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성준변호사입니다.

형사전문변호사로 활동하다보면, 증거를 찾기 위해 당사자로부터 문자나 카카오톡 내역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문자나 카톡을 살펴보다 보면 심심찮게 신조어나 비속어들을 접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은 말을 줄여 표현하는 경우도 많고, 기존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달리 표현하는 방식으로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새로운 비속어는 처음 듣게 되는 경우 익숙하지 않은 탓에 다소 거부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비속어를 계속 듣다 보면 오히려 비속어가 더 익숙해지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 같기도 하며, 심지어는 이전에 어떤 표현을 썼지? 할 정도로 예전 단어나 표현을 완전히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소확행, 불멍, 갑분싸, 돌싱, 주린이나 부린이, 떡상이나 떡락, 가심비, 혼밥, 눈팅, 먹방, 존버 등 이제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신조어가 됐으니, 대중적인 신조어를 ‘잘알못’ 하면 자칫 ‘아싸’ 취급을 받거나, ‘틀딱’이라는 조롱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한편 신조어 중에는 성적인 의미가 내포된 경우도 있는데요, 성범죄 사건에서는 이러한 신조어나 비속어 표현 한 두 개가 의뢰인의 무죄나 무혐의를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성범죄로 고소를 당한 의뢰인이 상대 여성과 주고 받았던 카톡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상대 여성이 표현한 신조어를 통해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여 결국 무혐의를 받게 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의뢰인은 소개팅 어플을 통해 A라는 여성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카톡을 주고받으며 금방 친해지게 되었고 서로 호감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약 일주일 정도 매일 카톡을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로 발전이 되어 가던 중, A는 갑자기 의뢰인이 보고싶다며 의뢰인의 집에 가도 되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갑작스런 A의 제안에 의뢰인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스킨십에 대한 A의 생각은 어떠한지 물어보고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낮져밤이’일거 같다고 말하였는데, 이에 대해 A는 ‘낮이밤져’라고 응하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낮져밤이는 낮에는 지고 밤에는 이긴다는 뜻의 신조어로 보통 성관계와 관련한 의미에서 낮에는 다소곳하거나 자상하게 대해주다가 밤에는 요부 또는 상남자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A가 말한 낮이밤져는 평소에는 와일드하고 호쾌한 성격이지만 성관계 시에는 순종하며 수동적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여하튼 A가 밤늦은 시간에 의뢰인의 자취방에 온다고 하면서 이러한 대화까지 거리낌 없이 나눈다는 것 자체가 서로 어느 정도의 스킨십을 예상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의뢰인과 A는 30분 정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함께 침대에 눕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 팔베개를 해달라는 A의 말이 생각나 팔베개를 해주었고,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치면서 가벼운 입맞춤을 시작으로 깊은 키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스킨십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때 의뢰인은 A의 의사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괜찮아?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A는 대답 대신 의뢰인을 꼬옥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체위를 바꿔가며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관계가 고조될 무렵 의뢰인은 휴지를 찾으려 하였으나 불을 끈 탓에 잘 보이지 않아 바닥을 더듬거리던 차에 마침 옆에 놓여있던 A의 휴대폰이 보여 후레쉬를 켜기 위해 버튼을 눌렀습니다. 아 그런데 그만 후레쉬 버튼을 누른다는게 동영상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자기의 전화도 아니었고 관계도 고조되어 있을 때라 신경도 못 쓴 채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격렬한 사랑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후 의뢰인은 A와 함께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A가 울기 시작하였고 이에 의뢰인이 왜 그러냐고 묻자, A는 첫 만남부터 잠자리를 했으니 이제 ‘먹버’하는거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다소 망측합니다만 먹버는 먹고 버린다는 줄임말로 성관계 뒤 더이상 관계발전을 하지 않는 일회성 만남을 일컫는 신조어이자 비속어입니다). 이에 의뢰인은 절대 그럴 일 없다며 A를 달래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의뢰인의 출근시간에 맞춰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와 헤어졌는데, 얼마 후 의뢰인은 A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A는 동영상을 찍었냐며 화를 내었습니다. 휴지를 찾고자 휴대전화를 찾았던 게 잘못하여 영상 촬영버튼이 눌러졌고 저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의뢰인은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주었고 다소 화가 난 A를 잘 달래주었습니다. A는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이후 의뢰인이 업무로 인해 바빠 연락을 바로 취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자, 곧바로 의뢰인을 강간과 불법촬영죄로 고소를 하였습니다.
[범죄 사실]
『피의자는 20OO. O. O. OO시경 피해자를 피의자의 집으로 데려가 피해자가 손으로 피의자의 어깨를 밀어내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힘으로 피해자의 상하의를 벗기고 피의자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피해자를 강간하고, 관계 도중 피해자의 뒷머리를 손으로 잡아 힘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자신의 성기 앞으로 갖다댄 뒤 피해자로 하여금 구강성교를 하게 하여 피해자를 유사강간하였다』
[진행 과정]
수사기관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의 구체적 경위 및 관련 증거를 제시하고 의뢰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
● 사건과 관련한 의뢰인의 진술청취 및 법리검토
· 의뢰인 진술을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 정리
· 문자, 카톡 메시지를 분석하여 스킨십을 용인한 고소인의 의중 파악
· 성관계 경위, 체위, 대화내용 등 고소인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정리
● 수사기관 조사 동석 및 변호인의견서 작성
·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사기관 조사에 앞서 고소내용 파악
· 경찰조사 대응을 위한 시뮬레이션 가동
· 불법촬영과 관련하여 의뢰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이 부분 고소 철회
· 고소인이 사용한 신조어, 비속어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
· 고소인의 성관계 당시의 체위, 대화내용 등 구체적인 언행을 통해 고소인 진술의 모순점 지적 및 진술의 신빙성 탄핵
· 고소인이 허위로 고소하게 된 이유 및 동기 등에 관한 변호인 의견제시
· 폭행이나 협박을 한 사실이 없어 법리상 강간죄 불성립 견해 피력
[최종결과]
불송치 결정

첫 수사 단계인 경찰조사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의뢰인의 강간혐의, 유사강간혐의(불법촬영 역시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범죄 인지가 되지 않았습니다)가 인정되기 어려워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음.
오늘은 위와 같이 고소인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고도 단지 사후적인 심경의 변화로 인해 악의적인 고소를 한 사건에 대해, 의뢰인이 변호인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불송치 결정을 받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다음에 또 유익한 정보가 있으면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