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안 난다는 범죄자(피의자)의 진술은 모두 거짓말일까?

로그인/가입

첫 상담 100% 지원!

기억이 안 난다는 범죄자(피의자)의 진술은 모두 거짓말일까?
법률가이드
수사/체포/구속형사일반/기타범죄

기억이 안 난다는 범죄자(피의자)의 진술은 모두 거짓말일까? 

현승진 변호사

뉴스를 보면 간혹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은 피의자가 술에 만취했다는 등의 이유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장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자기가 범죄를 저지르고 기억이 안 날 수가 있냐는 것이지요.

그런데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 모두 거짓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에 지나가는 생면부지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다는 혐의를 받는 의뢰인이 있었습니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직장에 다니고 아내와 딸도 있는 사람이었는데요, 법적으로는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범행을 하였다는 것이죠.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들은 이 의뢰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이른 시각부터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겼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갑을 찬 채로 경찰서에 잡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다른 사람과 혼동해서 자신을 체포한 것이라는 주장이었죠.

그런데 이 의뢰인의 주장은 거짓말인지를 떠나서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이 없다는 것은 곧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 않은 일이니 기억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기억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이지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거나 "제가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검사나 판사가 그렇게 생각해 줄 리는 없죠.

그래서 이런 경우에 범행을 부인하는 진술을 했는데 확보된 증거들을 통해서 범행이 증명되면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아무튼 이 사건의 경우에는 범행 현장을 바로 비추는 CCTV가 있었습니다. 의뢰인이 범행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무죄를 주장했다가는 오히려 선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저도 CCTV를 봤는데 너무 명확하게 의뢰인의 범행이 촬영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CCTV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의뢰인은 오히려 너무 다행이라고 하더군요. 그것을 보면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이라면서요.

​이 정도면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니지 않으까요?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변호사에게 이야기 한 내용이나 바로 코앞에서 CCTV가 촬영되었다는데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을 한 점 등을 보면요.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부분 술이 원인인데요, 필름이 끊겨서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건에서는 변호인이 경찰관과 이야기를 해서 CCTV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경찰에게 이를 보여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경찰 역시 자백을 받으면 수사 진행이 수월하니까 법령위반이나 타인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없는 범위에서는 요청을 들어주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결국 경찰관과 잘 이야기를 해서 CCTV를 보았고, 의뢰인 역시 납득하고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이 의뢰인은 자신도 스스로에게 너무나 놀라서 금주를 결심하고 술을 딱 끊어버렸습니다.

이후 피해자와 합의를 하여 용서받았고 진심으로 반성하였기에 법원에서는 선고유예의 선처를 하여 주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보면서 저는, 술을 마시고 잘못을 저지른 경우 초범이라면 조금 선처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의뢰인처럼 자신이 술을 마시면 정신 나간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술만 마시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대신 자신이 술을 마시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재범의 경우에는 지금보다 훨씬 엄하게 처벌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술 마시고 사고 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술을 마시고 취한 것이니까요.

우리 모두 술은 적당히 즐겁게 마시면 좋겠습니다.

※ 조만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현승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67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