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절도, 사기, 피해금 1억4천만 원 -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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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절도, 사기, 피해금 1억4천만 원 무죄 

정해원 변호사

무죄

서****



■ 범죄사실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지정된 장소에 놓인 피해 금원을 갖고 오는 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는 등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절취 범행을 하기로 순차 공모하였다.

1. 제1차 범행

피해자로 하여금 주거지 현관문 앞에 현금 3,500만 원이 든 상자를 놓아두게 하고, 위 상자를 집어 들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2. 제2차 범행

피해자로 하여금 OO역에 설치된 물품보관함에 현금 1,700만 원이 든 상자를 넣어두게 하고, 위 상자를 집어 들고 가 이를 절취하였다.

3. 제3차 범행

피해자들로 하여금 주거지 현관문 앞에 현금이 든 상자를 놓아두게 하고, 위 상자를 집어 들고 가는 방법으로 5회에 걸쳐 합계 9,060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하였다.



■ 변호사의 조력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하여 재판을 준비해야 한다며 사건을 맡아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의뢰인은 한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이었고, 한국말이 매우 서툴렀습니다.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하였는데, 의뢰인은 아르바이트만 했을 뿐인데, 보이스피싱 범죄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의뢰인에게 대한민국에서 무죄판결은 전체 사건에 10%에 그치고, 이에 더해 보이스피싱의 경우 무죄판결은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힘든 사건인 점, 수사기관에 변호인 없이 홀로 출석하여 불리한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피해 금액이 거액이라 중형이 예상되는 점, 따라서 자백을 통해 양형을 다투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는 점을 고지하였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제가 왜 벌을 받아야 하는 거죠?"


하지만 의뢰인께서 자신은 결백하고, 없는 죄를 자백할 수 없다며 무죄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무죄를 다투고자 하는 의뢰인의 확고한 의사를 확인한 이상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 없이 무죄 입증에 전력을 다하기로 하였습니다.

의뢰인은 한국에 들어와 생활한지 몇 년이나 지난 점이 소송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였는데(보이스피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 실상은 한국어도 서툴고, 한국 문화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의뢰인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한국에 대해, 특히 형사소송에서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가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야 했습니다.

수중에 있는 것은 증거기록뿐이었고, 며칠 밤을 새우며 증거기록을 수십 회에 검토하였습니다. 다행히 증거기록에서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들을 찾아냈고, 그 증거들에 경험칙에 부합하는 논리를 덧붙여 의견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재판에 앞서 의뢰인에게 복장, 태도, 변론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며 만반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첫 공판기일 법정에 출석하였고, 재판장님은 여느 보이스피싱 사건과 동일하게 생각하시며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하려 하셨습니다. 하지만 피고인 신문 절차를 요청하였고, 재판장님께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다음 변론기일을 지정해 주셨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피고인 신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올바른 답변을 의뢰인에게 숙지시켰습니다(사실과 다른 진술은 하지 않았습니다. 객관적 사실을 진술하되 오해의 소지가 없는 표현, 중의적인 것이 아닌 일의적인 표현 방법,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경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사실을 부가적으로 진술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였습니다).

마지막 공판기일, 피고인 신문은 검사의 질문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피고인의 답변은 완벽했습니다. 검사의 질문들 모두 핵심 쟁점 질문이라고 준비한 것과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에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이 검사의 질문과 피고인의 답변으로 모두 표현되었기에 변호인의 질문은 2~3개에 그쳤습니다. 그렇게 재판은 종결되고, 선고기일이 지정되었습니다.

회사로 복귀하며 무죄 판결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어쩐면...1%가 현실로...?"


■ 결과


피고인무죄를 선고받았고, 다시 대한민국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 의의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이룩한 값진 결과이기에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법원단계에서 저를 찾아오셨는데, 만약 수사단계에서부터 함께 준비하였더라면 좀 더 수월하였을 것입니다.

법원단계에 와서야 변호사를 찾으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 "나는 죄가 없으니까, 진실은 밝혀질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시다가 기소가 되어서야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변호사를 찾으십니다.

수사단계에서부터의 모든 진술이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첫 수사단계에서부터 재판단계까지 고려하며 전략을 짜야 할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위 사건 이야기로 돌아오면, 저는 의뢰인께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그럼에도 의뢰인께서 큰 결단을 내려주셨습니다. 이 사건을 수행함에 있어 의뢰인의 이러한 확고한 의사가 저에게 큰 힘이 되었고, 무죄의 결과를 얻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의뢰인의 큰 결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뢰인의 결단에 힘입어 무죄 입증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사건을 맡아 보니 주어진 것이 너무나 한정적이었습니다. 저에겐 증거기록이 전부였고, 증거기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습니다. 며칠에 걸쳐 증거기록을 보고, 또 보고, 원하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여 검토하였습니다. 노력한 끝에 다행히 무죄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구체적인 내용은 법진의 노하우로 기재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증거들에 경험칙에 부합하는 논리를 덧붙여 의견서를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에 변호인의 주장을 전달하기에는 서면만으로는 부족하고 보다 확실한 표현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때문에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여 법정에서 피고인의 입에서 재판장님의 귀에 직접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 사항을 뽑아 질문으로 만들고, 이에 대한 답변을 의뢰인께 숙지 시켰습니다. 거짓이 아닌 사실을 말하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일의적으로 해석되도록, 불리한 질문에 답을 함에 있어 이를 상쇄하기 위해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방법 등을 숙지시켰습니다. 더불어 법정에서의 복장, 태도, 변론 방법들도 교육하였습니다.

법정에서의 검사의 질문은 예상 질문과 완벽하게 들어맞았고, 의뢰인의 답변은 더할 나위 없었으며, 법정에서의 태도 또한 완벽하였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 노력한다고 이룰 수 있었던 것을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의 큰 결단과 더불어 타국에서 의사소통도 잘되지 않음에도 끝까지 절 믿고 잘 따라와 준 의뢰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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