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 고지 – 미란다 원칙

로그인/가입

첫 상담 100% 지원!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 고지 – 미란다 원칙
법률가이드
소송/집행절차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 고지 – 미란다 원칙 

현승진 변호사

얼마 전 전직 판사인 정재민 작가의 책,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좋은 책이고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지만,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쉬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흔히 미란다 원칙이라고 불리는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 선임권에 고지’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할 경우 또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경우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도록 하고 있고, 수사기관이 이와 같은 권리를 고지를 하지 않는 등 절차를 위반한 경우에는 그와 인과관계가 있는 증거는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찰에서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이와 같은 권리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 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신문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작가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진술거부권 자체는 존재해야 하지만, 수사기관이 그런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큰 죄를 지은 사람이 무죄로 풀려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대도 변했다. 요즈음에는 진술거부권이 워낙 널리 알려져서 피의자에게 그런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드문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알고 있는 것’과 ‘고지 받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수사기관에 의해서 체포나 구속을 당할 때 극도로 긴장하고 겁을 먹게 됩니다. 수사기관에서는 강압적인 태도로 피의자의 자백을 유도하거나, 때로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니 자백하면 선처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회유를 합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경찰과 검찰에 비하면 피의자는 수퍼·울트라 을(乙)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알고 있는 것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체포, 구속된 피의자들은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물을 때도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영화에 보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던데, 나도 대답하지 않아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는 피의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이를 고지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국가권력 대 개인의 싸움은 처음부터 대등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국가권력이 기관총으로 피의자를 겨눌 때 적어도 피의자에게 “네 발 아래 칼 한자루가 있어. 그거라도 들고 싸우고 싶으면 사용해봐.”라고 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한편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무조건 무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와 별도의 다른 유죄의 증거가 있거나, 추후 충분히 권리고지가 된 상황에서 다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자백 진술을 통해서 유죄가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절차를 위반하여 수집된 증거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않고 수집한 증거도 증거로 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권리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범죄자들이 모두 무죄로 풀려나는 것도 아닙니다.

미란다 원칙을 탄생시킨 어네스토 미란다 역시 검찰에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의 고지 없이 수집한 자백 외에, 다른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를 진행하도록 강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즉, 위법하게 수사를 하면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적법한 절차의 원칙을 지켜서 수사를 하라고 간접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와 같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범죄를 저지른 자가 이익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1. 체포·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이 국가의 막강한 권력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선임권에 대해서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3. 국가기관이 헌법과 법률을 지켜서 적법한 수사를 하게끔 강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자라고 하더라도 국가 권력 앞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합당한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현대 법치주의 국가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로서의 제 바람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현승진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56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