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떠한 죄명이 붙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죄명들이 있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경우에는 ‘살인’, 남의 물건을 훔친 경우에는 ‘절도’ 등이 대표적인 것이지요.
그런데 실무상 사용되는 죄명에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이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과 같이 30자에 이르는 긴 죄명도 있고, 이러한 죄명은 비전문가에게는 매우 생소한 것들입니다(괄호 안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죄명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죄명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혹시 조금이라도 법학 공부를 해보신 분 중에서 형법전(刑法典)을 보신 적이 있는 분이라면 “법조문에 죄명이 표시되어 있잖아.”라고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조문에 붙어있는 제목은 수험생들을 위한 강의나 교재 등에서는 사용이 되지만, 판결문이나 변론요지서, 공소장 등에 사용되는, 그러니까 판사, 변호사, 검사가 사용하는 죄명이 아닙니다.
얼마 전 언론에서는 ‘직권남용’이라는 죄명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언론에서 이와 같이 죄명을 사용한 것은 형법 제123조에서 제목을 ‘직권남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물론, 올바른 죄명이 너무 길어서 줄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형법 제123조를 위반한 경우, 즉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의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입니다.
이와 같이 실무에서 사용하는 죄명은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할 죄명에 관한 예규’라는 대검찰청 예규에 의해 정해집니다. 이 예규는 법률의 제정·개정 되어 새로운 죄가 생기거나 기존의 범죄 성립 요건이 달라지는 경우 등에 개정됩니다.
현재 시행중인 예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새로 정한 죄의 죄명을 만들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죄명 중 일부를 행위 유형에 따라 세분한 것으로 2021. 4. 7.부터 시행된 것입니다.
간혹 경찰관들이 수사보고 등을 작성할 때 죄명이 바뀐 몇 년이 지난 죄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죄명이 어떻게 정해지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과거에 자신이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흔히 뺑소니라고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입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는지 사망했는지 구분하지 않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이라고 했었는데 아직도 그렇게 쓰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경찰관들은 수사전문가일지 몰라도 법률전문가가 아니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럼 ‘법전에 있는 제목을 사용하면 되지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죄명을 정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경우만 해도, 언론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단순히 ‘직권남용’이라고 하게 되면 직권남용체포, 직권남용감금 등 직권을 남용해서 이루어지는 다른 죄와 구별이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적어도 실무상 자주 사용되거나 중요성이 큰 조문과 관련된 죄명은 이와 같이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죄명은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할 죄명에 관한 예규’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드렸습니다. 정확한 죄명을 확인하고 싶으실 때에는 첨부된 파일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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