 설명을 드리자면 피검사자에게 사안과 무관한 ‘지역비교질문’을 하고 진실과 거짓을 답할 때 피검사자로부터 도출되는 신체적 반응을 산출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지역비교질문이라 함은, 또다시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누구나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인 정보에 대한 반응,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숫자, 나이, 성별 등에 관한 정보입니다.
Q. 당신의 나이는 21세이지요.
A. 네
Q. 당시이 보고 있는 숫자는 '3'이지요.
A. 네
다음으로, 정성적 정보인데요. 이를테면
Q. 당신은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
A. 네
Q. 당신은 내가 묻지 않겠다고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물어볼까 걱정되는 것이 있나요.
A. 네
이와 같이, 정량정성적 질문 즉 지역비교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한 피검사자에게서 나오는 반응 이를테면 호흡수와 호흡 속도, 맥박 및 혈압의 반응, 땀 등을 측정하여 이를 통계화하고, 그 뒤 사안에 대한 질문을 하여 종전 산출한 비교집단 반응과 유사관계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대전제가 되는 논리는, '진실'을 말할 때 나타나는 사람의 반응보다 ‘거짓’을 답할 경우 나타나는 반응이 보다 유의미한 생리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인데, 이는 곧 피검사자가 ‘불안, 초조, 당황, 두려움’ 등의 감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가 항상 옳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피검사자가 '진실'을 말할 경우에도 얼마든지 불안함과 공포, 두려움의 감정과 이에 대한 반응이 도출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사람의 생리적 변화는 ‘진실’을 말할 때의 반응과 ‘거짓’을 말할 때의 반응으로 이분법적 논리로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의 한계 내지 오류가능성 때문에
우리 법원도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자체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한 판례를 한 번 보시겠습니다.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며,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5도130 판결).
이처럼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법적 증거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결과만으로는 유죄의 판결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 수사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는 수사기관이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둘러싼 여러가지 정황적 요소(피의자가 거짓말탐지기를 회피하려 한다거나 혹은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거짓인 경우)들을 증거로 삼기 위함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사건 역시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의뢰인인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자, 수사기관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의뢰인이 이에 응했으나, 의뢰인의 진술이 거짓 반응이 나온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담당수사관은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유죄의 취지로 검찰로 송치하였습니다만,
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의뢰인의 무죄 항변을 적극 주장하여
결국 검찰로부터 불기소 결정을 받아 낸 사건입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의뢰인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A녀를 알게 되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A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요청받고 이런저런 도움을 주면서 서로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A는 혼자 살면서 수입이 일정치 않은 관계로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였는데, 의뢰인은 A가 요구하는 정도가 큰 금액도 아니거니와 메시지를 통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터라 A의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의뢰인은 A로부터 ‘우리 깊게 연애하자’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제대로 연애 한 번 못해본 의뢰인은 무척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의뢰인은 만나기로 약속한 날까지 A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그런데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A는 의뢰인에게 월세 낼 돈이 없으니 이를 도와달라고 요구하였고, 이미 A에게 마음을 빼앗긴 의뢰인은 순진한 마음으로 이를 보내주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이런저런 명목의 금전적인 지원도 해주었습니다. 이후 드디어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습니다.첫 만남이었습니다. 비록 인스타그램을 통해 봐 왔던 A의 모습과 현실의 A는 많은, 아니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사랑의 감정을 키워 온 의뢰인은 외모보다는 서로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해 A에 대해 여전히 호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의뢰인이 이처럼 사랑의 감정을 키우며 A에게 빠져든 것을 눈치챈 A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A는 이사를 가는데 보증금이 모자라 수백만 원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만약 그 돈을 주지 않으면 자신은 저 멀리 남도 끝자락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은 망설였습니다. 그러자 A는 의뢰인을 보고 싶다며 만날 약속을 잡더니, 반갑게 A를 보러 달려온 의뢰인에게 ‘자기야 사랑해’ 하면서 갑자기 모텔에 가서 좀 쉬자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침대에 누웠습니다. 의뢰인은 떨리는 마음으로 먼저 모텔에 가자고 제안한 A가 자신을 리드해 주기를 기다렸으나, A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의뢰인 역시 숫기가 없어 손만 잡고 침대에 누운 채 한 시간 가까이 TV를 보게 되었습니다.
A는 잠시 담배 사러 갔다오겠다며 나간 뒤 의뢰인과 A는 어떠한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레파토리입니다만 약 한 달 뒤 의뢰인은 경찰로부터 유사강간 혐의로 수사기관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범죄 사실]
『피의자는 20OO. OO. OO. 14시부터 16시 사이 OO소재 OO모텔에서 고소인을 유사강간할 마음을 먹고 고소인에게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졌으며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다. 이로써 피의자는 고소인의 의사에 반하여 고소인을 유사강간하였다』
[진행 과정]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판단한 후 유사강간의 사실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대변
● 사건의 경위에 대한 의뢰인의 진술청취 및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확보
의뢰인이 고소인과 나누었던 카톡 및 문자 메시지 확보
의뢰인이 고소인의 요구로 지원해준 송금내역 및 카드사용내역 분석
의뢰인이 고소인이 먼저 제안하여 모텔에 가게 된 사실 및 모텔에서 있었던 언행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리
● 변호인 의견의 개진
고소인의 경제적 지원 요구, 의뢰인의 송금내역 및 카드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정리
거짓말탐지기 결과에 대한 증거능력이 없음을 적극 주장
모텔에 가게 된 경위 및 모텔 내에서의 언행에 대해 구체적 사실적시
고소인의 신고는 금전적 이득을 노린 허위신고라는 점을 부각
고소인의 성범죄 고소 이력애 관한 수사의 필요성을 강력히 촉구(실제 허위고소 사례가 다수 드러남)
[최종결과]
불기소 처분 - 혐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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