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성준변호사 입니다.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범죄자를 규명하는 것에 앞서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범죄 사건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이 무죄추정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성범죄의 특성상 다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단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무죄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처럼 수사기관에서 유죄추정의 심증을 갖고 조사를 하는 경우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는 피의자에 대하여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라도 하면 말을 끊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사관의 질문에 대해 그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본인도 모르게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끌려가듯 조사를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헌법 제12조 제2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조사를 받는 피의자 입장에서 그것도 유죄추정을 받고 있는 처지라면 진술을 거부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진술은 자칫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고,
이는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태도나 행위가 양형에 미치는 정도와 관련한 판례를 한 번 보시겠습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하여 범죄사실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범죄사실을 단순히 부인하고 있는 것이 죄를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인격적 비난요소로 보아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그러한 태도나 행위가 피고인에게 보장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 |
위 판례대로라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혐의를 부인하거나 반성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비난하면서 가중 처벌하면 되지 않는다! 라는 취지입니다만,
이 역시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없는 성범죄 사건에서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성범죄 사건에서 억울하게 유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은 도대체 어떻게 방어를 해야 할까요?
이와 관련해서 오늘은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한 의뢰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의뢰인이 조사를 받을 당시 수사기관은 이미 의뢰인이 ‘죄송하다’는 문자를
고소인에게 보낸 점을 들어 의뢰인에 대하여 유죄추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억울함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한 의뢰인을 대신해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피해자 진술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여 결국 무혐의를 받게 된 사연입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의뢰인은 인터넷 동호회 회원으로, 처음으로 오프라인 정모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정모는 서울 시내 한 파티룸을 빌려 1박 2일로 진행되었고,
약 15명의 회원이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술자리도 갖는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의뢰인은 당시 분위기가 너무 좋아 새벽 늦게까지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평소 주량에 비해 많은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요,
술자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모임의 회장인 A녀는 함께 온 남자친구와
함께 잘 준비를 하였고, 의뢰인은 테이블에서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더 나누다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바닥으로 내려가 잠이 든 것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에 많이 취한 상태로 잠이 들었던 것입니다.
여하튼 아침에 일어난 후 회원들 모두 다 같이 방 정리를 하고 해장국 집으로 이동해
늦은 아침을 먹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모임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의뢰인은 A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게 됩니다.
“하실 말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질문 조심해야 합니다. 여기서 낚이면 안 됩니다. 그러나...)
순간 의뢰인은 기억이 없다고 하면서 일단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하였다고 합니다.
(아흑.. 그만 낚이고 말았습니다)
의뢰인으로서는 혹시 전날 술에 취하여 모임 분위기를 해치는 발언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그와 같이 죄송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A는 “은밀하게 더듬었다. 옷 들고 경찰서 가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에 의뢰인은 술에 취하여 전날의 기억은 없지만 자신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한 기억이 없기에 자초지종을 물어보았으나 A는 더 이상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위 상황만으로 보면 A는 의뢰인에게 ‘하실 말 없냐’는 식으로 의뢰인에게 전날의 기억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의뢰인이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사과하자, 그제서야 음란하게 더듬었다는 문자를 한 것으로, 이는 A가 의뢰인의 기억이 없음을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의뢰인을 성범죄 사건으로 몰아세운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 합니다).
이후 어쩌면 A는, 의뢰인이 합의와 관련하여 전화를 걸어오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의뢰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임 당시 A와 특별히 문제 될 만한 일이 전혀 없었고, 더군다나 모임 장소에는 A의 남자친구도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아 딱히 A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A는 얼마 후 의뢰인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하였던 것입니다.
[범죄 사실]
『피의자는 20OO. O. O. OO시경 파티룸 내에서 온라인 정모를 통해 모인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잠이 들어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다리와 배, 가슴 등을 만지는 등 준강제추행 하였다』
[진행 과정]
수사기관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의 구체적 경위 파악 및 의뢰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였습니다.
● 사건과 관련한 의뢰인의 진술청취 및 법리검토
· 의뢰인 진술을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 정리
· 문자메시지를 분석하여 고소인의 고소동기 등 파악
· 파티룸 사진을 통해 잠이 들 당시 의뢰인과 A 및 기타 회원들 자리를 확인하여 의뢰인과 A 사이의 신체적 접촉 가능성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함을 확인
● 수사기관 조사 동석 및 변호인의견서 작성
·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사기관 조사에 앞서 고소내용 파악
· 유죄추정을 하고 있는 경찰조사 대응을 위한 조사 시뮬레이션 가동
· 고소인의 옷에 대한 DNA 감정 촉구
· 고소인 진술의 모순점 지적 및 진술의 신빙성 탄핵
· 고소인이 허위로 고소하게 된 이유 및 동기 등에 관한 변호인 의견제시
· 신체접촉 자체가 없었지만,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추행의 고의가 없어 법리상 강제추행 불성립 견해 피력
[최종결과]
불송치 결정

첫 수사 단계인 경찰조사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의뢰인의 강제추행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워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음.
오늘은 위와 같이 고소인이, 의뢰인에게 전날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토대로 악의적인 고소를 한 사건에 대해, 변호인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의뢰인이 불송치 결정을 받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다음에 또 유익한 정보가 있으면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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