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검사의 구약식(약식기소) 처분과 구공판 처분의 차이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해당 포스팅에서 검사의 구약식 처분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직접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서류로 재판이 진행되어 검사가 청구한 벌금이 부과되는 약식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약식절차에서는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해서 벌금을 감액 받을 수 없으므로, 법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렸고요.

2017년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는 이와 같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 아무리 피고인이 괘씸하다고 해도 판사가 약식명령에서 부과된 벌금보다 벌금을 상향할 수가 없었는데요(불이익변경금지), 이와 같은 규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하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원의 재판 부담이 늘어나고 정작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재판이 지연되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졌고 결국 국회에서는 법을 개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판사가 보기에 검사가 청구한 벌금이 너무 적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벌금을 올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만 벌금형을 징역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바꿀 수는 없고(형종상향금지), 벌금의 액수를 올리는 경우에는 반드시 판결에 그 이유를 기재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실무상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벌금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본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처벌을 감경해달라고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벌금을 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정식재판 청구 시 벌금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인데요, 물론 정식재판을 통해서 검사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하여 판사를 설득할 수 있다면 무죄가 선고될 테니 당연히 문제가 될 게 없겠지요.
그러나 무죄를 주장했으나 실패하는 경우에는, 판사의 입장에서는 죄가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보아 더 무거운 형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통해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본인이 유죄임에도 ‘혹시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재판에 임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한 정말 억울한 상황이라 무죄를 주장해야 하더라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서 사건을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만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법원에 국선변호사를 선정해달라고 신청을 해보시고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법원은 진실을 가려주는 곳이 아닙니다. 검사와 변호인 혹은 원고와 피고의 주장 중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합당하고 더 효과적인 증거가 있는지를 가려주는 곳이지요.
결론적으로, 정식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철저한 준비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약식명령의 경우에는 피해자 측에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나, 만일 정식재판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배상명령 신청을 할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부분도 생각하셔야 한다는 점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정식재판 청구를 한 사건이라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는 정식재판 청구를 취하할 수 있습니다. 청구를 취하하면 약식명령이 확정되어 그에 따른 벌금을 납부하면 되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정식재판을 취하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